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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Feb 15. 2023

초중등 예산을 빼서 대학에 쓰겠다고?

제7장 두 번째 핵심 요소: 대학 네트워크 재정의 국가 책임화 -4

대학 네트워크 재정을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법률로 그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 네트워크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수조 원에서 많게는 10조 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한데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이 예산이 들쭉날쭉 한다면 네트워크가 안정감 있게 운영되기 어렵다. 


초중등교육의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있어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중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에서 정하는 금액을 제외한 금액’을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초중등교육을 위한 교부금으로 지원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인 재정 확보 근거가 고등교육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대학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재정 확보 방법을 반드시 법률 내용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대학 예산의 법적 근거 마련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갈 내용이 있다. 바로 초중등 교육 재정은 여유가 있으니 당장 고등교육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우면 우선은 초중등 예산의 일부를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실제로 2022년 말 정부는 “국제 비교를 해봐도 우리나라는 OECD 평균 대비 1인당 초·중등 공교육비는 1.4배 수준인데 고등교육비는 0.6배로 매우 낮은 수준... 이에 정부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교부금 교육세분의 일부와 일반회계 추가지원분을 활용해서 고등·평생 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한다”(각주1)고 밝혔다. 여기서 교육교부금 교육세가 현재 초중등교육 예산에 해당하는 것으로 2022년 기준 3조 6천억 원가량 된다. 즉, 초중등 교육 예산 중 3조 원 정도를 고등교육 예산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가 인용한 자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의 ‘교육단계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표7-5)’(각주2)인 것으로 보인다.


표7-5 교육단계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


<표7-5>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초등교육과 중등교육비는 높고 고등교육비는 낮으므로 표면적으로 생각하면 많은 쪽에서 떼어다가 적은 쪽으로 옮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과연 그런 방향이 옳은지 의문이 든다. 먼저 같은 자료인 OECD 교육지표 2022에 나오는 ‘공교육비 정부지출-민간지출의 상대적 비율(표7-6)’(각주3)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초중등교육의 정부지출 비율(90.4%)이 OECD(90.2%)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대신 고등교육의 정부지출 비율(38.3%)은 OECD 비율(66.0%)에 비해 턱 없이 낮음을 볼 수 있다.           


표7-6 공교육비 정부지출-민간지출의 상대적 비율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


<표7-5>와 <표7-6>의 자료를 같이 생각해 보면, 초중등교육의 1인당 공교육 금액 자체는 높지만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 자체는 OECD와 큰 차이 없다는 것과, 대신 터무니없이 낮은 정부 부담 고등교육비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정부 부담 고등교육비는 국가 경제력 수준에 비해 무책임하다 싶은 정도로 낮은 비율이며, 초중등교육 예산을 끌어올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 자체 예산을 확보하는 데 힘쓰는 게 바른 방향이다.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의 여건이 예산을 삭감할 만큼 많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1>의 ‘교사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당 학생수(2019년 기준)(그림7-5)’(각주4)로도 파악할 수 있다.      


그림7-5 교사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당 학생수 추이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1.     


<그림7-5>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갈수록 좋아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나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에서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단순 수치를 가지고 초중등 예산을 고등교육으로 전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고등교육 예산을 국가의 미래를 보며 전폭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별도의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처음 논의하고자 했던 주제로 돌아와서, 고등교육 재정정을 확보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고등교육 예산 확보에 대한 정책 제안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추진되어 온 것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다. 앞서 고등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중등 교육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있는 이유는 초중등 교육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지탱하고 있기 때문임을 살펴보았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제안은 초중등 교육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듯이 고등교육 재정 분야에서 별도의 교부금법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고등교육교부금법은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시되어 왔는데, 최근에 서동용 의원 외 9명의 국회의원이 발의안 법안에 의하면 GDP의 1.1%에 해당하는 금액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표7-7).      


표7-7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 주요 내용(서동용의원 대표발의)                    


고등교육교부금법에서 제시한 GDP 1.1%의 예산을 확보하면 2020년 기준 21조 원의 고등교육 예산이 확보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이 10.8조 원이었으므로, 고등교육교부금법이 시행되면 단번에 10.2조 원의 대학 재정이 확충되는 것이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표7-8>과 같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면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는 고등교육교부금을 활용하여 추진하는 것으로 법적인 기반을 마련하면 된다.     


표7-8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확보되는 고등교육 재정 추산(2020년 기준)                    


만약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어려울 경우 ‘대학서열해소와 고등교육발전을 위한 특별법(가칭)’ 과 같은 별도의 법안을 제정하고 그 안에 재정 확보 방안을 명시하는 방법도 있다. 이 특별법안의 내용 안에 GDP의 1.1% 수준의 예산 범위 안에서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의 운영비를 확보하도록 명시하거나,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가 OECD 평균 이상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확보하도록 하는 방법, 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처럼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재정으로 확보하고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에 우선 지원하도록 명시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 


대학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회계 투명성을 전제로 하여 국가가 대학 재정을 지정하는 것에 법적인 근거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그 방법에는 대학 지원 예산 확보에 법률을 만들고 그 안에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에 대한 우선적 지원을 명시하는 방법과 아예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그 안에 대학 네트워크 재정 확보에 관한 법률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법이 있다. 또 대학서열 해소와 대학 교육 발전을 위한 재정은 초중등 교육 재정과는 별도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할 점이다.           


각주

1)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2.11.15.).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방향 발표.

2) 교육부 보도자료(2022.10.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 결과발표. p.3.

3) 교육부 보도자료(2022.10.3.). 위의 자료. p.4.

4) 교육부 보도자료(2021.9.1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1 결과발표.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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