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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Jan 12. 2023

정부의 재정 지원도 서열화되어 있다니

제2장 들어가는 데만 신경 쓰는 대학 -2

앞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정부 부담 대학교육비가 매우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세계 10위 이내의 경제적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대학 재정 지원에 인색한지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먼저 생각해 볼 원인은 전체 대학에서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펴낸 교육통계연보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수는 426개인데 이중 369개가 사립이며, 학생 수로는 전체 대학생 320여만 명 중에 사립대 학생 수가 약 248만 명 정도 된다(표2-5).(각주1) 다시 말해 사립대학은 대학 수로는 86.6%, 학생 수로는 77.5%를 차지한다.      


표2-5 2021년 국공립, 사립대학 비율            

자료: 한국교육개발원(2021). 2021 교육통계연보. 표 재구성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이유는 대학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교육기관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엄연히 공공재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사립학교는 사립 재단의 소유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다행히 초중고까지는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사립고등학교가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지만, 사립대학에 대해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국민적 거부감이 많이 남아있다(표2-6).(각주2)

      

표2-6 사립대학 지원 확대에 대한 의견(2018~2019)    

자료: 한국교육개발원(2019). 교육여론조사2019.     


사립대학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거부감이 큰 데에는 해마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립 재단의 각종 부정부패 사건들도 한몫을 하고 있다. 재정 운용이 투명하지 않은 사학 법인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할 경우 사립 재단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 재정 투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각종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표2-7).(각주3) 대학에 대한 지원을 안 할 수는 없으니 각종 사업 이름을 붙여서 대학에 대한 지원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립대학에 대해 일괄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일정한 조건을 갖춘 대학에 한해 지원한다는 명분이 생긴다. 그런 이유로 ACE사업(대학자율역량강화)이니, PRIME사업(산업연계교육활성화)이니 하는 이름만 들어서는 쉽게 알기 어려운 각종 재정지원사업들이 확대되어 갔다.

    

표2-7 대학 재정지원사업 변천    

교육부(2018).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안).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각종 사업을 통해 전개하는 방식은 성과도 있었지만 여러 문제점도 노출하였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대학이 사업 대상에 선정되기 위해 행정 서류 준비에 과도하게 얽매이게 된다는 점, 또 재정 지원을 많이 받는 대학과 적게 받는 대학의 편차가 벌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한 가지 간과하기 어려운 점은 재정 지원액이 결국 대학서열 순서를 반영하게 된다는 점인데, 교육부에서는 각종 평가 지표에 따라 공정하게 지원 대상 대학을 선정했다고 주하지만 지원된 액수를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서열 높은 대학이 많은 사업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표2-8>은 2018년의 BK21+ 사업의 상위 수혜대학을 나타낸 표(각주4)인데, 놀랍게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개 대학이 전체 BK21+사업의 33.1%의 금액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10개 대학이 무려 65.9%의 지원액을 독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2-8 2018년 대학 재정지원 사업 중 BK21+ 상위 수혜대학 (단위: 백만원, %)                    

자료: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19). 대학별 정부 재정지원 현황 분석자료.


대학별 재정지원액의 편차는 BK21+를 포함한 전체 재정지원액을 비교해 보아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역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개 대학이 전체 지원액의 10.2%를 독식하고 있으며 상위 10개 대학이 17.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표2-9).(각주5)


<표2-9> 2014~2018년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 상위 수혜대학(국립대 제외, 단위: 백만원, %)

자료: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19). 대학별 정부 재정지원 현황 분석자료.     


대학이 입학 성적순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서열 높은 대학이 사업비를 많이 따내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수가 400개가 넘는데 극소수의 대학이 대부분의 사업비를 독차지한다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대학서열을 부추기는 셈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서는 서열 높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교육 여건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상위권 대학입학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2018년 이후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단순화하고 여러 대학에 일괄적인 재정지원을 하는 비율을 높여가고 있는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산학협력(LINC+)사업이나 BK21+사업 등 대학 간 지원액의 편차가 크게 나는 특수목적지원 사업 비중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대학서열에 따른 정부 지원액의 차이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대학서열이 해소되어 어느 대학을 진학하든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학생이라면 충분히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재정 지원이 골고루 이루어지는 여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1) 한국교육개발원(2021). 2021 교육통계연보. p.758.

2) 한국교육개발원(2019). 교육여론조사2019.

3) 교육부(2018).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안).

4)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19). 대학별 정부 재정지원 현황 분석 보도자료(2019.10.17.)에서 재인용.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박용진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하여 발표한 보도자료. 

5)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19). 위의 보도자료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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