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역

-남도기행

서울역에서 순천행 통일호 기차가

지네 같은 몸 한 번 흔들어 대고

쇳소리와 함께 힘을 주며 출발했다.

쿨럭거리며 종착역 향해 전진하는 기차

비껴 지나가는 풍경에서 시선을 거두고

초라했던 일상들을 하나씩 창밖으로 버렸다.

기차를 끈질기게 따라오던 아파트 무리가

대전을 지나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대신

초록으로 변장한 산과 들판들이 나 보란 듯

가슴 속으로 불쑥불쑥 머리를 들이밀어

회색 도시에 진저리난 마음을 쓸어갔다.

유배의 땅 등 굽은 채 신음하던 세월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지 않냐며

너는 또 뭐하러 오느냐. 돌아가라 하며

남도의 산하가 핀잔을 주었는지

따가운 햇볕 창문으로 몰려와서 잉잉거렸다.

팔월 남도 통일호 기차의 그르렁거리는 소리

바다가 가까워졌는지 낯선 여행의 그리움들이

복병처럼 한꺼번에 달라붙어 엉겨와 목이 말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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