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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Sep 15. 2024

벌레의 잠

벌레의 잠



봄꽃 피는 화사한 봄날

여기저기 날아다니던 나방

세상에 나와서 나방의 삶을 사는 것이

뭔 대수던가

복숭아꽃 사과꽃 배꽃에 앉아

꽃가루를 묻히며 을 즐기다가

떠날 때가 되어서 나무 몰래 알을 깠다네


벌레는 잠을 자네

고요한 어둠의 씨방 속에서

알에서 깨어나 성장하며 잠을 자네

점점 커 가는 과육 속에서 집을 짓고

달콤한 즙을 으며 자란다네


벌레는 또 잠을 자네

가을이 와서 때가 되면 떠나갈

씨방 속과 세상을 소통하며

때를 기다린다네

좁고 답답한 이 공간에서 벗어나

언젠가 날개 펴고 날아다닐 때를 기다리며

긴 잠을 자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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