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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웹소설

● 웹소설 1화ㅡ해동의 검

by 시인 권태주

● 웹소설 1화 – 해동의 검


1화. 동쪽의 별이 깨어날 때


BC 2350년경.

광활한 서쪽 메소포타미아의 아침빛이 아직 지평선을 물들이지 못한 시간.

이스라엘 북부의 단 지파를 떠나 동쪽 산맥을 향해 나서는 거대한 행렬이 있었다.


행렬의 맨 앞에서 깃발을 든 자는,

백발처럼 희게 빛나는 늑대 털로 장식된 모자를 쓴 젊은 전사.

그가 바로 사무랑, 단군을 호위하는 최정예 무사였다.


■ 1. 단군의 예언


사무랑은 출발 직전, 단군 왕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단군의 눈빛은 깊고 고요했다. 마치 별이 사는 강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사무랑, 동쪽에 별이 떠오른다.

그 별이 비추는 땅은 우리 후손이 새 나라를 세울 자리이다.”


단군의 말은 신탁과도 같았다.

단 지파의 뿌리를 이끌어 떠나는 이 대장정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탄생을 향한 길이었다.


“예언이 실현되기 전까지,

나는 단군님을, 그리고 우리의 비밀 ‘해동의 검’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사무랑은 가슴에 손을 대며 맹세했다.

그의 허리에는 녹색 비취가 박힌 길고 푸른 칼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단군이 서쪽에서 전해받은 고대의 유물—

**민족의 앞날을 연다는 ‘해동의 검’**이었다.

■ 2. 동쪽 산맥으로의 길


행렬은 요단강을 지나, 광활한 동부 사막을 향해 나아갔다.

수십 일 동안 이어진 고난 속에서,

사무랑은 언제나 선두에서 주변을 살피며 단군과 백성들을 지켰다.


밤이면 별빛 아래 단군은 고대의 별자리를 그리며 말했다.


“저 동쪽 끝, 하늘과 땅이 맞닿는 곳 너머에

검은 산의 벽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넘어야 할 알타이의 초입이다.”


백성들은 알지도 못하는 먼 산맥 이름을 듣고 웅성거렸지만,

단군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사무랑은 그 말을 들으며 마음속에서 조용히 긴장감을 키웠다.

알타이산맥을 넘는다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대장정이었다.


■ 3. 중앙아시아 초원에서의 조우


몇 달의 여정을 지나자 사막은 끝나고,

끝없는 초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들은 처음 보는 초원의 야생마 떼와 바람의 굉음에 압도되었다.


그러나 사무랑은 먼저 위험을 감지했다.


“단군님, 이 땅은 우리만의 땅이 아닙니다.

저들의 발놀림… 유목 전사들입니다.”


곧이어 초원 언덕 너머에서

모피 갑옷을 입은 기마 전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눈빛은 예리했고, 말발굽은 땅을 울렸다.


사무랑은 해동의 검을 뽑아 들었다.

청녹색 칼날이 태양 아래 번개처럼 반짝였다.


전사들의 우두머리는 그 빛을 보고 눈을 크게 뜨더니

말 위에서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그 칼… 전설 속 동방의 빛.

당신들은 하늘이 보낸 자들이군요.”


사무랑은 놀랐지만 칼을 거두었다.

단군이 앞으로 나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갈 길이 있을 뿐, 침략자가 아니다.

동쪽 끝 알타이를 넘어 우리의 터전을 찾아갈 것이다.”


기마 전사들은 길을 내주었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은 동행을 자처하기까지 했다.


“동쪽 산맥을 넘어가려면

우리의 말과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광활한 땅과 혹독한 자연을 헤쳐 나가려면

현지의 지혜가 필요했다.


■ 4. 알타이의 검은 벽 앞에서


드디어,

하늘을 찢어 울려 퍼지는 듯한 거대한 산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알타이산맥.


백성들은 숨을 삼켰다.

흰 만년설이 산맥을 덮고 있었고,

바람은 사람을 베어낼 듯한 칼날의 한기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단군은 하늘을 우러보며 미소 지었다.


“이 산을 넘으면,

우리는 동쪽 바다로 흐르는 새 강을 만날 것이다.

거기가 곧, 새로운 나라의 터전이다.”


사무랑은 해동의 검을 뽑아 들고 산맥 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이 검이 저 산을 베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저와 우리 모두의 의지는,

어떤 벽도 넘어갈 것입니다.”


바람이 검 끝을 스치며 푸른 빛을 일으켰다.

마치 하늘이 그 결의를 인정하는 듯했다.


■ 5. 첫 화의 마무리


그리하여 단 지파를 이끌고 동쪽을 향하는 단군의 대행렬은

드디어 알타이산맥 등정을 시작했다.


사무랑은 단군을 호위하며 가장 선두에서 발을 내디뎠다.


그의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들고 있는 해동의 검은

이미 새로운 역사와 문명의 탄생을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여정은

곧 중앙아시아 초원을 지나

동방의 땅, 해 뜨는 나라의 기원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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