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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Feb 15. 2023

감사 전담 조직 설치로 회계 투명성 확보

제7장 두 번째 핵심 요소: 대학 네트워크 재정의 국가 책임화 -3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앞서 제2장에서도 살펴본 바 있듯이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에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데에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9년 교육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과반수가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에 대해 반대한다고 응답했다(그림7-3)(각주1).


그림7-3 사립대학 지원 확대에 대한 의견(2018~2019년)    

자료: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2019).     


국민들이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대학교육을 사적인 영역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대학이 대부분 국립대학이고 등록금이 없거나 아주 낮기 때문에, 그 나라 국민들은 대학 교육까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생각하고 대학은 국가의 예산을 받아 학교를 운영한다. 그러므로 유럽 국가들에서는 대학이 공적인 영역의 교육기관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때 국가에서 국립대를 설립하기보다 각 지역의 유력한 재력가들에게 사립대학 설립을 권장했다. 그래서 전체 대학의 87%가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가 지출하는 고등교육 예산이 매우 적은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대학 교육은 원하는 사람이 자기 돈을 내고 배우는 사적 영역의 교육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거기에 교육부 감사 때마다 대학의 부정·비리 사례가 수시로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대학 운영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학 법인은 창립자와 법인의 소유권이 일부 인정받기는 하지만 엄연히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는 공적인 기관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대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고 국민적 공감대 아래에서 적극적인 대학 교육의 질 제고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국가의 고등교육 예산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사립대학을 지원하는 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 


대학 감사가 있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각종 부정·비리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의 대학 감사 시스템 자체가 너무나 부실하다는 사실이다. 교육부 감사규정 제4조(표7-3)에 의하면 ‘국공립대학은 3년을 주기로 종합감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립대학은 필요한 경우에 실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2020년에 와서야 사립대학의 감사 주기에 대해, 5년 이상 외부 감사를 받지 않았으면 우선 감사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강화했지만 이것도 교육부가 감사를 진행할 여력이 될 때라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가 사립대학에 대한 교육의 질에 무관심한 것뿐 아니라 그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마저도 직무유기 수준이었음을 나타낸다.      


표7-3 교육부 감사규정                    


물론 교육부에서 종합감사가 아니라도 각 대학은 자체적인 감사 시스템을 갖추기로 되어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의 대학은 이사회 내 공인회계사 자격을 가진 감사를 두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내부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리 없었고 학교 법인이 의뢰한 외부 감사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립대학에 대한 감사 기능을 방치하다시피 한 결과로, 2019년에 와서야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등 16개 대학 사립대학이 ‘개교 이래 첫’ 정부의 종합감사를 받게 되었다. 이때까지 “전체 278개 사립대학 중 개교 이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은 111개 대학”으로 전체 사립대의 40%나 되었다. 


개교 이래 한 번도 제대로 된 감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 만큼, 첫 종합감사의 결과는 심각했다. 연·고대 등 대규모 사립대 9곳을 감사한 결과, “적발한 부정 사례는 448건이었고 309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 중 회계 부정이 148건(33%)으로 최다”(각주3)였다. 이후 교육부가 2020~2021년에 실시한 16개 사립대에 대한 감사에서도 “총 50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하여 해당 대학에 통보”(각주4)했다. 사립대학에 대한 감사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알고 나면 국민들이 사립대 재정 지원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된다. 제대로 된 감시 기능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소중한 국민 세금을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사립대의 회계 시스템을 믿지 못하고 정부는 대학 지원에 소극적이며, 그 결과로 대학 교육의 경쟁력이 형편없이 낮은 현재의 상황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대학 교육, 나아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지속 가능하리라는 희망이 없다.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는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신뢰 가운데 국가가 전폭적 재정 지원으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모델이다. 그렇다면 대학 네트워크는 회계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하나의 조직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독립적인 감사 전담 조직이 설치되어 상설로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대학의 재정·회계 부정 등 방지방안’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대학 내에 명문화된 감사기구가 없거나, 있더라도 독립성이 부족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공립대와 사립대 각각 42개 대학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표7-4)(각주5), 국공립대학 42곳 중 34곳(81%), 사립대학 42곳 중 30곳(71%)이 대학 내부 감사 전담 조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7-4 예산규모별 감사전담조직 유무

자료: 국민권익위원회(2019). 대학의 재정·회계 부정 등 방지방안.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체 감사 활동이 모범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로 한국전력공사를 들고 있다(그림7-4).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전력공사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7개 팀 총 68명으로 구성된 감사부서에서 자체 감사, 특정감사, 청렴 업무, 민원 조사, 현장 암행 감찰을 수행하여 2016~2018년 감사원의 ‘자체감사활동평가’에서 A등급(우수) 평가를 받았다(각주6).

      

그림7-4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전담조직 사례(한국전력공사)    

자료: 국민권익위원회(2019). 대학의 재정·회계 부정 등 방지방안.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 역시 운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감사 전담 조직이 설치되어 참여대학들의 회계 투명성을 철저하게 검증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감사 결과 및 관련된 정보공개, 내부신고자 보호, 부패 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기준 명시 등의 추가적인 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 네트워크의 감사 전담 조직은 충분한 인력과 조직을 갖추고 활동하게 된다. 현재 교육부가 시행하는 감사 인력 규모로는 다수 대학의 회계 감사를 상시로 시행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연간 종합감사 대상 학교수를 기존 3곳에서 5곳으로 늘리고, 2020년 이후에는 매년 10곳으로 늘리겠다”라고 밝혔지만 매년 10곳씩 감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모든 대학이 감사를 받는 주기는 아직도 길다. 대학 네트워크는 매년 회계 감사를 받도록 운영하여 국민들로부터 회계 투명성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각주

1) 한국교육개발원(2019). 교육여론조사 2019. p.154.

2) 경향신문(2019.6.24.). 고려․서강․연세 등 16개 대형 사립대, 시민감사관 20여 명이 첫 ‘종합감사’.

3) 서울신문(2021.3.24.). 연․고대 등 사립대 9곳 첫 종합감사했더니 ‘징계 309명’ 우수수.

4) 대학저널(2021.5.26.). “사립대 자체 감사 눈 감고 하나”.

5) 국민권익위원회(2019). 대학의 재정·회계 부정 등 방지방안. p.14.

6) 국민권익위원회(2019). 위의 자료.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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