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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생각이야!

상상에 빠진 동화 0322

by 동화작가 김동석

<머피>의 생각이야!




들판이 고요했어요.

베짱이 한 마리는 낮잠을 자고 일어났어요.

<머피>라는 이름을 가진 베짱이었어요.


‘찍 찌르르!’

어디선가 머피의 노래가 들렸어요.

머피는 일은 하지 않고

바위나 버섯 위에 앉아 책만 보고 놀았어요.

심심하면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런

베짱이 머피가 굶어 죽을 까 봐 친구들은 걱정했어요.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려고 책만 보고 있을까!”

똥을 굴리며 집으로 가던 쇠똥구리가 머피를 보고 말했어요.


“죽지 않고 사는 게 신기하다니까!”

무당벌레도 들꽃 위에 앉아서 놀면서 말했어요.


들판 모퉁이에서

많은 개미들이 쌀을 들고 옮기고 있었어요.


“빨리빨리 해야 한 알이라도 더 나를 수 있어!”

여왕개미가 일개미들을 향해 소리쳤어요.


“알았어!

알았다고.”

하고 일개미들이 대답했어요.


“저것들이 어디서 훔쳐오는 거지!”

책을 읽던 머피는

수백 마리 일개미들이 쌀을 들고 옮기는 것을 보고 궁금했어요.


“어디서 훔쳐오는 거야?”

버섯 위에서 뛰어내린 머피는 일개미 한 마리에게 물었어요.


“욕심쟁이!

샤일록 영감 창고에서 가져오는 거야.”

하고 개미가 대답했어요.


“그 욕심 많은 영감!

창고 문이 열렸어?”

하고 머피가 묻자


“응!”

하고 일개미가 대답했어요.


머피는

창고로 뛰어갔어요.


“와!

항아리가 깨졌다.”

창고 안에 있는 커다란 항아리 하나가 깨졌어요.

그 안에는 쌀이 가득 담겨 있었어요.


“개미들이 횡재했군!

샤일록 영감이 이걸 모르다니.

한 알씩 들고 옮기면 며칠이나 걸릴까!”

머피는 깨진 항아리 위에 올라가서 생각했어요.


“개미들이

한 알씩 들고 옮기면 100년은 걸리겠다!”

머피는 창고를 나와 들판으로 달려갔어요.


“좋은 수가 있어!

<머피의 법칙>을 <셀리의 법칙>으로 바꾸는 거야.”

하고 말하며 머피는 달렸어요.


“얘들아!

모두 모여 봐.”

머피는 큰 소리로 친구들을 불렀어요.


“또 무슨 수다를 떨려고 부르는 거야!”

사마귀가 장미꽃에서 내려오며 말했어요.


“책 속에서 또 뭔가 발견했군!”

머피 앞으로 꿀벌, 무당벌레, 쇠똥구리, 사마귀가 모였어요.

게으른 베짱이가 부를 때는 가지 않던 곤충들이었어요.

하지만

베짱이 <머피>가 부르면 달려갔어요.

어린 머피는 달랐어요.

하루 종일 노는 것 같아도 책을 읽고 생각하는 베짱이었어요.


“얘들아!

샤일록 영감님 댁의 창고에 있는 쌀 항아리 하나가 깨졌어.”

하고 머피가 말하자


“욕심쟁이 영감님 쌀 항아리가!”

곤충들은 깜짝 놀랐어요.


“그래!”


“일개미들이 쌀을 한 알씩 옮기고 있어!”


“벌써?”


“응.”

머피의 말을 들은

곤충들도 빨리 달려가고 싶었어요.


“우리도 빨리 가자!”

사마귀가 말하자


“잠깐!

내 말을 들어 봐.”

머피가 말했어요.

머피는 계획이 있었어요.


“뭔데?”

하고 무당벌레가 물었어요.


“꿀이 많이 필요해!

그리고 쇠똥구리 친구들을 모두 불러와!”


“뭐하려고?”

꿀벌이 묻자


“제발!

내가 하자는 데로 해.”

하고 머피가 말했어요.


머피는

친구들에게 천천히 이야기했어요.


“쌀 항아리에 꿀을 많이 떨어뜨리면 큰 덩어리가 생길 거야.

그걸

쇠똥구리들이 힘을 모아 밀면 이곳으로 가져올 수 있어.”

하고 머피가 말하자


“가능할까!”

하고 말하는 친구들은 믿기 어려웠어요.

친구들은

머피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가끔 친구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것을 보고 이번에도 머피의 말을 따르기로 했어요.


“알았어!

꿀벌들에게 꿀을 잔뜩 들고 오라고 할게.”


“고마워!”


“나도

쇠똥구리들을 데려올게!”


“모두 고마워!”

머피에게 대답한 곤충들은 모두 들판으로 달려갔어요.


게으른 베짱이!

곤충들은 모두 베짱이를 욕하고 무시했어요.

하지만

게으른 아빠 배짱 이아 다른 어린 베짱이는 지혜로웠어요.

책을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베짱이!

들판 친구들을 도와주는 베짱이였어요.




2011.5.24.홍천.jpg 그림 나오미 G



머피는

들판에서 일하는 개미들을 지켜봤어요.


“개미들아!

좀 쉬어.”

하고 머피가 말하자


“일 해야 해!”

하며 일개미들은 열심히 쌀을 들고 갔어요.


“내가 쉽게 쌀을 옮겨 줄게.”

하고 머피가 말하자


“정말이야?”

하고 일개미들이 쌀을 내려놓고 물었어요.


“응.”

개미들이 모두 쌀을 내려놓고 머피에게 달려왔어요.


“모두 힘을 합치면

샤일록 영감의 쌀을 모두 이곳으로 옮길 수 있을 거야!”


“어떻게 옮기려고?”


“나한테 좋은 수가 있어.”

머피에게는 정말 좋은 계획이 있었어요.


머피와 친구들이

샤일록 영감의 창고로 달려갔어요.

그곳에서

꿀벌들을 기다렸어요.


“머피!

정말 가능할까?”

나이 많은 무당벌레가 물었어요.


“가능해!”

하고 머피가 대답했어요.


“저기 온다!”

꿀벌들이 꿀을 가득 채운 꿀단지를 들고 날아왔어요.


“천천히!

여기에 부어.”

머피의 말을 듣고

깨진 쌀 독 안에 한 마리씩 날아와 꿀을 부었어요.

꿀을 부었더니

큰 쌀 덩어리가 만들어졌어요.


“더 많이 부어!”


“알았어!”


“와!

정말 큰 덩어리다.”


“저걸!

밀고 갈 수 있을까.”


“불가능할 거 같아!”

많은 곤충들이 큰 쌀 덩어리를 보고 걱정을 했어요.


꿀을 먹은

쌀들이 모두 한 덩어리가 됐어요.


“이제 밀어 봐!”

머피가 쇠똥구리들에게 말했어요.


쇠똥구리들이 밀어봤어요.


“꼼짝도 않는다!

어떡하지.”


“모두 함께 밀어보자!”


“그래!

같이 밀어보자.”

들판의 모든 친구들이 밀기 시작했어요.


“와!

움직인다.”


“더 세게 밀어보자!”


“좋아!”

손에 묻은 꿀을 쪽쪽 빨아먹으며 쇠똥구리들이 말했어요.


쌀 덩어리는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힘을 합치니까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되었어요.

한 번만

더 밀면 창고 밖으로 나올 거 같았어요.


“영차! 영차!”


“더 세게!”

머피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쌀 덩어리를

창고 밖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어요.


“여기서부터는 쉬우니까 좀 쉬자!”

쇠똥구리 대장이 말했어요.


“좋아!”

들판의 친구들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쉬었어요.


쇠똥구리 대장은

들판을 천천히 둘러봤어요.


“저쪽으로 밀어야 잘 굴러갈 거야!”

들판이 기울어진 곳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좋아!

힘차게 밀어보자.”


“좋아!”

곤충들은 모두 힘을 모아 쌀 덩어리를 밀었어요.


들판에서

쌀 덩어리는 데굴데굴 잘 굴러갔어요.


들판

한가운데까지 밀고 갔어요.


“여기가 좋겠다!”

하고 머피가 말하자


“어떻게 할 거야?”

여왕개미가 머피에게 물었어요.


“이제부터

개미들이 할 일이 많아!”


“무슨 일?”


“쌀 덩어리 밑에 흙을 파면돼!”

일개미들은

이제야 머피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친구들이

일개미들과 함께 땅을 파기 시작했어요.


“힘들다!”


“올 겨울은

식량이 많으니 걱정 없을 거야!”


“맞아!

머피가 또 큰일을 했군.”

일개미들은

쌀독에 쌀을 모두 가져올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들쥐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땅에 묻어야 해!”

머피가 말하자


“알았어!”

하고 일개미들이 말했어요.


들판에

쌀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들쥐들이 모두 빼앗아 갈 거예요.


“영차! 영차!”

들판의 친구들은 열심히 땅을 팠어요.


쌀 덩어리는

서서히 땅 속으로 사라졌어요.


“조금만 더 하면 되겠어!”

머피가 소리쳤어요.


“올 겨울은 정말 행복하겠다!”

나이 많은 무당벌레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말했어요.


“모두 수고했어요!”

쌀 덩어리는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와!

우리가 해냈다.”


“그 큰 쌀 덩어리를 옮기다니 믿어지지 않아!”


“정말 믿을 수 없어!

우리가 해냈다.”

머피와 들판의 친구들은 서로 칭찬해 주었어요.


“욕심쟁이!

샤일록 영감이 이걸 알게 되면 어떻게 할까.”

들판의 친구들은

샤일록 영감의 화난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겨울이 찾아왔어요.

날씨가 너무 추웠어요.

먹을 게 없어서 들쥐들도 수십 마리 죽었어요.

젊은 쥐들은 먹을 것을 찾아 도시로 떠났어요.


들판의 친구들은

지혜로운 베짱이 머피 덕분에

추운 겨울을 배불리 먹으며 따뜻하게 잘 지낼 수 있었어요.


머피의 법칙!

다음에

셀리의 법칙이 온다는 걸 베짱이 <머피>는 알았어요.


여러분!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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