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도시락!-09

상상에 빠진 동화 0369 내가 먹을 게!

by 동화작가 김동석

09. 내가 먹을 게!



들판이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허수(허수아비)와 미미(고양이)는 논두렁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벼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수야!

양계장에 나랑 같이 가볼래."

하고 미미가 허수에게 말하자


"양계장!

그곳에는 뭐 하러 가려고?"

허수가 묻자


"병아리!

아니

그 안에 노랑 병아리들이 많아.

내가 닭장 문을 열어 준다고 해도 꼼짝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허수를 보면 병아리도 생각이 달라질 것 같아!"

하고 미미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허수에게 해줬다.


"자유!

나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려고 했구나."


"맞아!

병아리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어.

그런데

병아리들은 먹이만 쪼아 먹고 내 말에 관심이 없어."


"살이 포동포동 찌면 죽을 텐데!

바보 같은 병아리."

허수도 알았다.

닭이 커갈수록 죽음을 맞이할 것을 알고 있었다.


허수는

들판에서 몇 년을 지내며 양계장을 지켜봤다.

병아리가 들어오면 몇 개월 후 큰 닭이 되어 차에 실려가는 것을 봤다.

큰 닭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림 나오미 G




허수와 미미는

저녁때가 되자 양계장을 향했다.

순이에게 줄 도시락 안에는 우렁, 미꾸라지, 가재가 들어 있었다.


"허수야!

미꾸라지 몇 마리 꺼내서 닭들에게 줄까?"

하고 미미가 물었다.


"순이는 어떡하고!"

하고 허수가 말하자


"내가 말할게!

오늘은 도랑에 미꾸라지가 없었다고."

하고 미미가 말했다.


"좋아!

미꾸라지는 내일 또 잡으면 되잖아."

하고 허수가 대답하자


"좋아!

사료만 먹던 닭들이 미꾸라지 먹으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아마

닭장 문을 열어달라고 할 거야."

미미는 가슴이 뛰었다.


"자유!

들판을 자유롭게 다니면 먹는 것도 달라질 거야.

병아리들이 좋아할 텐데!"

허수도 병아리들이 닭장을 나와 들판에서 자유롭게 살았으면 했다.


허수와 미미는 양계장 문틈 사이로 들어갔다.


"세상에!

병아리가 없어."


'꼬꼬꼬꼬! 꼬꼬꼬꼬!'

어미 닭이 된 것도 모르고 미미와 허수는 놀랐다.


"다 컸다!

이제 이곳을 곧 떠날 거야."

하고 허수가 말했다.


"안녕!

내 말 들어 봐.

닭장을 나오면 맛있는 먹이를 찾을 수 있어.

자유롭게 살 수 있어."

하고 말한 미미는 도시락에서 미꾸라지를 꺼냈다.


"이거 봐봐!

도랑에서 잡은 미꾸라지야.

사람들도 먹는 고기야.

너희들도 한 번 먹어 봐!

아마

닭장에서 나오고 싶을 거야."

하고 미미가 말한 뒤 닭장 가까이 다가갔다.


"미꾸라지 먹고 싶지?"

하고 어미닭에게 물었다.


"아니!

난 이대로 좋아."


"넌!

미꾸라지 먹고 싶지 않아?"


"응!

난 이곳이 좋아."


"미미!

내가 먹을 게.

미꾸라지 먹고 싶어!"

하고 호기심 많던 어미닭이 외쳤다.


호기심 많던 병아리였다.

미미를 기다리다 포기한 병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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