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사교육비, 다 같이 멈추려면 -4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문제는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한 가지 희망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 있다. 지속되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고 2021년부터 대입 지원자 수가 대학입학 정원보다 적은 상황이 되었다는데, 이런 추세로 가면 입시 경쟁이 저절로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메가스터디교육의 공동 창업자이자 ‘사교육계의 총수’로 불리는 손주은 씨는 “10년 안에 사교육은 사라질 것.. 앞으로 나타날 인구구조는 거의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영어단어 외우고 수학 문제 풀어서 대학 잘 가는 것은 이제 전혀 쓸모가 없게 될 것”(각주1)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예견대로 과연 학령인구 감소가 입시 경쟁의 완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통계청이 2017~2067년 동안의 학령인구를 예측한 내용(각주2)을 보면 우리나라의 학령인구는 급격히 줄어든다. 초중고 및 대학에 다니는 학생을 모두 더한 숫자가 2017년에 846만 명이라면, 2030년에는 608만 명, 2040년에는 520만 명, 그리고 2067년에는 364만 명으로 줄어든다. 현재의 출생률 추이를 반영한 추산치이다(그림1-8).
그림1-8 학령인구 연령구조, 2017~2067년
자료: 통계청(2019).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이 수치를 대학입학 정원과 대학진학대상 인원으로 한정시켜 정리하면 <표1-6>과 같다. 이 추계는 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것(각주3)으로, 대학입학 정원은 2021년 정원인 47만여 명으로 유지되고 고교 졸업생 중 대학 진학률도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이다. 추계 결과를 보면 2021년에 4만여 명이 부족한 것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는 7만여 명이 부족하고, 2025~2031년에는 잠시 정체되다가 2032년부터는 급격히 부족 인원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표1-6 2020~2040년 대학 입학가능인원 추계
자료: 대학교육연구소(2022).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보고서.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면, 대학에 들어갈 학생 수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더 많으니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대학은 문을 닫고 학생들은 입학 걱정 없이 원하는 대학을 골라서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대학교육연구소는 위의 보고서에서 대학 미충원 문제가 지방대학에 집중되어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2021학년도 대학 입시 결과 미충원이 4만 명에 달했는데 수도권 4년제 대학은 99.2%의 충원율을 보인 반면, 지방 4년제 대학은 92.3%, 지방 전문대학은 82.7%의 충원율을 보였다는 것(각주4)이다. 또한 2028년의 만 18세 학령인구가 28만 명 정도가 될 전망인데, 현재 수도권대학과 지방 국립대학 입학정원이 약 26만 명임을 감안하면 수도권대학과 지방 국립대학만으로 학생 충원이 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각주5) 경고하고 있다. 즉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는 지방대학에 집중될 뿐 수도권 대학 중심의 입시 경쟁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조영태 교수 역시 전체 대학입학 경쟁은 약해지겠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 중심의 경쟁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그는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시민 대상 특강에서 있었던 학생 청중과의 대화를 소개(각주6)하고 있다.
학생: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인 4년 뒤에는 학생 수가 줄어 대학에 들어가기가 쉬워지나요?
조영태 교수: 아저씨가 보증하는데, 학생은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정말로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을 거예요.
학생: 진짜요. 어느 대학이요.
조영태 교수: 전국에는 거점대학이라 불리는 아주 좋은 대학들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정말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학생: 거점대학이요? 그럼 지방대학이네요. 거기는 경쟁률이 낮을 거니까 가기 쉬울지 몰라도 지방대학이잖아요. 저는 서울에 있는 대학 가고 싶은데요.
같은 기고문에서 조교수는 “인구학의 관점에서 보면 대입 경쟁률은 줄어들 것이 분명한데 실제로 학생들이 느끼는 심리적 경쟁률은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수치적인 대입 경쟁률이 낮아지더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실제적인 경쟁 압박은 낮아지지 않는 원인은 우리나라의 학벌 사회로서의 특징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대학에 들어가는지가 중요하며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서 사회적 프리미엄을 누려야 하기 때문에 입시 경쟁은 줄어들기가 어렵다.
조귀동은 그의 책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번듯한 일자리를 의미하는 ‘10퍼센트 울타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력이라는 출입증이 필요한데, 이 ‘좋은 대학’의 지위를 얻는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이 급증했다(각주7)고 지적한다. 그 근거로 제시된 김영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 비율은 높아지는데, 조사 당시의 30대보다 20대에서 그 경향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각주8)고 한다(그림1-9). 즉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림1-9 가족 배경과 서울소재 대학 졸업자 비율
자료: 김영미(2016). 계층화된 젊음: 일, 가족형성에서 나타나는 청년기 기회 불평등.
명목상의 대입 경쟁률이 낮아진다고 해도 수도권 대학 중심의 대입 경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은 날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가 입시 경쟁 완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건 어렵다. 결국 사회의 변화가 저절로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적극적으로 대학서열 해소를 위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구체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주
1) 머니투데이(2019.10.22.). [인구콘서트]학벌+성공 공식 끝났다..새 패러다임 절실한 교육. 해당 강연은 2019.10.22에 머니투데이에서 주최한 ‘2019 인구이야기 팝콘(PopCon)’에서 있었다.
2) 통계청 보도자료(2019).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2019.3.28.일자)
3) 대학교육연구소(2022).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정원 정책을 중심으로.
4) 대학교육연구소(2022). 위의 보고서 p.1.
5) 대학교육연구소(2022). 위의 보고서 p.2.
6) 중앙일보(2019.3.28.). 학생수가 줄면 대학 가기 쉬워질까.
7) 조귀동(2020). 세습 중산층 사회. pp.117~118.
8) 김영미(2016). 계층화된 젊음: 일, 가족형성에서 나타나는 청년기 기회불평등.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