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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5. 2022

겨울 이야기!

달콤시리즈 093

겨울 이야기!





"엄마!

매화꽃이 피었어요."

엄마와 걷던 은미는 아파트 정원에서 매화꽃을 보고 외쳤다.


"세상에!

벌써 꽃이 피다니.

아직!

봄은 멀었는데."

엄마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걸 피부로 느끼며 꽃을 바라봤다.


"엄마!

봄이 오기 전에 피는 꽃들은 용기가 대단한 것 같아요."


"그렇지!

남쪽에서는 동백꽃이 만개했다고 하더니."

엄마는 남쪽에서 들리는 꽃소식에 곧 봄이 올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오늘 아파트 정원에서 매화꽃을 보고 놀랐다.


"엄마!

매화꽃은 신기하지.

잎도 나지 않았는데 꽃을 먼저 피우다니!

성질이 급한 것 같아요."

하고 은미가 말하자


"추운 겨울을 빨리 쫓아내고 싶은 거지!

사람들이 추위에 힘들어할까 봐!"

엄마는 매화꽃이 피는 이유를 딸에게 설명해 줬다.


"엄마!

선비들의 정신이 느껴져요."

하고 딸이 말하자


"그렇지!

선비들은 엄동설한에 꽃이 피는 매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며 정신을 수양했으니."

엄마와 딸은 매화꽃 앞에서 한 참을 지켜봤다.


"엄마!

이제 춥지 않겠죠?"

딸은 추운 겨울이 싫었다.


"아니!

한 번 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거야.

그러니까!

감기 조심해."

엄마는 몇십 년을 살아오면서 추운 겨울의 마지막이 얼마나 사람들을 괴롭히는지 알았다.


"엄마!

봄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은미는 추운 겨울보다는 꽃 피는 봄이 좋았다.


"매화를 봐!

여기 봄이 와 있잖아."

하고 엄마가 말하자


"그렇지!

매화꽃이 피었으니 봄은 왔다고 봐야지."

은미도 매화꽃을 보면 볼수록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은미야!

내일은 진달래와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릴 거야."

하고 엄마가 말하며 매화나무 뒤로 자리한 진달래와 철쭉을 보고 말했다.


"와!

꽃망울이 터질 것 같아."

은미도 매화나무 뒤로 보이는 진달래와 철쭉을 보면서 말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니."

엄마와 딸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간에 아파트 정원에서 봄을 음미하고 있었다.

사람들 몰래 찾아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는 것을 보니 엄마와 딸은 기분이 좋았다.


'졸졸졸! 졸졸졸졸!'

산골짜기 개울가에도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다.

아직 녹지 않은 얼음에서 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얼음이 다 녹으면 산골짜기에도 봄이 찾아오겠지!"

파랑새는 소나무 가지에 앉아 얼음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들었다.


'졸졸졸! 졸졸졸졸!'

산골짜기를 흐르는 물소리는 날이 갈수록 더 큰 소리를 냈다.

겨울 동안 움츠려있던 새들도 하나 둘 나오더니 봄맞이 준비를 했다.


"이봐!

아직은 춥지?"

소나무 동굴에서 겨울잠 자던 다람쥐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새들에게 물었다.


"춥다니!

벌써 봄이 왔어.

저쪽엔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고."

하고 하얀 나비가 대답했다.


"거짓말!

이렇게 추운데 봄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한 마디 한 다람쥐는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렇지!

아직은 춥지.

산골짜기엔 겨울이 아니어도 추운 데!"
하고 나비가 말하더니 하늘 높이 날았다.


"어디 가는 거야?"

잠에서 깬 파리 한 마리가 하늘을 나는 나비를 보고 물었다.


"어딜 가긴!

꽃이 피었으니 꿀벌을 깨워야지."

하고 말하더니 나비는 꿀벌을 찾아 나섰다.


"꽃이 피었다고?

어디! 어디!

어디에 꽃이 피었다는 거야?"

파리는 아직 산골짜기에서 꽃을 보지 못했다.


"저기!

파랑새가 사는 개울가에 가 봐."

하고 나비가 크게 말했다.


"알았어!

파랑새가 사는 큰 소나무 밑으로 가볼게."

파리는 하늘 높이 날았다.

파랑새가 사는 깊은 골짜기를 향해 날았다.


"추워!

너무 추워!

거짓말은 아니겠지!"

파리는 하늘을 날면서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골짜기에 햇살이 아직 기웃거리지 않아서인지 기온이 뚝 떨어져 있었다.


"파랑새!

어디 있어?"

파리가 깊은 산골짜기에서 파랑새를 찾았다.


"여기!

아직 추운데 이곳까지 뭐하러 왔어?"

파랑새가 멀리 날아오는 파리를 보고 물었다.


"꽃이 피었다며?"


"피었지!

햇살이 듬뿍 들어오는 곳에 사는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어."

하고 파랑새가 대답했다.


"어디!

어디에 진달래가 피었어?"

하고 날아온 파리가 파랑새에게 물었다.


"저기!

얼음이 녹고 있는 바위 뒤에 있어.

진달래꽃 세 송이가 활짝 피었어."

하고 파랑새가 말하자


"알았어!

가서 보고 올게."

하고 말한 파리는 개울가 바위 뒤로 날아갔다.


"꽃이 피는 봄이 좋기는 하군!"
파랑새는 겨울 동안 보지 못한 새들도 나비도 파리도 볼 수 있어 좋았다.


"꽃이 피었구나!"

파리는 바위 뒤에서 활짝 핀 진달래 세 송이를 볼 수 있었다.


"뭐야!

아직도 자는 거야?"

깊은 골짜기 바위 굴에서 겨울잠 자는 반달곰을 본 파리가 물었다.

하지만 반달곰은 대답하지 않았다.


"일어나!

빨리 일어나라고.

벌써!

봄이 왔으니까."

하고 파리가 크게 외쳤다.

하지만 반달곰은 눈도 뜨지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이봐!

말을 하면 아는 척이라도 해야지."

하고 파리가 말해도 반달곰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좋아!

내게 좋은 방법이 있지."

하고 말한 파리는 잠자는 반달곰에게 날아갔다.


'윙윙! 위이가 잉!'

파리는 반달곰 귓가에 가까지 가더니 소리치며 날았다.


'윙윙! 위이가 잉!'

파리가 시끄럽게 날자


"뭐야!

저리 가."

반달곰은 손짓을 하며 파리에게 말했다.


"빨리 일어나라고!"
파리는 더 크게 날았다.


"시끄러워!

이렇게 추운 데 무슨 봄이 왔다고 난리야."

반달곰은 추웠다.

코가 싫어 두 다리사이에 얼굴을 콕 처박고 있었다.


"개울가에 꽃이 피었다니까!

곰이 제일 좋아하는 진달래꽃이 만개했다고."

하고 파리가 말하자


"뭐!

진달래꽃이 만개했다고?"

하고 반달곰이 물었다.


"그래!

꿀벌이 꿀을 쪽쪽 다 빨아먹기 전에 가서 꽃을 따먹어야지?"

하고 파리가 말하자


"알았어!

일어날게."

하고 말하더니 반달곰은 기지개를 켰다.


"세수도 하고 머리도 빗질하고 나와!"

파리는 엉망인 반달곰 얼굴을 보더니 한 마디 하고 멀리 날아갔다.


"내 얼굴이 어때서?"

반달곰은 추운 날씨 때문에 세수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에 꽃이 피었다고 했지?"

조금 전에 파리가 말한 장소가 반달곰은 생각나지 않았다.


"모르겠다!
하고 말하더니 반달곰은 다시 겨울잠을 청했다.


"꿀 따러 가자!

달콤한 꿀 따러 가자!"

산골짜기에 꿀벌이 부르는 노래가 요란하게 들렸다.


"이봐!

꿀 한 스푼 사고 싶어?"

하고 산토끼가 꿀벌에게 물었다.


"아직!

팔 건 없어.

좀 더 기다려야 해!"

하고 말하더니 더 깊은 골짜기로 날아갔다.


"달콤한 꿀을 사 먹어야 하는 데!"

산토끼는 겨울 동안 먹지 못한 달콤한 꿀이 먹고 싶었다.


"이봐!

아직도 살아있구나?"

겨울 동안 산토끼를 쫓던 늑대였다.


"그럼!

지혜로운 토끼가 쉽게 죽지 않지."

산토끼는 뒤를 쫓던 늑대를 보고도 무섭지 않았다.

힘보다 지혜로운 토끼라는 걸 온 세상에 알리고 다닌 덕분이었다.


"그래도 소용없어!

넌 언젠가는 내가 잡아먹을 테니까."

하고 늑대가 소리치며 산토끼를 향해 달렸다.


"웃겨!

넌 죽을힘을 다해 달려도 날 잡지 못해."

하고 말하더니 산토끼는 달리기 시작했다.


"히히히!

그래도 소용없다니까!

넌 내가 오늘 아니면 내일 잡아먹을 거야."

늑대는 더 빨리 달렸다.

하지만 산 정상을 향해 달리는 산토끼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허걱! 허걱!'

늑대는 지쳤다.

침을 질질 흘리며 멈추더니 소나무를 기대고 쉬었다.


"봤지!

날 잡아먹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잖아."

멀리 달아난 산토끼가 쉬고 있는 늑대를 향해 외쳤다.


"너 넌!

어 언젠가 자 잡아먹을 거야!"

숨을 몰아쉬며 늑대가 마지막 힘을 다해 외쳤다.


"맘대로 해!

언젠가는 누구 먹이가 되어도 좋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누구의 먹이도 되지 않을 거야."

하고 말한 산토끼는 산 정상을 향해 달렸다.


"저걸!

잡아먹어야 하는데."

늑대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배도 고프고 힘들었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 나오미 G



"얼음이 다 녹았다!"

파랑새가 사는 골짜기 개울가에 얼음이 다 녹았다.

파랑새는 따뜻한 봄이 온 걸 숲 속에 사는 동물들에게 알렸다.


"정말이지!

봄이 온 게 맞지?""

반달곰이 파랑새에게 물었다.


"봄은 벌써 왔어!

아마도 일어나면 여름을 맞이할 거야."

하고 파랑새가 말하자


"뭐라고!

여름이 곧 온다고?"

하고 반달곰이 물었다.


"그래!

봄은 순식간에 왔다 가버리는 친구라고."

하고 파랑새가 말하더니 멀리 날아갔다.


"설마!

봄도 느끼지 못했는데 가버리면 어떡해?"

반달곰은 부랴부랴 일어났다.


"안녕!"

다람쥐가 반달곰을 보고 인사하자


"안녕!

혹시 꿀벌 봤어?"

반달곰은 꿀벌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었다.


"들판에 있지!

벌써!

꿀을 두 통이나 팔았어."

하고 다람쥐가 말하자


"뭐라고!

두 통이나 팔았다고?"

하고 반달곰이 묻자


"그래!

올해는 꿀이 너무 달콤해서 동물들에게 인기가 많아."

하고 다람쥐가 말하자


"아니!

내가 먹을 꿀도 팔았을까?"

하고 반달곰이 물었다.


"호호호!

벌써 꿀을 다 팔았다니까."

하고 다람쥐가 말했다.


"어떡해!

꿀을 먹어야 하는 데.

그 달콤한 꿀을 먹어야 무더운 여름을 날 수 있는데."

반달곰은 동굴에서 나와 골짜기를 내려갔다.


"어딜 가는 거야?"

골짜기에서 뒹구는 반달곰을 보고 산토끼가 물었다.


"난!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해."

하고 말한 반달곰은 들판을 향해 달렸다.


"이봐!

꿀은 먹고 가야지.

내가 꿀벌에게 비싸게 사 왔는데?"
하고 산토끼가 외쳤지만 반달곰은 듣지 못했다.


"이런!

바보 멍청이.

내가 달콤한 꿀을 사 왔는데!"
산토끼는 꿀단지를 들고 파랑새가 있는 깊은 골짜기로 달렸다.


"히히히!

내가 다시 올 줄 알았지."

산모퉁이를 돌아 깊은 골짜기 입구에서 늑대가 산토끼를 보고 말했다.


"깜짝이야!"

산토끼도 놀랐다.


"히히히!

오늘이 제삿날이 될 거야!"

하고 늑대가 침을 삼키며 산토끼에게 다가왔다.


"잠깐!

내가 꿀을 사 왔어.

이 달콤한 꿀을 먹으라고 사 왔다니까.

한 번 먹어 봐!"

하고 산토끼가 말하며 꿀통을 늑대 앞에 갖다 놨다.


"꿀을 먹으라고!

난 널 잡아먹을 거라니까."


"아니!

꿀을 먼저 먹고 날 잡아먹어.

그래야

산토끼 고기가 더 맛있을 거야!"
하고 산토끼가 말하자


"좋아!

나도 달콤한 꿀을 좋아하지.

아마도 반달곰보다 내가 꿀을 더 좋아할 거야."

하고 말한 늑대가 꿀통을 열고 긴 발톱을 이용해 꿀을 찍어 먹었다.


"어때!

달콤하지?"

하고 산토끼가 묻자


"히히히!

달콤해.

산토끼 고기를 찍어먹어도 맛있겠어."

하고 말한 늑대는 꿀 먹는 데 정신을 잃었다.


"아니!

꿀은 산토끼 고기를 찍어 먹는 것 아냐.

가래떡을 찍어 먹어야지.

내가 아랫마을에 사는

순이네 집에 가서 가래떡을 갖다 줄게."

하고 산토끼가 말하자


"정말!

가래떡을 가져다줄 수 있어?"

하고 늑대가 물었다.


"그럼! 그럼!

순이네 집에 가래떡이 어디 있는지 내가 잘 알아.

그러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달려가서 금방 가래떡을 가져다줄 테니까!"

하고 산토끼가 말하자


"알았어!

빨리 가서 가져와."

하고 늑대가 꿀을 찍어 먹으며 말했다.


"좋아!

갔다 올게."

하고 말한 산토끼는 아랫마을을 향해 달렸다.


"히히히!

가래떡도 먹고 산토끼도 잡아먹고 좋아 좋아!"
늑대는 꿀을 찍어 먹으며 기분 좋았다.


"저런! 저런!

꿀 한 통을 다 먹고 잠이 들다니."

파랑새는 산모퉁이에서 잠이든 늑대를 봤다.


도대체!
꿀은 누가 주었을까?

훔친 건 아니겠지."

하고 파랑새가 말하자


"산토끼!

산토끼가 주었어요."

하고 소나무 위에서 다람쥐가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뭐!

산토끼가 꿀을 주었다고?"

하고 파랑새가 묻자


"네!

산토끼를 잡아먹으려고 기다리던 늑대에게 산토끼가 꿀통을 주었어요."

하고 다람쥐가 말하자


"이런! 이런!

산토끼를 잡아먹으려고 했군."


"맞아요!

침을 질질 흘리며 산토끼를 잡아먹으려고 했어요."


"그럼!

그렇지.

산토끼가 꿀통을 늑대에게 줄 이유가 없지.

그나저나!

산토끼는 잡아먹은 거야?"

하고 파랑새가 묻자


"아니요!

가래떡을 가져다준다고 하며 아랫마을로 달려갔어요."

하고 다람쥐가 그동안 본 것을 파랑새에게 말했다.


"호호호!

꿀 한 통 다 먹고 가래떡을 기다린다고.

이런! 이런!

지혜로운 산토끼에게 당했군!"

하고 말한 파랑새는 깊은 골짜기로 날아갔다.


"후후후!

들었지! 들었지!

늑대는 바보 멍청이야."

하고 소나무 위에서 새들과 다람쥐가 수다를 떨었다.


"아휴!

잘 잤다."

늑대는 꿀 한 통을 먹고 한 참 동안 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봐!

산토끼 아직 안 온 거야?"

하고 늑대가 누군가에게 물었다.


"후후후!

산토끼가 왔다 간지가 언제인데.

이제 일어나서 산토끼를 찾다니!"
하고 다람쥐가 말하자


"뭐라고!

산토끼가 왔다 갔다고?"


"그럼!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가래떡을 남은 꿀에 찍어 먹고 갔어."

하고 새들이 말하자


"뭐라고!

가래떡을 다 먹고 갔다고?"

늑대가 묻자


"그래!
이 멍청아."

하고 새들이 합창하듯 말했다.


"아니!

이럴 수가."
늑대는 이번에도 산토기를 잡아먹지 못해 속상했다.


"이게 뭐야!"
늑대가 일어나며 자신의 털을 보고 놀랐다.


"후후후!

털도 꿀을 먹었구나."

하고 새들이 외쳤다.


늑대는

꿀통을 껴안고 자는 바람에 털이 꽃송이처럼 뭉치고 말았다.


"어떡하지!"
늑대는 숲을 향해 달렸다.

새들은 도망치는 늑대를 보며 즐거웠다.






그림 나오미 G



"와!

꽃이 피었다."

들판 한가운데 바늘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들판 친구들은 꽃망울에 올라가 달콤한 꿀을 먹었다.


"이봐!

꿀 좀 먹고 일해."

똥을 굴리는 쇠똥구리를 본 무당벌레가 말하자


"고마워!

나도 꿀은 좋아하지.

그런데!

올해도 또리가 꿀을 팔까?"

쇠똥구리는 들쥐 또리가 꿀을 팔면 많이 살 생각이었다.


"당연하지!

또리가 꿀을 팔아야 우리가 살 수 있지."

하고 들판 친구들이 외쳤다.


"맞아! 맞아!

또리가 꿀, 햇살, 꽃을 팔지 않으면 우리가 살 수 없지."

땅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두더지가 말했다.

두더지는 또리에게 햇살도 사고 꿀도 샀다.


"뭐야!

내가 먹을 꿀을 다 산다고?"

들판을 어슬렁 걷던 반달곰은 두더지 말을 듣고 화가 났다.

아직!

먹어보지도 못한 꿀을 파는 또리나 꿀을 사겠다는 두더지가 맘에 들지 않았다.


"이봐!

꿀은 전부 내 것이야.

그러니까!

살 생각은 하지 마."

하고 두더지를 향해 반달곰이 외쳤다.


"웃기지 마!

돈 주고 사면되는 것을 전부 내 것이라고 주장하다니.

바보 같은 소릴 하고 있어!"
하고 무당벌레가 반달곰을 향해 외쳤다.


"그래도 안 돼!

꿀은 내가 다 살 거야.

난!

하루에 수십 통 꿀을 먹어야 한다고."

하고 반달곰이 더 크게 외쳤다.


"무슨 소리야!

돈 주고 먼저 사면되는 거지."

하고 반달곰과 무당벌레 이야기를 듣던 파리 한 마리가 외쳤다.


"너도!

절대로 꿀을 사면 안 돼!

너도! 너도!

나는 꿀을 많이 먹어야 한단 말이야."

하고 반달곰이 외쳤다.


들판에

꽃이 활짝 핀 어느 날,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후후후 후후! 후후후 후후!'

소리를 내며 부는 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너무 추워!

빨리 집으로 들어가야겠다."

들판 친구들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모두 집으로 들어가 꼼짝하지 않았다.


"히히히!

난 이 정도 추위는 끄떡없어."

하고 말한 반달곰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들판에서 꽃과 꿀을 찾아 배를 채우고 있었다.


"저 녀석은!

추위를 안 타는 녀석이군."

바람은 반달곰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후후후 후후! 후후후 후후!'

거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들판을 휘졌고 다녔다.

하지만

반달곰은 차가운 바람을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 녀석은 춥지도 않은 가봐!"

들판 친구들은 반달곰을 보고 놀랐다.

숨도 쉴 수 없는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


"좋아! 아주 좋아!

들판에 핀 꽃은 모두 내 거야."

들판에서 혼자 꽃과 꿀을 차지한 반달곰은 기분이 좋았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꽃이 가득 떨어졌다.

들판 친구들은 더 이상 달콤한 꿀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반달곰은 들판 이곳저곳을 다니며 떨어진 꽃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꿀!

꿀을 사이오."

들판 한가운데서 또리가 꿀을 팔러 나왔다.


"또리다!"

들판 친구들은 또리 목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았다.


"또리가 꿀을 판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들판 친구들은 또리에게 꿀을 사 먹을 수 있었다.


"꽃을 팔아요!

아름답고 달콤한 향기가 가득한 꽃을 팔아요."

또리가 꿀을 다 팔고 꽃을 팔러 나왔다.


"아니!

저렇게 싱싱한 꽃을 어디서 구했을까?"

들판 친구들은 놀랐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어젯밤에 들판에 핀 꽃들이 모두 떨어진 것을 봤다.

그런데!

싱싱한 꽃을 들고 팔러 다니는 또리가 너무 신기했다.


"꽃 한 송이 천 원!"

또리는 더 크게 외쳤다.

들판 친구들은 싱싱한 꽃을 살 수 있었다.


"추운 겨울!

추운 겨울 팔아요."

하고 또리가 외치자


"뭐!

추운 겨울을 판다고.

그걸 누가 살까?"

하고 나비가 묻자


"이봐!

추운 겨울 내가 살게."

하고 늑대가 크게 외쳤다.

늑대는 더운 여름이 싫었다.

추운 겨울이 좋았다.

눈 내린 추운 겨울이 되어야 산토끼 발자국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추운 겨울!

한 가마니에 오만 원!"

"이봐!

조금만 깎아 줘?"

하고 늑대가 말하자


"좋아! 좋아!

한 가마니에 오십만 원."
하고 또리가 외쳤다.


"그렇게 많이 깎아주는 거야?"

하고 늑대가 묻자


"그럼!

한 가마니에 오백 만원."

하고 또리가 외쳤다.


"바보!"

바보 같은 늑대는 추운 겨울을 많은 돈을 주고 샀다.

그리고 낑낑거리며 들고 숲으로 들어갔다.


"히히히!

추운 겨울만 있으면 산토끼를 잡아먹을 수 있어.

히히히!

넘! 넘! 좋아 좋아!"

늑대는 깊은 골짜기로 접어드는 산모퉁이에 추운 겨울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와 눈이 내리길 기다렸다.


"빨리!

눈이 와야 할 텐데."

늑대는 눈을 기다렸다.

추운 겨울이 지난 것도 모르는 늑대를 새들은 바보라 불렀다.


"너무 더워!"

따뜻한 햇살이 깊은 골짜기를 지나고 있었다.

늑대는 너무 더웠다.

또리에게 산 추운 겨울을 꺼내고 싶었다.

하지만!

산토끼를 잡아먹을 생각을 하며 꾹꾹 참았다.


 "저런!

바보 멍청이.

가마니에 아무것도 안 들었을 텐데."

새들은 모두 늑대를 비웃었다.

산모퉁이에서 낮잠 자는 늑대를 파랑새도 봤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골짜리를 향해 날았다.


"엄마!

눈이 와요."
은미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화꽃이 바람에 날리는 걸 봤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거짓말!

그런데 정말 눈이 오면 좋겠다."

엄마는 딸이 거짓말하는 걸 알면서도 속는 척했다.


"엄마!

매화꽃이 떨어지고 있어요.

하얀 눈이 내리는 것 같아요."


"정말!

매화꽃이 떨어진다고?"


"네!"

하고 딸이 대답하자


"그럼!

나가 봐야지."

하고 말한 엄마는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매화꽃이 떨어지는 날!

엄마는 항상 어린 시절을 보낸 산골짜기가 그리웠다.


"엄마!

좋아요?"


"그럼!

엄마가 살던 산골짜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매화꽃이 날렸지.

매화꽃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았단다."

엄마는 바람에 날리는 매화꽃을 하나하나 잡아 손에 모았다.


'후후! 후후후!'

손에 올려놓은 매화꽃을 입으로 불며 좋아했다.


"엄마!

진짜 눈이 오면 좋겠다."

은미도 엄마가 좋아하는 걸 보고 진짜 눈이 내렸으면 했다.


"그렇지!

함박눈이라도 내리면 좋겠다."

엄마도 눈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차가운 바람은 도시에 하얀 눈을 내리게 했다.

그것도 모르고 엄마와 딸은 깊은 잠이 들었다.


"여보!

당신이 좋아하는 눈이 왔어."

아빠가 출근할 준비를 하며 눈 이야기를 하자


"정말이죠?"

하고 엄마가 물었다.


"그럼!

당신이 좋아하는 눈이잖아.

거짓말해서 내가 좋을 게 뭐가 있다고!"

아빠도 하얀 눈이 오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눈 오는 날은 언제나 가족 모두가 외식을 했다.


"후후후!

오늘 저녁은 외식합시다."

하고 엄마가 말하자


"아니!

겨울이나 눈이 오면 외식하는 거지 봄인데 외식하자고?"

하고 아빠가 말하자


"무슨!

섭섭한 소리를 그렇게 해요.

눈이 오면 겨울인 거예요!

호호호!"

엄마는 눈 오는 날을 좋아했지 계절엔 신경 쓰지 않았다.


"알았어!"

하고 대답한 아빠는 출근했다.


"후후후!

봄이 다 지나가는 데 눈이 오다니."

엄마는 기분이 좋았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제법!

흰 눈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후후후!

좋아! 아주 좋아!"
엄마는 하얀 눈을 좋아했다.

아니!

매화꽃이 떨어지는 봄이라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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