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빠진 동화 0321
꿈이라도 훔칠까!
영수네 집!
창고에 사는 도둑고양이 <트릭>은 도도한 녀석이다.
들판에 사는 고양이들이 모두 도둑고양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하지만
트릭은 도둑고양이 보다 더 대단한 녀석이었다.
"나는 도둑고양이!
어디든 갈 수 있는 도둑고양이!
무엇이든 훔칠 수 있는 도둑고양이!
나는 도둑고양이!
호기심 가득한 도둑고양이!
자유롭게 떠도는 도둑고양이!"
도둑고양이 <트릭>은 오늘도 노래 부르며 어딘가를 향해 걸었다.
무엇을 훔칠지 모르는 도둑고양이 트릭은 호기심 많은 고양이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는 용기 있는 도둑 고양이었다.
그런데!
트릭은 언제부턴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부딪혔다.
"자유!
난 억압받는 게 싫은 고양이란 말이야."
트릭은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도둑 고양이었다.
"나는 도둑고양이!
어디든 갈 수 있는 도둑고양이!
나는 낭만고양이!
자유롭게 노는 걸 좋아하는 낭만고양이!"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시간
트릭은 나무 위에 올라가 낮잠을 청했다.
나무 위에 올라가 낮잠 자는 게 좋았다.
차가 와도 위험하지 않고
사람들이 다가와도 들키지 않아서 좋았다.
"트릭!"
새끼 고양이 <찐찐>이 불렀다.
바닷가에서 파도에 밀려온 물고기 한 마리를 들고 있었다.
"트릭!
물고기 가져왔어."
찐찐은 도둑고양이 트릭을 좋아했다.
특히!
트릭이 물건을 훔친 이야기를 해주면 재미있었다.
그중에서도
마법사 집에 들어가 마법 지팡이를 훔쳐온 이야기나
도깨비 동굴에 들어가 도깨비방망이를 훔쳐온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다.
"트릭!
밥 먹어야지?"
찐찐이 다시 묻자
"알았어!"
트릭이 대답하고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고마워!"
트릭은 찐찐이 주는 물고기를 받아 들고 말했다.
"넌!
먹었어?"
"응!
난 바닷가에서 한 마리 먹었어."
"잘했어!
내게 가져올 생각 말고 배고프면 먼저 먹는 거야.
알았지?"
트릭은 도둑고양이지만 새끼 고양이들을 걱정했다.
"응!"
찐찐은 트릭이 새끼 고양이들을 돌봐주고 지켜주는 게 좋았다.
"바닷가에 사람들은 많아?"
"아니!
오늘은 파도가 높아서 사람들이 없어!"
"그렇구나!
바람이 강하게 불더니 파도가 높아졌구나!"
"트릭!
오늘은 어디로 갈 거야?"
찐찐은
트릭이 어디에 가서
무엇을 훔칠지 말해주는 걸 듣고 기다리는 게 재미있었다.
"오늘은!
짱구네 집에 가서 털실을 훔쳐야겠어."
"<짱구>!
지난주에 장터에서 사 온 강아지?"
하고 찐찐이 묻자
"응!
순이 할머니가 털실을 많이 가지고 있어.
한 뭉치 훔쳐와서 가지고 놀 거야."
"털실이 뭐야?"
찐찐은 아직 털실을 본 적 없었다.
"옷을 만드는 실인데 가지고 놀면 재미있어."
트릭은 털실을 훔쳐 오면 고양이들과 줄다리기했다.
고양이들은 털실을 당기며 재미있어했다.
"찐찐!
오늘은 저기 순이네 집 창고에 가서 멸치 다섯 마리 훔쳐 올 수 있겠어?"
하고 트릭이 묻자
"응!
멸치 훔쳐올게."
하고 찐찐이 대답했다.
트릭은
찐찐에게 물건을 훔치고 도둑질하는 기술을 알려줬다.
"좋아!
창고에 들어가기 전에 꼭 마당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들어가야 해."
트릭은 찐찐이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도록 설명해 주었다.
"알았어!"
찐찐은 작은 가방을 들고 순이네 집을 향해 달렸다.
"잡히면 큰 일인데!"
트릭은
찐찐이 사람들에게 잡힐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멀리서 지켜보기로 했다.
"나는 도둑고양이!
어디든 갈 수 있는 도둑고양이!
무엇이든 훔칠 수 있는 도둑고양이!
나는 도둑고양이!
호기심 가득한 도둑고양이!
자유롭게 떠도는 도둑고양이!"
노래 부르며 찐찐은 순이네 집 창고 뒤에 숨었다.
"멸치!
나도 오늘부터 도둑고양이가 되는 거다."
찐찐은 트릭처럼 최고의 도둑고양이가 되고 싶었다.
"나는 어린 도둑고양이!
무엇이든 훔칠 수 있는 도둑고양이!
나는 어린 도둑고양이!
트릭보다 더 멋진 도둑고양이가 될 찐찐!"
찐찐은 노래 부르며
감나무 뒤에 숨어 순이네 집 마당을 살폈다.
"멸치가 어디 있을까!"
아무리 찾아도 멸치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면!
트릭이 실망하겠지."
찐찐은 다시 마당을 돌아 뒷 창고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어디선가 멸치 냄새가 났다.
"저기!
장독대 위다."
순이네 집 마당 끝자락에 장독대가 있었다.
가장 큰 항아리 위에 멸치를 말리는 큰 바구니가 보였다.
"히히히!
멸치 찾았다."
찐찐은 너무 좋았다.
"항아리 위로 올라가야지!"
찐찐은 훌쩍 뛰어올랐다.
하지만 항아리가 어찌나 큰 지 한 번에 올라가지 못했다.
"안 되겠다!"
찐찐은 큰 항아리 위로 올라가 옆에 있는 큰 항아리로 올라갔다.
"와!
멸치다."
큰 바구니 안에 멸치가 가득 있었다.
"하나 먹어봐야지!"
찐찐은 멸치를 하나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맛있다.
이걸 다 훔쳐갈까.
아니야!
트릭이 먹을 만큼만 훔쳐야 한다고 했어."
찐찐은 트릭이 말해준 대로 먹을 만큼 가방에 멸치를 넣고 항아리에서 내려왔다.
"히히히!
나는 도둑고양이!
무엇이든 훔칠 수 있는 도둑고양이!
나는 도둑고양이!
순이네 멸치를 훔친 도둑고양이!"
찐찐은 노래 부르며 트릭이 낮잠 자고 있을 마을 한가운데 있는 팽나무를 향해 달렸다.
"트릭이 좋아하겠지!"
찐찐은 멸치를 주면 좋아할 트릭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앞으로 최고의 도둑고양이가 될 거야!
트릭보다 더 멋진 도둑고양이가 될 거야!"
찐찐은 트릭이 알려준 대로 잘 따라 했다.
욕심도 내지 않고 먹을 만큼만 훔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엇이든 훔쳐오면 새끼 고양이들에게 먼저 주는 것도 기억했다.
"새끼 고양이다!"
순이가 학교에서 오는 길에 대나무 숲에서 노는 새끼 고양이를 봤다.
"넌!
이름이 뭐야?"
"찐찐!"
"다른!
새끼들은 없어?"
하고 순이가 물었다.
"엄마랑 집에 있어!"
하고 찐찐이 대답했다.
"넌!
무섭지 않아?"
하고 순이가 묻자
"난!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도둑고양이가 될 거야."
하고 찐찐이 대답했다.
"뭐!
도둑고양이.
고양이는 원래 도둑고양이잖아."
하고 순이가 말하자
"아니야!
용감한 도둑고양이는 먹을 만큼만 훔치는 고양이야."
하고 찐찐이 대답했다.
"그것도 훔치는 거잖아!"
"훔치긴 해도
사람들처럼 빼앗거나 다 훔치지 않아!"
"누가 그래?"
하고 순이가 묻자
"트릭이 말했어."
찐찐이 대답했다.
"트릭이 누군데?"
순이가 다시 물었다.
"도둑고양이 대장!"
하고 찐찐이 말하자
"아!
팽나무 위에서 낮잠 자는 그 고양이."
순이가 묻자
"응!"
하고 찐찐이 대답했다.
"트릭!
그 고양이 이름이 트릭이야?"
"응!"
하고 찐찐이 대답했다.
순이는
장독대 위에 생선을 훔쳐가는 고양이를 봤지만 이름은 처음 알았다.
"트릭이 우리 생선을 훔쳐갔어!"
하고 순이가 말하자
"응!
나도 훔쳐온 생선을 먹은 적 있어."
하고 찐찐이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이 혼자 먹지 않고 나눠먹는단 말이야?"
순이는 트릭이 혼자 먹는 줄 알았다.
"응!
트릭은 무엇이든
훔쳐오면 새끼 고양이들부터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고양이야."
"정말!
도둑고양이라면서 아주 훌륭한 행동도 하다니!"
순이는 믿을 수 없었다.
"나도
오늘 멸치 훔쳤어!"
하고 말한 찐찐이 훔친 멸치를 보여줬다.
"어디서?"
"저기!
감나무 밑에 있는 장독대."
"뭐!
우리 집에서 훔쳤다고?"
순이가 묻자 찐찐은 대답하지 않았다.
멸치 훔친 걸 들킨 기분이 들었다.
"조금!
멸치 몇 마리만 훔쳤다고."
하고 찐찐이 말하자
"아무튼!
우리 집 장독대에 널어둔 멸치를 훔쳤잖아."
하고 순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응!
훔친 건 맞아."
찐찐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멸치를 훔치다니!
도둑고양이가 멸치를 훔치다니!
아니!
새끼 고양이가 멸치를 훔치다니!
겁도 없이!
새끼 고양이가 장독대 항아리를 올라가다니!"
순이는 찐찐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
도둑고양이지만 순이는 찐찐이 너무 예뻤다.
"나랑 같이 살까?"
순이가 물었다.
"아니!
난 자유롭게 살고 싶어."
찐찐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보다 트릭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혼자 살고 싶단 말이지!"
"응!"
찐찐은 누구의 간섭도 받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
혼자 살다 외롭고 힘들면 말해."
순이는 새끼 고양이가 결정한 것을 인정해주고 싶었다.
"고마워!
다음에도 꼭 필요한 만큼만 훔칠 게."
찐찐이 말하자
"그래!
엄마 아빠에게 들키지 말고 꼭 필요한 만큼만 훔쳐 가."
순이가 말하고 뒤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트릭!
창고에 갇히면 어떡해?"
찐찐이 물었다.
지난번 영수네 집에서 생선을 훔치다 찐찐은 창고에 갇힌 적이 있었다.
"창고에 갇히면!
우선 나갈 곳을 찾아봐야지.
무섭다고 소리치면 들킬 수 있으니 울지 말고."
트릭이 천천히 설명해 줬다.
"창고문이 열리면 무조건 뛰어야 해!"
"알았어!"
찐찐은 이제 창고에 갇혀도 두렵지 않았다.
언제든지
도망갈 기회가 오면 멀리 도망치라는 트릭의 말을 믿었다.
"트릭!
오늘은 뭘 훔칠 거야?"
찐찐이 물었다.
"오늘은!
어린이들의 꿈을 훔칠 거야."
하고 트릭이 말하자
"어린이들의 꿈!
그게 뭔데?"
찐찐은 궁금했다.
"그건!
미래의 꿈이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꿈!"
트릭이 설명해 주자
"미래의 꿈이란 건 또 뭐야?"
찐찐은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그건!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뜻이야."
트릭은 아직 어린 새끼 고양이에게 설명해 주기는 어려웠다.
"나도
꿈을 훔칠 수 있을까?"
하고 찐찐이 묻자
"당연하지!
마음먹기 달린 거야."
트릭은 찐찐을 데리고 순이가 다니는 학교로 갔다.
"저기!
교실에서는
모두 미래의 꿈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곳이야."
"나도
학교 갈 수 있어요?"
찐찐은 어린이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
"노력하면 되겠지!"
사실은 트릭도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
학교에 다녔다면 트릭이 도둑고양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학교에 다녀야지!"
찐찐은 트릭이 해준 이야기를 듣더니 학교에 가고 싶었다.
"노력하면 가능하지!"
트릭은 찐찐의 꿈을 막고 싶지 않았다.
"나는 도둑고양이!
어디든 갈 수 있는 도둑고양이!
무엇이든 훔칠 수 있는 도둑고양이!
나는 도둑고양이!
호기심 가득한 도둑고양이!
자유롭게 떠도는 도둑고양이!
나는 도둑고양이!
마법을 부리는 도둑고양이!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도둑고양이!"
찐찐은
위로 올라가 트릭이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른이 된 찐찐은
물고기를 잡거나 훔치면 새끼 고양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