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왕자!
상상에 빠진 동화 0269 품격 있는 왕자!
09. 품격 있는 왕자!
철수는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 일기를 썼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순이와 명희를 놀렸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히히히!
순이가 놀라서 넘어지다니.
그런데
명희는 놀라지도 않고 겁도 없어."
철수는
전봇대 뒤에서 순이와 명희를 놀렸던 순간을 상상했다.
"잔소리 왕국 왕자!
히히히!
내가 왕자가 되었다.
좋아!
아주 좋아."
철수는 친구들이 왕자라고 놀리는 게 싫지 않았다.
"제목을 어떻게 정할까!
<죽도록 맞은 왕자!>
아니야!
이건 아니야.
<간 떨어진 순이와 겁이 없는 명희!>
이것도 아니야.
히히히!
<잔소리 왕국 왕자!>
이게 좋아."
철수는 제목을 정하고 일기를 썼다.
<잔소리 왕국 왕자!>
왕자는 공차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여자 친구들이 놀리면 참지 못했다.
화가 났지만
여자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때리지는 않았다.
왕자는
품격 있는 왕자가 되고 싶었다.
최소한
여자는 때리지 않겠다는 소신을 가졌다.
또
왕자는 여자들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했다.
잔소리 왕국 왕자!
그 소년은 시간이 지날수록 잔소리 듣는 것도 익숙해졌다.
잔소리 왕국 여왕이 하루 종일 잔소리해도 대답을 시원하게 했다.
크크크!
웃겨.
잔소리 왕국 여왕은 오늘도 왕자에게 긴 잔소리를 했다.
공부
숙제
물 길러오기
장독대 항아리 닦기
마당 쓸기
쓰레기 뒷마당에서 태우기
논에서 일하는 아빠 모셔오기
밤마다 일기 읽어 주기
히히히!
잔소리 왕국 여왕은 왕자에게 시키는 일도 많았다.
그래도
왕자는 화내거나 짜증 부리지 않았다.
왕자는
매일 잔소리 들어야 일기 쓸 게 있다는 걸 알았다.
히히히!
오늘 일기도 좋아."
철수는 일기를 다 쓰고 방바닥에 누웠다.
천장을 한 참 바라봤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인사했다.
"안녕!
오늘도 재미있는 일기를 쓴 거야?"
하고 달빛이 철수에게 물었다.
"응!
책상에 가서 읽어 봐."
하고 철수가 달빛에게 일기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달빛은
책상으로 가 일기장을 펼쳤다.
달빛이 가끔 웃었다.
달빛도
잔소리 왕국 여왕처럼 철수 일기 읽는 게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