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라도 곱게 하자!
민호는
학교에서 돌아온 뒤 낮잠을 잤다.
파리 한 마리가 민호 얼굴에 내려앉았다.
파리는
민호 얼굴을 걸어 다니며 먹을 것을 찾았다.
"간지러워!"
파리가 걸어 다니는 순간 간지러웠다.
한 손으로 뺨을 때렸다.
파리는 잘 피했다.
몸을 돌린 민호는 계속 잠을 청했다.
파리는 민호 귓구멍을 노렸다.
'밍밍! 밍밍!'
파리가 소리치며 민호 귓구멍을 향했다.
"시끄러워!"
민호는 한 손으로 자신의 귓구멍을 때렸다.
하지만
파리는 죽지 않고 천장을 향해 날았다.
민호는
파리 때문에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민호는
책상에 앉아 열린 창문을 바라봤다.
오늘 학교에서 내준 숙제가 생각났다.
그런데
가방에 숙제를 적은 수첩이 없었다.
“영수야!
오늘 숙제가 뭐지?”
민호는 영수에게 전화했다.
민호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수첩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몰라!”
놀이터에서 놀던 영수는 방에 있는 수첩을 가지러 가고 싶지 않았다.
“수첩에 적었잖아!”
민호가 큰 소리로 말하자
“너도 적었잖아!”
영수도 큰 소리로 대답했다.
“학교에서 오다 수첩을 잃어버렸어!”
민호는 사실대로 말했다.
“나도 잃어버렸어!”
영수도 똑같이 대답했다.
“치사하게 그럴 거야!”
민호는 짜증이 났다.
“뭘!
나도 수첩 잃어버렸다니까.”
영수는 더 크게 말했다.
민호는
할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
민호는
이웃 마을에 사는 철수에게 전화했다.
“철수야! 안녕.”
민호는 철수가 전화 받자 인사했다.
“안녕!”
철수는 방에서 숙제를 하다 전화를 받았다.
“철수야!
오늘 숙제가 뭐야?”
하고 민호가 묻자
“국어!
44페이지에서 46페이지까지 한 번씩 써가는 거야.”
철수가 숙제 범위를 말해 주었다.
“영수!
치사하게 숙제 모른다고 하더라.”
민호는 철수에게
영수가 숙제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수!
놀이터에 있던데.
그러니까
숙제 범위를 모르겠지.”
철수는 영수랑 조금 전까지 놀이터에서 놀았었다.
“그랬구나!
놀이터에 있으니까 수첩을 볼 수 없었구나.”
민호는 영수가 숙제 범위를 가르쳐 주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민호는
열심히 숙제했다.
“민호야!”
영수가 집에 돌아와 민호에게 전화했다.
“왜!”
민호가 전화받자
“숙제 범위 알려줄게!”
영수가 웃으면서 말하자
“왜!
수첩 잃어버렸다고 했잖아.
어떻게 알았어?”
민호는 조금 짜증 난 목소리였다,
“조금 전에 찾았어!”
하고 영수가 말하자
“어디서?”
“방에서!”
“방에 있는데 없다고 한 거지!”
민호는 영수에게 말했지만 대답이 없다.
민호는
놀이터에서 놀았지 하고 물으려다 말았다.
한 참
대답이 없던 민호가
“그러니까!
숙제 범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영수는 민호가 따지는 게 싫었다.
“이미 알아냈어!”
하고 민호가 대답하자
“누구한테?”
영수는 궁금했다.
“철수!”
하고 민호가 대답했다.
“그랬구나!
알았어.”
하고 대답한 영수는 전화를 끊었다.
민호에게 미안했다.
영수는
다음부터는 사실대로 말해줘야겠다 생각했다.
거짓말하고 후회스러웠다.
놀이터에서 집에 돌아가면 알려준다고 말만 했어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늦은 저녁
영수는 숙제를 다 하고 창문을 열었다.
“와!
보름달이다.”
영수는 유난히 큰 보름달을 보고 밖으로 나갔다.
“이런 날은 소원을 빌어야지!”
영수는 눈을 감고 무슨 소원을 빌까 고민했다.
“달님!
밤을 환하게 비추는 달님.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게 해 주세요!”
영수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제일 신났다.
“달님!
밤을 환하게 비추는 달님.
나쁜 마음을 먹은 친구들 마음속까지 치료해 주세요!”
영수는 또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영수야!
밖에서 뭐 하니?”
엄마가 창문을 열고 마당에서 기도하는 영수를 보고 불렀다.
“달님에게 기도했어요!”
“뭐라고?”
“우리 엄마가 잔소리 조금 하게 해 달라고요!”
“이 썩을 놈이!
빨리 들어와.”
엄마는 아들에게 큰소리친 후 창문을 닫았다.
“하하하!
달님 들으셨죠.
우리 엄마가 저래요!
제게
썩을 놈이라고!”
영수는 엄마가 썩을 놈이라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림 나오미 G
달님에게 기도를 다한 영수는 방에 들어갔다.
“엄마!
보름달이 너무 커요!”
영수는 방에 들어와 엄마에게 조금 전에 본 보름달 이야기를 했다.
“크긴!
어제 달이 오늘 찐빵처럼 부풀어 오를까.”
엄마는 아들이 하는 말에 딴지 거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
나가서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보세요.”
영수는 엄마 잔소리가 듣기 싫어 엄마에게 보름달을 보고 오라고 재촉했다.
“너나 가서 빌어!
보름달 보고 소원을 빌어 봐.
우리 엄마 말을 잘 듣겠습니다!
하고 말이야.”
하고 엄마가 말하자
“엄마는 낭만이 없어!”
하고 아들이 말했다.
엄마가
바빠도 달도 보고 별도 봤으면 했다.
“낭만이 밥 먹여 주냐!”
하고 엄마가 큰소리치자
“알았어요!
제가 우리 엄마 잔소리 그만하게 해 주세요.
하고 소원을 빌고 들어올게요.”
하고 말한 영수는 안방에서 나왔다.
“저 썩을 놈이!”
엄마는 아들 뒤통수를 보며 말했다.
영수는 궁금했다.
썩을 놈이라고 하는 말이 어떤 말인지 엄마는 자주 했다.
“썩을 놈!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영수는 책상 앞에 앉아서 생각했다.
민호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낮에 숙제도 가르쳐주지 않아 포기했다.
“왜!
아들에게 썩을 놈이라고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영수는 엄마가 말하는 썩을 놈이라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영수는
전화기를 들고 침대에 누웠다.
“민호야!
혹시 엄마들이 말하는 썩을 놈이라는 의미 알고 있어?”
영수가 민호에게 전화해서 물었다.
“그건 모르겠는데!
우리 아빠는 뉴스를 보며 가끔 빌어먹을 놈들이라고 하던데.”
하고 민호가 말하자
“하하하!
빌어먹을 놈.
그런 말도 있어?”
하고 영수가 다시 묻자
“응!”
하고 민호가 대답했다.
“하하하!
썩을 놈!
빌어먹을 놈!
두 말이 같은 말일까?”
민호가 영수에게 물었다.
“아마도!”
영수는 정말 부모들이 이상한 말을 하는 게 신기했다.
“썩을 놈! 썩을 놈!"
영수는 방에서 엄마가 한 말을 생각해 봤다.
“엄마는 내가 나쁜 짓을 하거나 말을 안 들으면 썩을 놈이라고 하는 것 같아!
어젯밤에도 내가 밤늦게 나가 달빛을 보고 있으니 아들이 이상하게 보였겠지.”
영수는 엄마가 가끔 말하는 썩을 놈이라는 말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일부터는 잘해야지!”
영수는 다시는 엄마로부터 썩을 놈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안 할 거야!”
영수가 생각하는 것처럼 엄마는 그 뒤로 썩을 놈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민호야!
부모들에게 좋은 말을 들으려면 우리가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해.”
하고 영수는 부모들이 나쁜 말을 못 하게 하는 방법을 민호에게 말해주었다.
“알았어!”
민호도 영수가 한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영수는 알았다.
민호와 전화 한 뒤 썩을 놈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았다.
“썩을 놈들!"
엄마는 뉴스를 보며 나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면 이렇게 말했다.
“저승사자들은 썩을 놈들을 안 잡아가고 뭐하는지 모르겠어!”
아빠는 엄마보다 더 한 말을 할 때도 있었다.
영수는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한 마디 했다.
“엄마! 아빠!
분노의 지수가 아무리 높아도 말을 곱게 해야 아들이 배우죠.”
하고 아들이 말하자
“썩을 놈!
썩을 놈을 썩을 놈이라 하지 뭐라고 불러.”
아빠가 아들을 보고 말했다.
“썩을 놈이 뭐예요!
그냥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세요.”
하고 아들이 말하자
“알았다!”
하고 엄마가 대답했다.
영수는 어른들이 고운 말을 썼으면 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이런 속담도 있는데 어른들은 이상하단 말이야.
나도 어른이 되면 이런 말을 할까!"
하고 생각하던 영수는 어른이 되어도 고운 말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음 날 아침
민호는 학교 가는 길에 영수와 철수를 만났다.
소년 셋은 목소리가 커 학교 가는 길이 시끄러웠다.
"이런!
썩을 놈 같으니."
하고 영수가 철수에게 말하자
"뭐!
썩을 놈!
너는
썩어 문들어질 놈이다."
하고 철수가 영수를 보고 말했다.
"뭐야!
그런 말도 있어?
썩어 문들어질 놈!
그건 또 무슨 뜻이야."
하고 민호가 물었다.
"나도 뜻은 몰라!
어제
아랫마을 할아버지가 하는 말을 들었어."
하고 철수가 말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을 어린이들은 잘도 가지고 놀았다.
썩을 놈
우라질 놈
빌어먹을 놈
썩어 문들어질 놈
이놈
그놈
저놈
나쁜 놈
말처럼 소중한 것도 없다.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말을 곱게 쓰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