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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Jan 19. 2023

IB는 한국교육을 구할 수 있을까?

제3장 초중고 교육개혁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 -1

2019년에 대구와 제주교육청이 IB 프로그램의 국내 도입을 시작하면서 IB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2022년 들어서는 서울, 경기, 부산 교육청 등 여러 지역에서도 추진 의사를 내놓고 있다. 언론의 기사 제목과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을 보면 IB가 한국교육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IB 시범학교 도입해 한국형 바칼로레아(KB)로”(각주1)

임태희 경기교육감, ‘IB’교육 본격화... 글로컬 인재 키운다(각주2)

하윤수 부산교육감 “IB는 미래교육의 새로운 대안”...내년 초중고 4곳 시범학교 운영(각주3)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대구 IB 운영학교 방문(각주4)


마치 진보교육감이 늘어나던 시기 혁신학교 붐이 일었듯이 IB에서 무언가 교육개혁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번에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IB란 무엇이며 어떤 특징 때문에 이렇게 관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또 IB가 과연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할만한 것일까?


대구광역시교육청 홈페이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IB는 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International Baccalaureate Programme)의 약자로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인 IB본부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학교급별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 과정으로 PYP, 중학교 과정으로 MYP, 고등학교 과정으로 DP, 직업계고 과정으로 CP가 있다.(각주5)


그림3-1 IB 프로그램 소개

자료: 대구광역시교육청 홈페이지     


IB 프로그램은 수업을 포함한 모든 교육 활동에서 IB가 추구하는 학습자상을 달성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학교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고 있다. 원한다고 해서 바로 IB 운영 학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 관심학교에서 시작하여, 후보학교를 거쳐 IB본부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해야 IB 인증학교가 될 수 있다. 2022년 3월 기준 대구에는 6개의 관심학교, 13개의 후보학교, 9개의 인증학교가 있다. 제주에는 7개의 후보학교와 1개의 인증학교가 있다. 다른 교육청은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아직 인증학교는 없는 상황이다.


IB 프로그램이 교육적 품질 면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명확한 교육목표를 향해 일관된 교육이 이루어지며 그 운영에 대한 철저한 품질 관리가 본부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IB가 한국교육에 신선한 메시지를 던지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학생들의 평가에 대해 외부 검증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이 제작한 IB 리플릿의 내용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Q7. DP(고교과정) 평가의 채점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하나요?

IB의 평가는 준거에 따라 학생의 성취를 엄격하게 채점합니다. DP 외부 평가는 우리나라 수능처럼 학생들이 지정된 날짜에 IB 본부에서 출제한 시험을 치르게 되고, 이를 IB 본부 채점관이 중복채점 합니다. DP 내부 평가는 학교에서 교과 교사가 채점을 하고 이를 IB 본부에 제출하면 채점전문가가 무작위로 선별하여 점수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채점의 공정성이 보장됩니다.(각주6)


IB의 고교 과정인 DP의 평가에는 외부 평가와 내부 평가가 있는데, 외부 평가는 전문적인 본부 채점관이 채점하고, 교사들이 채점하는 내부 평가는 그중 일부를 무작위로 외부 채점전문가가 선별 채점하여 채점이 잘 되었는지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외부 검증을 통해 교사들의 채점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외부 검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교사는 더욱 당당하게 평가권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의 외부 검증 시스템이 왜 의미가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입시 시험은 외부 시험인 수능과 내부 시험인 내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둘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정시와 수시로 나누어진다. 또한 정시와 수시 중 어느 쪽의 비중을 높이느냐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초미의 관심사이다. 수능 시험은 객관적인 일제고사가 가능하지만 외부 시험인 관계로 비중이 높아질수록 학교 교육에 파행을 가져올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수능은 학교 교육 없이도 준비가 가능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신 비중을 늘리자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사의 평가를 믿지 못하겠다는 날 선 반응을 보인다.


우리나라 입시가 이런 딜레마 상황에 있기 때문에 IB의 채점 시스템은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사실 교육 내용으로 보자면 우리나라의 교육과정도 결코 질적으 뒤지지 않는다. 그동안 혁신학교나 배움의 공동체, 교수-학습-평가 일체화 등 우리나라에서도 수업 개선에 대한 수준 높은 움직임들이 있었다. 문제는 평가다. IB의 강점은 평가 공정성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IB를 우리나라에 적극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데에는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IB 도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우선 비용의 문제다. 한 학교가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어느 정도 될까? 다음은 일본의 IB 운영학교 사례를 통해서 살펴본 IB 프로그램 운영비 내역이다. 대략 한 학교가 인정교가 되기까지 약 2~3천만 원 정도가 소요되고, 인정학교가 되면 연회비로 매년 1천만 원, 5년마다 IB 기구 방문 평가로 약 4백만 원이 든다. 또한 학생 1인당 DP 수험료가 93만 원 정도 소요된다.(각주7)


표3-1 IB 인정학교에 따른 소요 비용    

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18). IB 교육과정 현황과 쟁점 탐색 세미나 자료집.     


표3-2 학생 1인당 DP 수업료    

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18). IB 교육과정 현황과 쟁점 탐색 세미나 자료집.     


비용 문제 외에 내용 면에서도 IB를 도입하는데 걸림돌이 있다. 그것은 DP 과정에서 배우는 6개 과목(국어,외국어,사회,과학,수학,예술) 중에 두 과목 이상은 반드시 영어로 수업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수업을 한국어로 진행하더라도 평가는 영어로 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소위 귀족학교 논란을 불러오는 요소이다. 매년 수천만 원의 로열티를 스위스 본부에 지불하고 영어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IB 과정을 과연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에 일반화할 수 있을까? IB는 자연스레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 학교, 일부 학생에게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IB의 장점인 교육 내용에 대한 질 관리, 평가 공정성 확보의 시사점을 살리되 외국의 것을 직수입해서 쓸 게 아니라 한국 자체의 평가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궁극적으로 IB를 통해 코리아 바칼로레아(KB)를 만들고자 한다”(각주8)는 서울교육청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비용 문제와 현 입시제도와의 불일치 문제를 지닌 IB 시범학교를 다수 확대해 가는 것보다 시범학교는 사례연구를 위한 필수적인 지정만 하고 곧바로 KB 준비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대학서열화의 측면에서도 IB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아무리 외부 검증 시스템으로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한다고 해도 촘촘하게 서열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평가에 대한 이의제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절대평가 기반이고 대학도 대체로 평준화되어 있어서 평가에 대해 첨예한 이의제기가 적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입시 결과로 인한 이해득실이 크기 때문에 설령 IB가 확대되어 정착된다고 해도 평가에 대한 시비는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IB가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환상을 갖기 보다는, 평가 공정성이라는 IB의 장점을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할 방법을 찾으면서 근본적인 대학서열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각주

1) 한국대학신문(2022.9.16.). [미래교육 IB포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IB 시범학교 도입해 한국형 바칼로레아(KB)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22 서울미래교육체계 기반 구축을 위한 해외 교육 전문가 초빙 강연’을 열고 특별 강연자로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회장을 초빙했다.

2) 중부일보(2022.9.15.). 임태희 경기교육감, ‘IB교육’ 본격화… 글로컬 인재 키운다. 경기도 교육청은 IB 본부와 IB 프로그램 도입과 교육 협력 토대를 마련하는 의향서에 서명했다.

3) 교육플러스(2022.9.28.). 하윤수 부산교육감 "IB는 미래교육의 새로운 대안"...내년 초중고 4곳 시범학교 운영.

4) 경북신문(2022.9.25.).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대구 IB 운영학교 방문.

5) 대구광역시교육청 홈페이지(교육마당>국제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소개).

6) 대구광역시교육청 홈페이지. 2022 국제바칼로레아 리플릿.

7)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18). IB 교육과정 현황과 쟁점 탐색 세미나 자료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자료 ORM 2018-42. pp.26~27.

8) 한국대학신문(2022.9.16.). 위의 기사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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