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동쪽으로 달리자!
보름달이 뜬 날!
토끼 <시몬>은 <달 광장>을 향했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토끼 <시몬>은 <달 광장>에서 고양이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어딜 가려고?"
하고 고양이 대장 <코코>가 물었다.
"동쪽으로 가라고 했지!"
토끼는 고양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날 버렸지만 살았잖아!
적으로만 생각했던 고양이가 날 도와줄 줄이야.
나는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려야 해!
고양이 신 말을 믿고 달려야 해.
산토끼가 많이 사는 곳을 찾아야 해.
날 버린 사람들에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 줘야지."
토끼 <시몬>은 등에 진 가방이 무겁지 않았다.
이마에는
땀이 주룩주룩 흘렀지만 곧 만날 산토끼 생각에 힘들지 않았다.
"저건 뭐야!"
숲에서 낮잠 자던 삵이 순간 사라져 버린 뭔가를 보고 말했다.
하지만 뒤쫓지 않고 다시 잠을 청했다.
"어디 있을까!"
산 중턱에 오른 토끼 <시몬>은 큰 바위에 올라 멀리 동쪽을 바라봤다.
"이렇게 산이 높고 넓다니!"
아파트 정원에서만 살던 토끼 <시몬>은 넓은 세상을 보고 놀랐다.
"더 빨리!
동쪽으로 달리자."
얼마나 빨리 달리던지 나무들도 토끼를 볼 수 없었다.
"엄마!
금방 토끼가 지나갔어."
새끼 너구리가 달리는 토끼를 보고 엄마 너구리에게 말하자
"그건!
토끼가 아니야.
바람이야! 바람!"
엄마 너구리는 낮잠을 자다 눈을 살며시 뜨고 새끼 너구리에게 말했다.
"엄마!
토끼야.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하고 새끼 너구리가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시끄러워!
엄마는 안 봐도 냄새로 토끼를 찾을 수 있어."
하고 말한 엄마 너구리는 다시 잠을 청했다.
"토끼였는데!"
하고 말한 새끼 너구리는 엄마 너구리 등에 올라가 멀리 달리는 토끼를 찾았다.
"동쪽으로!
더 빨리 달리자."
깊은 숲 속에서 하얀 토끼가 쏜살같이 달리는 모습이 가끔 나뭇가지 사이로 보였다.
"토끼야!
하얀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토끼야! 토끼야!
어디를 향해 달려가느냐?"
나뭇가지들은 쏜살같이 달리는 토끼를 보고 노래를 불렀다.
"산토끼!
산토끼 찾으러 가요.
나는
산토끼랑 같이 살 거예요."
하고 대답하며 토끼 <시몬>은 달렸다.
그림 나오미 G
고양이 대장 <코코>는 슬펐다.
토끼 <시몬>이 아파트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말리고 싶었다.
숲은 더 위험하니까 이곳에서 같이 살자고 했다.
하지만
토끼 <시몬>이 숲으로 가겠다고 결심하자 막지 않았다.
토끼가 혼자 사는 게 싫었다.
숲에서 산토끼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