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 여왕님!

상상에 빠진 동화 0283 혹부리 여왕님!

by 동화작가 김동석

12. 혹부리 여왕님!



철수는

저녁을 먹고 책상 앞에 앉았다.


<여왕님 만세!>


일기 제목을 정한 뒤 한 참 창밖을 내다봤다.

밖은 환한데 보름달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산 너머에 머물고 있었다.


<여왕님 만세!>


오늘 여왕님 생일이었다.

철수는 엄마 생일로 꽃다발을 주었다.

물론

들판에서 꺾은 꽃이었다.


그런데

꽃다발 속에 벌 한 마리가 숨어 있었다.

엄마가 꽃다발을 안방 화장대에 내려놓고 누워 있는데 꽃다발에서 벌이 나왔다.


'윙윙! 윙윙!'


하고 안방을 날아다니더니

엄마 아마에 벌침을 꽂았다.


"철수야!

철수야!"

여왕님이 급하게 아들을 불렀다.


"네!"

하고 대답한 철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철수야!

빨리 와서 벌 잡아."


"네!"

하고 대답한 철수는 의자에서 일어날 생각도 안 했다.


"철수야!

빨리 안 와."

하고 엄마가 다급하게 불렀다.


"네!"

하고 대답한 철수가 안방으로 향했다.


"벌에 쏘였어!

빨리 벌 좀 잡아라."

하고 엄마가 퉁퉁 부은 이마를 보이며 말했다.


"호호호!

하하하!

엄마 벌이 어디 있어요."

하고 철수가 웃으며 말하자


"꽃!

꽃다발에서 나왔어.

이 꽃!

당장 같다 버려."

하고 엄마가 말했다.


잔소리 왕국 여왕은 단단히 화가 났다.

아들이 준 생일 선물을 같다 버리라고 했다.


철수는 미안했다.

꽃다발에 벌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


철수는 또 속상했다.

엄마가 꽃다발을 같다 버리라는 말에 속상했다.

파리채를 들고 안방에서 날아다니는 벌을 세게 내려쳤다.


'피아! 피앙!'


벌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철수는 한 대 더 때렸다.

아주 세게 때렸다.


벌은

엄마 이마에 벌침을 한 방 놓은 뒤 사망하고 말았다.

엄마는 아들이 벌 잡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갔다 버려!

멀리 갔다 버려."

엄마는 이마가 퉁퉁 부었다.

오른쪽 눈까지 퉁퉁 부어올랐다.


"다시는

들판에서 꽃 꺾지 마!

알았어."

하고 엄마가 말했다.


"네!"

동수는 힘없이 대답했다.


"히히히!

잔소리 왕국 여왕은 벌침 맞았대요!"

철수가 들고 가는 꽃다발에서 소곤거렸다.


"여왕님이 벌침을 맞았어!

이마가 퉁퉁 부었어.

혹부리영감처럼 여왕님도 이마에 혹이 하나 생겼다니까.

이제

혹부리 여왕이라고 불러야 할까!"

하고 꽃다발에서 가장 빨간 장미꽃이 말했다.


"시끄러워!

멀리 던지기 전에 조용히 해.

함부로 까불지 마!

그리고

남의 고통을 보고 즐기는 버릇은 고쳐."

하고 말한 철수가 들판을 향해 꽃다발을 던졌다.


꽃다발이 하늘 높이 날았다.

꽃다발 리본이 풀리면서 꽃들이 하나 둘 하늘을 날았다.


철수는 후회했다.

들판에 꽃을 꺾지 말았어야 했다.

다시는

들판에 핀 꽃을 꺾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달빛이

하늘을 나는 꽃들을 환하게 비췄다.

달빛 품은 꽃들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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