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들어가는 데만 신경 쓰는 대학 -1
입시 사교육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극성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에는 항공기 운행까지 제한할 만큼 온 나라가 대학 입시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의 대학 교육 수준은 어떨까?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대학 생활 만족도가 낮다는 것은 흔히 알려진 사실이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2,8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35.9%가 현재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으며, 대학생활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 평균 5.5점을 기록했다.(각주1) 10점 만점에 5.5점이라면 100점으로 환산하면 55점으로서 수우미양가 중에 ‘가’에 해당하는 낙제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도 다르지 않다. 4년제 대학 62개교의 42,6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전공 수업의 교수·학습 만족도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4.3%에 머물렀고, 학생지원의 질에 대해서는 ‘만족한다’의 비율이 50%를 넘지 못했다(표2-1,표2-2).(각주2)
표2-1 전공 수업의 교수·학습 만족도 ‘만족한다’ 이상 응답률(2014년, 단위:%)
자료: 한국교육개발원(2014). 4년제 대학의 교수·학습 역량 진단.
표2-2 학생지원의 질에 대해 ‘만족한다’ 이상 응답률(2014년, 단위:%)
자료: 한국교육개발원(2014). 4년제 대학의 교수·학습 역량 진단.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었던 2021년에도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인 알바천국에서 대학생 2,6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동안의 비대면 강의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65.7%였다.(각주3) 결국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대학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50~60%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초중고 12년 동안 많은 고생을 거듭한 끝에 들어간 대학인데, 입학 이후 대학 교육의 수준에 대해 많은 대학생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질이 낮은 원인은 의외로 간단히 찾을 수 있다. 바로 대학 교육에 투여되는 재정, 즉 돈이 적기 때문이다. <표2-3>을 보면 우리나라는 초중등 교육에서는 OECD 평균을 넘는 공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단계인 고등교육에 있어서는 놀랍게도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각주4) 여기서 공교육비는 국가에서 지출하는 금액을 말한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대학에 지출하는 금액이 선진국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얘기다.
교육의 질은 교수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가르치는지, 또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와 같은 질적인 면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교육 시설이나 교수 1인당 학생수 등에서 양적인 여건이 열악하다면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가에서 대학에 지출하는 돈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이만큼의 발전을 해왔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표2-3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2016년 회계연도 기준, 단위 : $)
자료: 교육부 보도자료(2019). OECD 교육지표 2019.
우리나라는 정부가 대학교육에 쓰는 돈이 적기 때문에 대학 교육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을 낼 수밖에 없다. <표2-4>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은 OECD 국가 중 국공립은 8번째, 사립은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유럽 선진국들의 대학이 대부분 국공립이면서 등록금도 아예 없거나 매우 낮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각주5)
표2-4 대학등록금(학부 수업료 기준, 단위: $)(각주6)
자료: 교육부 보도자료(2019). OECD 교육지표 2019.
학생들이 부담하는 대학등록금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더 이상 등록금 인상을 할 수도 없다. 정부의 지원이 적은 상황에서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하고 있지만 교육부에서는 국가장학금 지원을 도구 삼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막고 있다. 교육부가 시행하는 국가장학금 제도는 I유형과 II유형이 있는데,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국가장학금 II유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에서 제외된 대학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대학으로서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사실상 대학등록금은 10년 이상 동결된 상황이다.
국가는 대학에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내면서도, 낙제점 수준의 교육을 제공받는 상황이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상황이다. 대학도, 학생도, 심지어 국가경쟁력에도 좋지 않은 이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대학서열이 고정화되어 있어서 대학입학 이후의 교육 수준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들어가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대학 교육의 질이 낮더라도 그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니 국가가 대학 교육의 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지속되더라도 학생은 학생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경쟁의 고통과 경쟁 이후의 허탈함에 지쳐갈 뿐이다. 하루속히 대학서열화를 해소하여 대학입학에 대한 관심은 대폭 줄이고 대학 진학 이후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데 관심을 집중야 한다.
각주
1) 잡코리아(2017.5.25.). 대학생 10명 중 3명, ‘대학생활 만족 못 한다!’.
2) 한국교육개발원(2014). 대학의 교수·학습 질 제고 전략 탐색 연구(II) -4년제 대학의 교수·학습 역량진단-.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 RR 2014-10. pp.378~379. 표 재구성.
3) 뉴시스(2021.6.27.). 대학생 비대면 수업 만족도는 68.2점...‘대면수업’ 찬반 엇갈려.
4) 교육부 보도자료(2019). OECD 교육지표 2019(2019.9.10.일자)
5)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20). 코로나19로 인한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한 논평(2020.6.1.일자).
6)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20). 위의 보도자료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