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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y 01. 2023

지혜로운 암탉!

달콤시리즈 407

지혜로운 암탉!



동수네

뒷마당 울타리에 앉아있던 늙은 암탉은 화가 났다.

어젯밤에 족제비가 닭장에 들어와 병아리 두 마리를 잡아갔다.


산에서 내려와 닭을 잡아먹는 거야.

두 다리로 걷는 동물은 잡아먹기 쉽다는 거야.

그럼!

두 다리 가진 사람들도 잡아먹어야 공평하지.”

늙은 암탉은 생각할수록 더 화났다.


"아니!

느린 걸 먹고 싶으면 달팽이도 있고 굼벵이도 있잖아.

거북이도 있는데 왜 닭만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야!"

화가 잔뜩 난

늙은 암탉은 호숫가에 사는 족제비를 찾아가 따질 생각이었다.


“족제비가 널 잡아먹을 거야!”

다른 암탉이 족제비를 만나러 가려는 늙은 암탉을 말렸다.


“날 잡아먹겠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한 늙은 암탉은

죽을 때 죽더라도 족제비와 한바탕 싸울 생각이었다.


늙은 암탉은

눈을 크게 뜨고 호숫가로 향했다.


“족제비가 무섭기는!”

늙은 암탉은 병아리들을 위해 족제비와 협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가지 말라니까!”

젊은 암탉들이 늙은 암탉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늙은 암탉은 천천히 호숫가로 걸어갔다.


젊은 암탉들은

늙은 암탉과 거리를 조금 두고 따라왔다.


“우리도 함께 싸워야 하겠지!”

젊은 암탉 한 마리가 말하자


“싸우다 죽으면 어떡해!”

겁 많은 젊은 암탉이 죽고 싶지 않았다.


“저 늙은 암탉은!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족제비에게 가는 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지.”

젊은 암탉들도 늙은 암탉과 함께 싸우고 싶었다.




달빛!

별빛이 비치는 호숫가에서 족제비를 찾았다.



“족제비님!”

늙은 암탉은 호숫가에서 족제비를 불렀다.


“족제비님! 족제비님!”

늙은 암탉은 다시 족제비를 불렀다.


“누구야!”

호숫가 풀 속에서 낮잠 자던 족제비가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늙은 암탉입니다!”


“뭐라고!

늙은 암탉!”

족제비는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제 발로 걸어오다니 웃기는 녀석이군!”

족제비는 벌떡 일어나 늙은 암탉이 서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족제비가 물었다.


“족제비님!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닭, 오리, 거위, 새들은 잡아먹으면서

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잡아먹지 않는 거예요?”

하고 늙은 암탉이 물었다.


“그거야!

내 맘이지.”

족제비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공평하지 않아요.

늙은 암탉이 큰 소리로 말하자


“왜!

내가 먹고 싶은 동물을 잡아먹는데 문제 있어?”

족제비는 큰소리치는

늙은 암탉이 조금 무서웠지만 큰 소리로 물었다.


“족제비님이 잡아먹은 동물을 생각해 보세요.

밤마다 닭장에 들어와서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씩 병아리를 잡아먹으면 어떡해요.”


“그거야!

병아리가 작으니까 두 마리는 먹어야 배가 부르지.”

하고 족제비가 대답하며 배를 내밀었다.


두 발로 걷는 동물을 잡아먹으면

사람들도 두 발로 걸어 다니니까 잡아먹어야 닭들이 기분이 나쁘지 않죠!”

늙은 암탉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람들을 잡아먹으면 난 죽어!”

족제비는 사람들을 잡아먹고 싶어도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잡아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물의 영장이라 봐주는 거죠!”

늙은 암탉이 족제비에게 따졌다.


“당연하지!

내가 살아야 하니까.”

족제비는 약한 동물에게는 강한 척했지만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럼!

오늘 밤부터 닭장에 나타나는 족제비를 닭들이 죽여도 괜찮겠죠.”

늙은 암탉은 큰 목소리로 족제비에게 선포했다.


“뭐라고!

나와 전쟁을 하겠다는 거야.

죽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봐!”

족제비는 날카로운 발톱을 보여주며 말했다.

하지만

앞에 있는 늙은 암탉을 잡아먹을 용기가 없었다.




닭장으로 돌아온 늙은 암탉은 생각했다.


“오늘 밤부터 보초를 서야겠다!”

늙은 암탉은 더 이상

병아리들이 족제비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젊은 암탉들은 번갈아 가면서 보초를 서야 했다.


“이건 새총이야!

여기 돌도 가득 쌓아두었으니 밤에 족제비가 나타나면 새총으로 쏴 죽여!”

하고 말한 늙은 암탉이

젊은 암탉들에게 새총 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조심해!

닭장을 어슬렁거리는 족제비나 늑대에게만 쏴야 해.”

늙은 암탉은 닭장에 있는 닭을 향해 새총을 쏠까 걱정되었다.


“알았어요!”

젊은 암탉들은 새총을 하나씩 받았다.


모두

감나무 밑에 모여 새총 쏘는 연습을 했다.


“정확히 맞춰야 해!”

늙은 암탉은 새총 쏘는 것을 지켜보며 말했다.


“네!”

젊은 암탉들은 새총 쏘는 게 쉬울 줄 알았는데 힘들었다.

목표물을 정확히 쏴 맞추는 게 힘들었다.



그림 나오미 G



달빛이 닭장에 가득했다.

보초 서는 젊은 암탉을 빼고 모두 깊은 잠에 빠졌다.


‘스사삭! 스사사삭!’


어디선가 무엇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젊은 암탉은 귀를 쫑긋 세우고 어둠 속의 그림자를 찾았다.


“잠을 안 자고 있다니!”

족제비는 젊은 암탉 한 마리가 잠자지 않고 닭장을 지키는 게 보였다.


“어떡하지!”

족제비는 감나무 그림자 밑에 숨어 잠시 생각했다.


“호호호!

오늘은 젊은 암탉을 잡아야겠다.”

하고 말한 족제비는 닭장으로 조금씩 걸어갔다.


“아무것도 없는데!”

젊은 암탉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무엇인가를 찾았지만 감나무 그림자에 숨은 족제비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소리였을까!”

정말 달빛이 비치는 닭장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휴!’

젊은 암탉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았다.


‘스사사! 스스사삭!’

무엇인가 또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보초 서는 젊은 암탉이 소리쳤다.

하지만

닭장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젊은 암탉은

새총을 들고 무엇인가 눈에 보이면 바로 쏠 준비를 했다.




달빛이 서쪽으로 기울자

감나무 그림자 옆으로 족제비 꼬리가 조금 보였다.


“족제비가 왔군!”

다행히도 젊은 암탉이 족제비가 있는 곳을 찾았다.


“넌! 넌!

죽었어.”

젊은 암탉은 새총에 돌을 넣고 꼬리가 보이는 곳을 향해 쏠 준비를 했다.


“저 녀석이 뭐 하는 거지!”

족제비는 젊은 암탉이 하는 행동을 감나무 그림자에 숨어 봤다.

자신의 꼬리가

달빛에 비추는 것도 모르고 젊은 암탉을 잡아먹을 생각만 했다.


‘수웅!’

젊은 암탉이 새총을 당겨 목표물을 향해 쐈다.


‘카카악! 카아악!’

족제비는 젊은 암탉이 쏜 새총에 정확히 머리를 맞았다.

크게 소리치더니

달빛을 뚫고 멀리 호숫가로 달아났다.


“하하하!”

젊은 암탉은 족제비가 달아나자 기분이 좋았다.




새총 맞은 족제비!

닭들은 도망가던 족제비를 지켜보며 웃었다.


“아이고!

도대체 뭘 내게 쏜 거지.”

족제비는 집에 돌아와 이마가 퉁퉁 부운 것을 알았다.


“피도 나잖아!”

족제비가 손으로 이마를 만지자 피가 나고 있었다.


“으윽!

분하다.”

족제비는 젊은 암탉에게 당한 게 너무 분했다.


“모두 죽여 버릴 거야!”

족제비는 닭장에 있는 모든 닭들을 잡아먹고 싶었다.


“도대체 뭘까?”

족제비는 며칠 째 굶으면서 이마를 다치게 한 게 뭔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사냥하는 총은 아닌 것 같은데!”

족제비는 오늘 밤에 다시 닭장에 가야 했다.

배도 고프지만

젊은 암탉이 쏜 도구가 궁금했다.


“어둠 속으로 숨어야지!”

족제비는 지난번처럼 감나무 그림자에 몸을 숨겼다.


달빛이

닭장을 훤하게 비추자 닭들이 자는 모습이 보였다.


“저 녀석은 자지 않고 있군!”

족제비는 젊은 암탉 한 마리가 모퉁이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을 지켜봤다.


“저 녀석을 죽여야지!”

족제비는 병아리를 노리지 않고 젊은 암탉을 노렸다.


“오늘은 빨리 달려가서 잡아야겠다!”

족제비는 지난번처럼 감나무 그림자에 숨어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내가 빠르니까 젊은 암탉을 잡을 수 있어!”

하고 말한 족제비는 달릴 준비를 했다.


‘후다닥! 후다다닥!’

족제비가 빠른 걸음으로 닭장을 향해 달렸다.


‘씨우웅!’

젊은 암탉은 달리는 족제비를 향해 새총을 쐈다.


“으아악! 크아악!”

족제비는 닭장 앞에서 그만 새총에 맞아 쓰러졌다.


“으아악!”

젊은 암탉도 눈앞에서 족제비가 쓰러지자 놀랐다.


“뭐야!”

잠자던 닭들이 모두 일어났다.


“으아악!

무서워.”

닭장 앞에 쓰러진 족제비를 보고 모두 놀랐다.


'크아악! 크악!'

족제비는 정신을 차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내밀며 닭들을 위협했다.


“봤지!

닭들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러니까

함부로 닭장에 얼씬거리지 마.”

늙은 암탉이 쓰러진 족제비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크아악! 크악!'

족제비는 말도 못 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닭들을 위협했다.


“하하하!

이마에서 피난다.”

병아리 한 마리가 족제비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말했다.


'크아악! 크악!'

족제비는 손으로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더니 집으로 도망쳤다.


집에 도착한 족제비는 화났다.

늙은 암탉이 눈에 아른 거렸다.


“멍청한 닭인 줄 알았는데 당하다니!”

족제비는 닭에게 당한 게 분했다.


“모두!

 죽여 버릴 거야.”

족제비는 호숫가에 있는 바위로 올라가더니 멀리 닭장을 내려다보며 발톱을 날카롭게 갈았다.


“서로 돕고 의지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아침 일찍 닭장에 있는 닭들에게 늙은 암탉이 말했다.


“알겠어요!”

젊은 암탉들과 병아리들은 지혜로운 늙은 암탉 덕분에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족제비가 이사 갔데!”

젊은 수탉이 호숫가에서 물고기가 하는 말을 듣고 달려오더니 암탉들에게 말했다.


“이제!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겠다.”

닭들은 족제비가 이사 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호숫가로 나가자!”

족제비가 사라지자 닭들은 멀리 호숫가까지 가 먹이를 찾았다.


닭들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았다.

늙은 암탉은 병아리들을 잘 키웠다.

닭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배불리 먹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비 오는 날이면

닭장 옆 골프장까지 지렁이를 잡으러 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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