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사교육비, 다 같이 멈추려면 -3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사회 각계의 우려가 쏟아진 지 오래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격차도 큰 편이어서 말 그대로 처참한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출산율은 0.81명인데 UN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98개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한국 외엔 없었다.(각주1)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2019년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이고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스페인의 합계출산율은 1.2명이다.(각주2)
표1-3 OECD 국가 합계출산율 비교(단위: 가임 여자 1명당 명)
*OECD 회원국은 2019년 자료, 대한민국은 2019년과 2021년 자료
자료: 통계청(2022). 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통계. 자료 재구성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 왔다. 감사원에 따르면 저출생 관련 예산은 2006~2020년까지 380조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각주3)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저하는 막지 못했고, 딱히 기억에 남는 저출산 대책도 없는 것을 볼 때 출산율 저하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보인다. 물론 저출산 문제는 취업률과 각종 사회안전망 등 국민의 삶을 결정짓는 여러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교육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실시한 저출산 국민인식조사에 의하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교육비 등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때문(64.3%)’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림1-7).(각주4) 자녀를 낳지 않는 원인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에서 교육비 등 자녀 양육비라는 응답이 1위로 집계된 것이다.
그림1-7 저출산의 원인 설문 결과(복수응답, 단위:%)
자료: 인구보건복지협회(2017). 저출산 국민인식조사.
그렇다면 자녀를 양육하는 데 소요되는 실제적인 비용은 어느 정도 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4,0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평균 72만 1천 원이 들어간다(표1-4).(각주5) 그런데 <표1-4>는 전체 양육 비용 중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보면 월 72만 1천 원 중 사교육비는 26만 원인데, 영유아 때는 60만 6천 원 중 8만 9천 원, 초등학생 때는 78만 5천 원 중 42만 7천 원, 중고등학생 때는 91만 9천 원 중 50만 6천 원이 사교육비다. 대학생 때에 가서는 사교육비는 줄어드는 대신 대학 등록금 비중이 높아져서 월평균 73만 6천 원 중 공교육비가 28만 원이 들어간다.
같은 보고서의 다른 설문을 보면, 자녀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시기에 대한 물음에 가장 많은 51.5%는 대학 졸업 때까지라고 답하고 있다(표1-5). 그렇다면 월 72만 1천 원씩 대학 졸업 때까지 23년 동안 지출하는 금액을 더해보면 통상 자녀 1명당 평균적인 양육비가 산출되는데 그 액수는 2억 원가량 된다. 즉 우리나라에서 자녀 1명을 낳으면 대략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비용 중의 3분의 1은 사교육비에 써야 하고 그 사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살벌한 입시 경쟁 아래에서 자신의 아이가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자녀를 많이 낳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표1-4 자녀 1인당 월평균 양육 비용(단위: 만원, 명)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1). 2021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 자료 재구성
표1-5 자녀 부양 책임져야 하는 시기
자녀 양육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교육비가 사용되는 아이들의 삶의 모습은 어떨까? <시사IN>의 변진경 기자는 학원가의 아이들이 얼마나 부실한 식사를 하는지를 직접 발로 뛰어 조사한 후 책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을 펴냈다. 학교가 끝난 후 학원가를 전전하는 아이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원 공부 스케줄에 치어서 너무나 부실한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각주6)이다. 그 실태를 보면 참으로 마음이 안타깝다.
“2019년 말, 취재차 찾아간 대치동 학원가는 저녁 식사 시간에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학원이 문을 닫는 밤 10시가 되자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들의 식사 시간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붐비는 곳은 편의점이었고, 버거킹과 맥도널드는 한밤의 급식소였다. 아이들의 식사는 길 위에서도 이어졌다. 학원가 사거리 포장마차 앞에서 아이들이 잔뜩 서서 입을 우물댔다.”(각주7)
“학교 점심 급식은 아예 신청하지 않았다. 줄을 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다. 하교 후 학원에 가면 오후 5시 10분쯤 된다. 첫 학원 수업은 오후 6시에 시작하는데 저녁 식사도 거의 거른다. 그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는 게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토요일, 일요일 모두 온종일 대치동에서 보내지만 밥을 제대로 먹은 적은 별로 없다. 위염은 대치동 아이들에게 아주 흔한 병이다.”(각주8)
아이들의 삶은 이런 상황에 내던져져 있고 교육 경쟁의 비용은 부모에게 부담 지워져 있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저출산 해법을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저출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려면 청년 취업 문제와 부동산 가격 안정 등 사회 전체적인 안전망이 안정화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입시 경쟁이 지속된다면 설령 다른 분야의 사회안전망이 갖추어진다고 해도 출산율이 오를지는 의문이다. 대학서열 구조를 타파하여 적어도 내가 낳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스트레스 없이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저출산 해결에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각주
1) 중앙일보(2022.2.23.). 출산율 0.81명...20년 만에 출생아수 반토막, 인구재앙 온다.
2) 통계청 보도자료(2022). 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통계(2022.2.23.일자).
3) 조선비즈(2022.2.23.). 380조 원 쏟아부어도 OECD 꼴찌, 합계 출산율 0명대...줄줄 새는 저출생 대책.
4) 인구보건복지협회 보도자료(2017). 저출산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2017.8.25.일자). 이 조사는 전국 거주 만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5)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1). 2021년도 가족과 출산조사 연구보고서.
6) 변진경(2022).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아를.
7) 변진경(2022). 위의 책 pp.114~115. 내용 재구성.
8) 변진경(2022). 위의 책 PP.116~117. 내용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