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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3. 2022

내 얼굴이 어때서!

달콤시리즈 070

내 얼굴이 어때서!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순이는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얼굴을 그렸다.


"여러분!

오늘은 자기 얼굴을 그리는 거예요."

선생님 말을 듣고 어린이들은 자기 얼굴을 도화지에 그리기 시작했다.


순이는 바람 부는 창밖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넌!

못생겼어.

못생겨도 너무너무 못생겼어."

친구들이 한 말이 생각났다.

친구들이 못생겼다는 말을 할 때마다 순이는 속상했다.


"내 얼굴이 어때서!

내 얼굴이 개성 있고 예쁘기만 한데."

순이는 가끔 화장실에서 거울 보며 말했다.


"하필이면!

내 얼굴 그리기야."

순이는 미술 선생님이 자기 얼굴 그리라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으악!"

하고 소리친 순이는 도화지에 4B연필로 낙서를 하고 말았다.


"뭐야!

캠퍼스를 엉망으로 만들 참이야?

낙서한 순이를 보고 도화지가 물었다.


"미안!"

순이가 말하자


"얼굴은 네 것이지만 도화지는 내 것이라고!"

도화지가 더 크게 말했다.


"뭐라고!

내가 문방구에서 산 도화지인데."

순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자


"좋아!

그걸 그리면 친구들이 더 놀리겠다."

도화지는 화난 순이 얼굴이 맘에 들었다.


"이게!

어디서 자꾸 대꾸하는 거야."

순이는 정말 화가 났다.

도화지를 칼로 쓱싹 잘라버리고 싶었다.


"좋아!

아주 좋아!

그 얼굴을 그리는 거야."

도화지는 포기하지 않고 순이 감정을 건드렸다.


"한 마디만 더 하면!

칼로 쓱싹 잘라 버린다."

순이는 도화지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림 나오미 G



"뭐야!

네모 안에 내 얼굴이 있잖아."

순이는 도화지에 한 낙서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봤다.


"이게!

내 얼굴이란 말이지?"


"그래!

바로 순이 얼굴이야."

도화지가 조용히 말했다.


"와우!

괜찮은데."

순이는 도화지에 낙서한 것을 다듬기 시작했다.


"하하하!

내 얼굴이 생각보다 매력 있다니."

순이는 그림을 그리다 말고 한참 웃었다.


"야!

다 그린 거야?"

앞에 앉은 영호가 뒤돌아보며 순이에게 물었다.


"하하하!

순이 너 닮았다."

도화지에 그려진 네모 얼굴을 보고 영호가 말했다.


"그래!

내 얼굴은 네모야.

너희들은 동그란 얼굴이지만 난 네모 얼굴이다."

순이는 대답하면서도 부끄럽지 않았다.


바람이 부는 날은 

분명히 

동그란 얼굴이 네모가 될 것 같았다.

순이는 발표시간이 되자 

앞에 나가 

바람이 부는 날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와!

그렇지! 그렇지!

바람이 불면 동그란 얼굴이 네모가 되겠다."

순이 설명을 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고쳐야지."

하고 말한 친구들이 자신의 얼굴을 고치기 시작했다.

친구들 도화지에 

네모, 세모, 다이아몬드 얼굴이 하나 둘 그려졌다.


순이는 

그날부터 

친구들이 못생긴 얼굴이라고 놀려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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