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일기!

상상에 빠진 동화 0262 철수의 일기!

by 동화작가 김동석

06. 철수의 일기!



철수는 물을 항아리에 부었다.

엄마 아빠는 저녁을 다 드셨다.


방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자

엄마 아빠가 한 참 쳐다봤다.


"엄마!

물 떠 왔어요."


"지금까지!

뭐 하고 오는 거야?"

밥을 다 먹은 엄마는 이제야 나타난 아들에게 또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얘들이!

샘터 물이 어렵다고 해서 다 퍼냈어요."


"뭐라고!

샘터 물을 다 퍼냈다고?"


"네!"


"아이고!

그럴 시간 있으면 책이나 좀 읽지.

공 차는 것이랑 샘터에서 노는 것은 그렇게 좋아하면서!"

엄마는 밥상 앞에 앉은 아들에게 잔소리했다.


"네!

책도 읽고 숙제도 하고 일기도 쓸게요."

철수는 대답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웬일이니!

그런 마음을 다 갖고?"


"밥 먹고 다 할게요!"

철수는 된장국에 밥을 말았다.

후루룩 국물을 마시듯 밥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잘 먹었습니다!"

철수는 밥을 다 먹고 방으로 들어갔다.


"히히히! 호호호!

숙제랑 일기 써야지!

히히히! 호호호!

그런데

숙제가 뭐였더라!

누구에게 물어보지?"

철수는 책상에 앉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히히히! 호호호!

일기나 써야겠다."

철수는 일기장을 꺼냈다.


<철수의 일기>

2021년 8월 17일 날씨 맑음


논두렁을 달리다 고랑에 넘어졌다.

구정물에 옷을 다 젖었다.

그런데 다친 곳은 없었다.

아들이 넘어졌는데 논에서 일하는 아빠는 달려오지 않았다.

우리 아빠는 아들을 사랑할까?


엄마에게 물을 길러다 달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절대로 샘터에서 물을 길어 오지 않았다.

샘터가 너무 멀어서 남편이나 아들이 물을 길어 줘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하기 전에 이미 약속한 사실이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샘터에서 목욕하다 깜짝 놀랐다.

이웃에 사는 순이와 명희가 샘터에 물 길러 왔다.

물이 더럽다고 우리 엄마보다 더 잔소릴 했다.

나는 내 몸이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늘은 논두렁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내 몸에서 구정물이 나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샘물에 구정물이 튀었다고 주장하는 순이와 명희가 싫었다.

언젠가는 내가 순이와 명희에게 샘터 청소를 하게 만들 거다!


엄마 잔소리는 날로 심해졌다.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들보다 더 시끄럽게 잔소리했다.

하지만 아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엄마니까!

나를 낳아준 엄마니까!

아니 우리 가족이니까!

그런데도 나는 엄마 잔소리가 듣고 싶지 않았다!

잔소리 여왕!

만약에 잔소리 여왕이 자리를 빼앗기면 어떻게 될까?


이웃에 사는 순이가 엄마보다 더 잔소릴 잘하는 것 같다.

친구들이 모두 순이를 피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나는 엄마 잔소리를 한 번도 피하거나 듣지 않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잔소리 여왕은 아마도 이웃에 사는 순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철수 일기는 길었다.

더 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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