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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Feb 15. 2023

전폭적 재정 지원의 규모와 방식은?

제7장 두 번째 핵심 요소: 대학 네트워크 재정의 국가 책임화 -2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 지원을 통해 네트워크 참여대학의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원되는 재정의 규모는 대학 입장에서 생각할 때 학생 선발권을 포기하더라도 여유 있는 재정 운영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어야 할 것이고, 학생·학부모 입장에서는 대학 서열 경쟁을 치열하게 하지 않아도 좋은 교육 여건에서 공부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여길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에 대한 재정 지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까? 하나의 정책 제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구체적인 예산 계획이 필요하다. 대학 네트워크와 관련한 여러 정책들은 저마다 재정 지원 방식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중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학입학보장제에서 제안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대학입학보장제에서는 “대학, 교수, 학생이 고르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학생에게는 실질적인 반값(또는 무상) 등록금, 대학에게는 교수 1인당 학생을 OECD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수 임금과 대학 특성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경상비, 교수에게는 정부의 프로젝트에 목매지 않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비를 지급”(각주1)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정 지원의 혜택이 대학, 교수, 학생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자는 접근 방법은 매우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다양한 교육 주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네트워크에 참여할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입학보장제에서는 대학 네트워크에 40개 대학이 참여하는 경우의 운영 예산안을 <표7-1>(각주2)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학교당 학부 재학생을 평균 1만 명 정도로 계산하여 40개 대학의 재학생이 40만 명 정도 된다고 가정하고 추산한 액수이다. 

     

표7-1 40개 대학이 네트워크 참여 시 운영 예산안 예시                    

자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학입학보장제 3대 입체 전략(2021)


<표7-1>을 보면 먼저 학생에게는 무상 등록금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학비 부담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에서는 현재 국가장학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저소득층의 경우 등록금 부담을 상당히 줄여준 것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대학생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있고 경제적 부담은 학업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이다.


무상 등록금을 얘기하면 지나친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겠지만 사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무상등록금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영국 등의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대부분 대학 교육까지를 공교육으로 보고 국가의 책임을 당연히 여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을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서 대학 무상교육이 아직 생소하게 다가오는데, 이미 대학 진학률이 60%를 넘어선 만큼 대학 교육을 초중고 교육과 마찬가지로 온 국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입시 경쟁을 줄이면서도 대학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공적인 의미를 갖는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 참여 대학부터 무상 등록금 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가 될 것이다. 2018년 기준 대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은 평균 670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 등록금을 40만 명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약 2조 7천억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의 교수 채용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림7-2>(각주3)에서 보듯,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수는 26.4명 정도인데, 이는 OECD 평균인 15명보다 훨씬 많다. 우리나라 대학이 얼마나 교육 여건이 열악한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갖은 고생을 하며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소위 콩나물시루 강의실에서 다인원 수업을 받고 나면 대학 교육에 대한 기대 자체가 크게 수그러드는 것이 현실이다.


그림7-2 고등교육 기관 교원 1인당 학생수(2019년)    


자료: OECD(2021). Education at a Glance 2021. Table. D2.2.,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2021). 2021 간추린 교육통계. p.48 


대학 네트워크의 교육의 질을 높인다고 할 때 교수 1인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의 숫자를 확보하여 양질의 교수-학습 여건을 갖추는 것이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대학입학보장제의 추산에 따르면 교수 1인당 학생수를 23.7명에서 15명으로 낮추는 데 40개 대학 기준 9,800명의 추가적인 교수 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연간 7,350억 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이와 같이 교수의 채용을 늘리는 것은 우리나라 학문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강사의 신분 안정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다수의 학위 취득자들이 대학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면 한국 대학의 연구 분위기가 함께 살아날 것이라 기대된다. 대학 네트워크에 소요되는 예산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예산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쓰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네트워크 대학에는 대학당 200~300억 원씩 경상비가 지원된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처럼 사용처가 한정되어 있는 목적경비로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들이 각자의 계획과 특성에 맞게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분야에 자율적인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물론 회계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지원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40개 대학 참여 시 9,500억 정도가 소요된다. 


마지막으로 대학 네트워크의 교수들에게는 1인당 연 2,000천만 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여기에는 5,340억이 책정되었다. 대학입학보장제에서는 교수 연구비로 산출되어 있지만 필요에 따라 석박사 학생들도 함께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법도 있다.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의 예산 규모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40개 대학이 네트워크를 구성할 때 4조 9천억 원이 소요된다면 네트워크가 더 확대될 경우에는 필요한 예산이 더 많아질 텐데 이렇게 많은 예산이 필요한 정책이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이다. 물론 조 단위의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그에 따른 고등교육 분야 공교육비를 따져보면 달리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표7-2>(각주4)는 교육부에서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표7-2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                    

자료: 교육부 보도자료(2022.10.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 결과발표. 


<표7-2>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고등교육 분야에서 OECD 평균에 비해 정부는 지출을 적게 하고 민간은 많이 하고 있다. 201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924조 원이기 때문에 GDP의 0.6%인 11.5조 원에서 0.9%인 17.3조 원으로 늘린다면 5.8조 원을 늘릴 수 있다. 또한 2010년대 초반의 OECD 평균 GDP 대비 고등교육비 비율 수준인 1.1%의 21.1조 원을 확보하면 9.6조 원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에서 OECD 평균 수준만 고등교육비를 지출해도 단번에 5조 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고등교육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1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동안 대학 교육 발전에 너무나 무관심해 왔고 경제 규모에 걸맞은 대학 재정 지원을 외면해 왔다. 이제 우리나라 교육의 최대 고민거리인 지나친 입시 경쟁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대학 교육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한 새 틀을 짜는 일에 전폭적인 재정을 할애해야 마땅하다.           


각주

1)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17). 새 시대 모두를 위한 대입제도 ‘대학입학 보장제’. p.45.

2) 서울특별시교육청·사교육걱정없는세상(2021). 대학서열해소 방안 마련을 위한 특별 포럼 자료집. 제4발제: 대학입학보장제 3대 입체 전략. p.96.

3) OECD(2021). Education at a Glance 2021. Table. D2.2.,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2021). 2021 간추린 교육통계. p.48. 그림은 대학지성 In&Out(2022.2.27.). 2021 고등교육비표 국제비교④에서 재인용. 

4) 교육부 보도자료(2022.10.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 결과발표.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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