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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May 01. 2023

마음 호수!

달콤시리즈 406

마음 호수!



호수에 마음을 담았다.

일기장에 <마음 호수!>라고 쓴 뮤즈는 한 참 멍한 상태로 있었다.


"호수에 마음을 담은 걸까!

아니면

호수가 마음을 담은 걸까."

뮤즈는 <마음 호수!> 글자를 바라보며 생각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호수는 정지된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주변에서 밀려오고 들어오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또 밖으로 나가려는 모든 것을 붙잡지 않았다.


낮에는 호수에 가득 햇살을 품었다.

밤에는 달빛과 수많은 별들을 품었다.

뮤즈는 호수가 호수로 보이지 않았다.


"그럼!

뭐라고 부를까."

뮤즈는 호수를 어떻게 부를지 망설였다.


<마음 호수!>

뮤즈의 일기장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뮤즈는 가끔 맘대로 일기장을 채웠었다.

그런데!

오늘 뮤즈는 <마음 호수!>에 갇힌 것 같았다.


"지울까!

아니야.

무엇인가 연결고리가 있을 거야."

뮤즈는 지우개를 들고 또 한 참 망설였다.




달빛과 별빛이 창문으로 뮤즈를 보고 있었다.

<마음 호수!> 글자를 또박또박 읽은 달빛은 뮤즈를 향해 다가갔다.


"이봐!

마음이 호수야.

아니면

호수가 마음이야?"

달빛이 뮤즈에게 물었다.

하지만 뮤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음이 호수만 하다는 거겠지.

아니면

호수가 마음보다 넓다는 거겠지."

별빛도 뮤즈에게 다가가 물었다.


뮤즈는 꼼짝하지 않았다.

<마음 호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지우개를 또 한 손에는 연필을 들고 몇 시간째 움직임이 없었다.


"뮤즈!

달빛을 붙잡아 봐."


"뮤즈!

별빛이라도 붙잡아 봐."

달빛과 별빛이 뮤즈를 향해 춤추며 말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마음 호수!>

뮤즈의 일기장은 더 이상 글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뮤즈!

그 말만으로도 충분 해."

달빛은 뮤즈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아도 보는 사람들이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 믿었다.


"맞아!

나도 마음과 호수를 오가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
별빛도 뮤즈가 쓴 <마음 호수!>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마음 호수!>

뮤즈는 붙잡고 있던 지우개와 연필을 떨어뜨리고 그만 잠이 들었다.


"우리가 쓰자!"
달빛이 별빛을 보고 말하자


"좋아! 좋아!"

별빛도 뮤즈 책상 앞으로 오더니 연필을 잡았다.


"내가 한 줄을 쓸게!"


"알았어!

그다음은 내가 쓸게."
달빛과 별빛은 번갈아가며 글을 써 내려갔다.



<마음 호수!>


호수에 둥근달이 빠졌어요.

아주 큰 보름달이었어요.


호수에 수많은 별들이 빠졌어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들도 호수에 빠졌어요.


뮤즈는 새벽이 오기 전에 둥근달을 호수에서 건지고 싶었어요.


뮤즈는 호수에 빠진 수많은 별들을 건지고 싶었어요.


뮤즈가 물속으로 들어갔어요.


두 손으로 둥근달을 건졌어요.


수많은 별들을 건져 호숫가로 옮겼어요.


뮤즈는

쉴 틈도 없이 새벽이 오기 전에 별들을 다 건져야 했어요.


호수는 달과 별들을 건져내자 어둠으로 가득 채웠어요.


뮤즈!

어둠을 건질 시간이 없어요.


달빛과 별빛은 여기까지 글을 쓰고 돌아갔다.


그림 나오미 G

              


달빛과 별빛이 돌아간 뒤에도

뮤즈는 자고 있었다.


"잘 잤다!"

뮤즈는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책상 위에 일기장을 봤다.

<마음 호수!>

어젯밤에 쓰다 만 일기를 쓰려고 일기장을 펼쳤다.


"아니!

누가 일기를 썼지?"

뮤즈는 천천히 읽었다.


"이건!

내가 쓰지 않았는데."

글을 다 읽은 뮤즈는 달빛과 별빛이 와 글을 쓴 걸 알았다.


"달빛이 왔었어!

별빛도 왔었고!"
뮤즈는 달빛 별빛 덕분에 일기장을 채울 수 있었다.


<마음 호수!>

뮤즈에게는 아직도 이 제목이 어려웠다.


"마음이 호수일까!

아니면

호수가 마음일까."

뮤즈는 어젯밤 생각했던 것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 봤다.

하지만 뮤즈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진 않았다.


"달빛!

별빛이 밤마다 일기를 써주면 좋겠다."

뮤즈는 달빛과 별빛을 보면서 작은 소망을 담아 말했다.


"걱정 마!

제목만 써놓고 자."

누군가 뮤즈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알았어!

오늘 밤에도 제목을 써놓고 잘게."
뮤즈는 어젯밤처럼 제목을 써놓고 잘 생각이었다.




<마음 호수에 빠진 나!>


다음날 저녁

뮤즈는 일기장을 펴고 한 줄의 제목을 썼다.


"호수에 내가 빠진 걸까!

아니면

내가 마음에 빠진 걸까."

뮤즈는 또 책상 앞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졸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 손에 지우개를 들고

또 한 손에는 연필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젯밤과 똑같았다.


"뮤즈!"

달빛과 별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뮤즈를 불렀다.

방 안에 달빛 별빛이 가득해도 뮤즈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뮤즈!

오늘 일기 제목은 뭐야?"

달빛이 물었다.


"저기!
일기장에 쓰여 있다."

별빛이 일기장을 보고 말했다.


"<마음 호수에 빠진 나!>

뭐야?

누가 호수에 빠진 거야?"

하고 달빛이 말하자


"달과 별처럼 뮤즈가 호수에 빠졌다는 건가 봐!"

별빛이 말했다.


"주인공이 호수에 빠지면 어떡해!"


"뭐!

죽겠지."


"안 돼!

죽으면 이 일기는 너무 슬플 거야."

하고 말하더니 달빛은 지우개로 지웠다.


"<마음 호수에 빠진 너!>

이거 어때?"

달빛이 별빛에게 물었다.


"너는 누구야?"


"음!

몰라.

아무튼 주인공은 아냐."


"나 보다

네가 빠지는 게 좋을까!"

별빛은 누군가 호수에 빠지는 게 싫었다.


"나만 아니면 되지 않을까!"


"글쎄!

나도 중요하고 너도 중요하겠지."

달빛과 별빛은 한 참 고민했다.


"<마음 호수에 빠진 우리!>

이렇게 고치면 어때?"

별빛이 지우개로 지우더니 다시 제목을 쓰고 달빛에게 물었다.


"우리 모두 빠지는 거야?"


"그렇지!

공평하게 모두 빠지는 거야."


"좋아!

그런데 우리라는 말에 누구누구 들어갈까?"


"뭐!

햇살, 달빛, 별빛, 나, 너, 우리 등이겠지."

별빛은 말하면서도 좀 이상하다 생각했다.


"우리!

마음 호수에 우리가 빠지면 누가 건져주지."

달빛은 걱정되었다.

누군가 호수에 빠진 우리를 건져주길 바랐다.


"<마음 호수에 빠진 나!>

그냥 이대로 두고 가자!"

달빛은 다시 지우고 뮤즈가 쓴 그대로 다시 고쳤다.


"가자!"

달빛과 별빛이 돌아갔다.




뮤즈는

아침에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마음 호수!>

아니지

<마음 호수에 빠진 나!>였지."

뮤즈는 아침에 일어나 일기장을 열었다.


"뭐야!

이렇게 많은 글을 썼다니."

뮤즈는 깜짝 놀랐다.

달빛과 별빛이 써 논 글이 일기장 가득 있었다.


"읽어볼까!"

뮤즈는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마음 호수에 빠진 나!>


나는 나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내 마음을 열어봤다.

그곳에는 큰 호수가 있었다.

망설이다 내 마음의 호수에 들어갔다.

사르르!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아니

모든 것이 아니라 아픔과 슬픔이 녹아내렸다.


눈앞에 무엇인가 보였다.

소금이었다.

나는 소금을 입에 넣었다.

짠 소금이 달콤했다.

왜 그럴까!

입안을 맴도는 소금에서 달콤함이 가득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소금 호수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마음 호수에 빠진 나였을 텐데.


마음 호수에서 나갈 문을 찾았다.

그런데

입안에 가득한 달콤함이 좀처럼 밖으로 나갈 문을 알려주지 않았다.

아직!

나를 치유하고 정화시키지 않은 듯했다.

좀 더 마음 호수에 남기로 했다.

입안에 달콤함이 다 가실 때까지!"


달빛과 별빛의 글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저녁이 되자

뮤즈는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마음 호수!>

라고 뮤즈는 다시 일기장에 썼다.

달빛 별빛이 찾아오는 마음 호수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어."

뮤즈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마음 호수에 달빛과 별빛만 있어도 충분했다.


"내가 어리석은 거야!"


뮤즈는

마음 호수에 무엇을 채우려고 한 게 부끄러웠다.

더 이상의 말도 필요 없었다.

뮤즈는 다시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뮤즈는

호수에 빠지고 싶었다.

그 속이 궁금했다.


뮤즈는

호수에 빠지면 구름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 호수!>


뮤즈는

이것만 쓰고도 먼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또 많은 이야기를 오래오래 할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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