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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5. 2022

숲으로 간 사람!

달콤시리즈 091

숲으로 간 사람!





"명수야!

오늘 밤에는 할머니 댁에 가서 자고 오자!"

아빠는 아들과 함께 산골짜기 어머니 집에 갈 참이었다.


"네!

아빠 복구(진돗개)도 데려갈까요?"

하고 명수가 묻자


"그래!"

명수는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복구를 데리고 갔다.


"개줄도 챙겨가야 해!"

"알겠어요."

명수는 대답하고 창고로 향했다.


할머니 집 주변에는 멧돼지도 살고 노루도 살았다.

노루들은 할머니가 심어둔 시금치를 먹기 위해 내려왔다.

멧돼지는 할머니 집에 내려오면 창고까지 뒤지고 갔다.

지난겨울에는 창고에 둔 감자까지 찾아서 모두 먹고 갔다.


명수가 복구를 데리고 가려고 한 이유는 멧돼지를 쫓기 위함이다.

복구는 멧돼지와 싸워 물리친 적도 있고 새끼 멧돼지를 죽인 적도 있었다.


"복구!

오늘 밤에 할머니 집에 갈 거야.

너도 같이 갈 거야."

하고 명수가 말하자 복구는 기분이 좋은 듯했다.


"엄마!

할머니 집에 같이 안 가요?"

하고 명수가 묻자


"엄마는 동생이랑 여기서 잘 거야!

아빠랑 잘 갔다 와."

엄마는 아직 갓난아기인 둘째를 데리고 산골짜기까지 갈 힘이 없었다.


"알았어요!"

하고 대답한 명수는 어린 동생이 빨리 컸으면 했다.


저녁을 먹은 뒤,

명수와 아빠는 할머니 집을 향해 출발했다.


"아빠!

오늘 밤에도 멧돼지가 내려올까요?"


"모르지!

먹을 것이 없으면 내려오겠지."

아빠는 산골짜기에 멧돼지가 출몰해 밭농사를 망치고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빠!

멧돼지가 내려오면 복구가 짖을 거예요."


"그렇지!

이제는 멧돼지와 싸워도 지지 않을 거다."

아빠는 어미개가 된 복구가 있어 마음 든든했다.


"복구!

오늘 밤에 멧돼지가 나타나면 싸워서 이겨야 해?"

하고 복구를 보고 말하자


'멍멍! 멍멍!'

하고 복구가 대답했다.


명수는

이십 분을 걸어 산골짜기에 있는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할머니!"

마당을 쓸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 명수가 달려갔다.


"혼자 온 거야?"

할머니는 손자를 끌어안으며 물었다.


"아빠도 와요!

제가 달려와서 빨리 온 거예요."

하고 명수가 말하자


"잘했어!

복구도 이제 다 컸구나!"
꼬리를 흔드는 복구를 할머니가 안아주며 말했다.


"할머니!

멧돼지가 내려오면 복구가 잡을 거예요."

하고 명수가 말하자


"그래야지!"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명수와 아빠는 뒷산으로 올라갔다.

땔감을 구해올 생각이었다.


밤늦게 개 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숲길로 접어드는 집 앞으로 누군가 바람처럼 스쳐갔다.


"누굴까?"

명수는 개가 짖을 때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습관이 있었다.

바람처럼 스쳐간 그림자만 봤을 뿐 그 사람이 누군진 알 수 없었다. 


"그만 짖어!"

명수는 아직도 짖고 있는 복구에게 말했다.

하지만 복구는 계속 숲을 바라보며 짖었다.


"조용히 하라고!"

명수는 더 크게 외쳤다.

안방에서 주무시던 할머니와 아빠 걱정은 하나도 안 한 듯했다.

할머니와 아빠는 명수가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코를 골며 깊은 잠에 취해 있었다.


'휘이익! 후 이익!'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삼월이 막 시작된 날이지만 밖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었다.


"봄이 오긴!

얼어 죽겠다."

명수는 화장실에서 만화책을 꺼낸 뒤 편하게 앉아 볼 일을 봤다.


"히히히!

웃겨!

히익! 히히 히익!"

명수는 만화 책장을 넘기며 웃었다.

가끔!

화장실 문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명수는 화장실에 앉아 만화를 보면서도 조금 전에 숲으로 들어간 사람이 궁금했다.


"무섭지 않을까?"

달도 뜨지 않은 숲길을 밤늦게 걷는다는 걸 명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만화책에서 나온 사람일까?

산골짜기에 누군가 온다는 걸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특히 

할머니 집은 깊은 산골짜기라서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너무 춥다!"

명수는 화장실에서 만화책 읽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부랴부랴 휴지를 꺼내 볼 일을 마친 명수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자야지!"

명수는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자꾸만 조금 전에 바람처럼 사라진 사람이 궁금했다.


"도대체!

밤늦게 숲으로 들어간 이유가 뭘까?"

명수는 그동안 늦은 시간에 숲으로 들어간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사람이 아니었을까?"

명수는 사람이 아닌 동물을 생각했다.


"설마!

멧돼지는 아니겠지."

명수는 자꾸만 떠오르는 그림자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나가서 숲으로 들어가 볼까?"

명수는 가슴속에서 작은 용기가 생겼다.


"아니!

위험한 짓이야."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가봐야지."

명수는 빨리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

일어나자마자 숲에 갈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어머님!"

새벽부터 누군가 할머니를 불렀다.


"누구요?"

하고 할머니가 물으며 문을 열었다.


"어머님!

저 민규 아빠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아니!

누구라고?

민규 아빠!

자네가 어쩐 일이야?"

하고 할머니가 물었다.


"네!

어젯밤에 왔습니다.

너무 늦어서 인사도 못하고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하고 민규 아빠가 말하자


"이 추운데!

산소에서 잤다는 거야?"

하고 아빠가 마루로 나오며 민규 아빠에게 물었다.


"네!

형님도 오셨군요."


"이 사람아!

이 추운 날 산에서 잠을 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빨리 들어와!"

하고 아빠가 민규 아빠 손을 붙잡고 당겼다.


"네! 네!"

민규 아빠는 아빠가 당기는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랫목으로 내려와!"

할머니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명수는 잠결에 방에서 듣고 있었다.

민규가 누군지 모르는 명수는 조용히 안방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가족들은 다 잘 있지?"

하고 아빠가 묻자


"네!

모두 건강합니다."

민규 아빠가 대답했다.


"민규 엄마도 잘 지내지?"

하고 할머니가 묻자


"네!

어머님 잘 지냅니다."

하고 민규 아빠가 말했다.


"몇 년 만이야!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가?"

하고 아빠가 묻자


"벌써! 

이십 년이 지났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참으로 세월이 빠르군."

할머니가 말하자


"그렇죠!

민규도 벌써 스무 살이 되었어요."

하고 민규 아빠가 말했다.


"이제!

청년이 되었구먼."


"네!

지난달에 군대 갔습니다."

하고 민규 아빠가 대답했다.


"서울에서 살지?"

하고 할머니가 묻자


"네!

서울 동대문에서 살고 있습니다."


"많이 변했지?"


"그럼요!

서울이라는 곳이 너무 넓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하고 민규 아빠가 말했다.




그림 나오미 G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로 내려온 거야?"

하고 할머니가 묻자


"네!

갑자기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내려왔어요."


"그렇다고!

죽은 사람을 이 밤 중에 보러 온다고?"


"네!

마지막 고속버스를 탔더니 여기 오니까 너무 늦은 시간이더라고요.

방에 불도 꺼지고 그래서 그냥 산소로 향했습니다."


"이 사람아!

그래도 불러서 깨워야지."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아니요!

조금 춥기는 했지만 산소에서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이곳에서 살던 추억도 생각하며 버틸만했습니다."

하고 민규 아빠가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아침 준비해서 같이 먹자고."

하고 말하더니 아빠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형님!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여길 왔으면 같이 밥을 먹고 가야지."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살다 보면 다 그런 거지."


"맞아요!

바쁘게 살다 보니 이제야 왔습니다."

하고 민규 아빠가 대답했다.


"명수야!"

하고 아빠가 부엌에서 불렀다.


"네!"
명수가 방에서 대답했다.


"샘터에서 물 좀 길러와야겠다."

하고 아빠가 말하자


"네!"

하고 대답한 명수가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방을 나갔다.


"명수구나!"

하고 민규 아빠가 마루에 나온 명수에게 묻자


"네!

안녕하세요."

하고 명수가 대답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항아리에 가득 채워라!"
하고 아빠가 말하자 명수는 물통을 들고 샘터로 향했다.


"누굴까?

민규는 궁금했다."

명수는 샘터를 향해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아빠는 된장국을 끓이고 밥을 지었다.

텃밭에서 배추 한 포기를 뽑아 겉절이도 만들었다.


"장독대에 고추 담근 것도 꺼내!

뒤뜰에 있는 부추랑 냉이 뽑아서 양념간장도 만들어!"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네!

걱정 마세요.

맛있게 준비해서 들어갈 테니까."

하고 대답한 아빠는 뒤뜰에 가서 파릇파릇한 부추와 냉이를 캐왔다.


"겉절이는 맛있군!"
아빠는 배추 겉절이를 만들더니 맛보고 맘에 들었다.


"아빠!

항아리에 물 다 채웠어요."

하고 명수가 말하자


"수고했다!

밥 먹자."

하고 말한 아빠가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먹어!"
할머니가 민규 아빠에게 말하자


"잘 먹겠습니다!"

민규 아빠는 된장 국부터 한 숟가락 떠먹었다.


"와!

너무 맛있습니다.

형님!"

하고 민규 아빠가 말하자


"맛있긴!

이곳 된장과 물이 맛있으니 그렇지."

하고 말한 아빠도 된장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아침밥을 먹는 동안 

할머니와 민규 아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민규 아빠는 할머니 옆집에 살았었다.

지금은 할머니 집만 있지만

이십 년 전에는 민규 아빠네 집도 옆에 있었다.


민규 가족은

가난한 산골생활을 청산하고 도시로 간 뒤로 소식이 없었다.

가끔 서울에 다녀온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살아있다는 건 알았지만 만난 적이 없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민규 아빠는 집을 나서며 몇 번이나 고개 숙여 할머니께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아니야!

살아있으니까 이렇게 보잖아."

할머니는 민규 아빠 손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할머니도 가난하고 민규 아빠네도 너무 가난해서 먹을 게 없던 시절 함께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어머니!

앞으로는 자주 뵈러 올 게요."


"그랴!

그랴!"

할머니는 제일 반가운 말처럼 들렸다.


"형님!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야!

잊지 않고 찾아와서 내가 더 감사하지."

하고 아빠가 말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하고 말한 뒤 민규 아빠는 할머니 집을 나섰다.


민규 아빠는

아침을 먹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어머니!

정말 반가운 사람이 찾아왔네요."

하고 아빠가 말하자


"그래!

어제 까치가 울더니 반가운 사람이 왔구나."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어머니!

그동안 보고 싶다던 민규 아빠 보니까 기분 좋죠?"


"좋고 말고!"
할머니는 그동안 민규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또 오겠죠!"
하고 아빠가 말하자


"그럼!

고향이 최고지.

오고 싶어도 갈 곳이 없거나 갈 수 없는 고향도 많지만 이곳은 아직 남아있잖아."

하고 할머니가 말했다.


"어머니!

이제 내려갈게요."


"그래!

가서 일해야지.

명수야! 

장독대에 가면 된장 항아리 있으니까 가져와."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네!"

하고 대답한 명수가 장독대로 달려갔다.

명수는 작은 항아리를 들고 할머니에게 갔다.


"십 년 묵은 된장도 이제 끝이다!"

하고 말하더니 할머니는 항아리 된장을 퍼서 통에 담았다.


"할머니!

다 담으면 할머니는 어떡해요?"

하고 명수가 텅 빈 항아리를 보며 물었다.


"또 담가야지!"

하고 말하며 항아리 뚜껑을 닫았다.


장독대에 갖다 놓고 가득 물 담아 놔!"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네!"
하고 대답한 명수는 항아리를 들고 장독대를 향했다.


"할머니!

 또 올게요."

하고 말한 명수는 된장 통을 들고 집을 향했다.


"학교 잘 다니고!

아프지 말고!

엄마 말 잘 듣고!"


"네!"

명수는 할머니에게 듣는 잔소리가 항상 똑같아서 속으로 웃었다.


"매화꽃이 피다니!"
명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울타리 넘은 매화가지에서 꽃이 핀 걸 봤다.


"봄이 왔구나!"

명수는 추운 겨울이 좋았다.

특히 

눈 오는 날이 좋았다.

하지만 

추운 겨울도 끝나는 것을 보며 봄맞이 준비를 했다.


여름이 되자,

민규 가족이 할머니 집을 찾았다.

휴가기간 동안

민규 가족은 할머니 집에서 쉬어 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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