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혜롭지 못했어!

유혹에 빠진 동화 225

by 동화작가 김동석

지혜롭지 못했어!



엄마 돼지는

새끼 돼지들이 젖만 먹었으면 했지만 똥을 먹었다.

엄마 돼지가

아무리 잔소리해도 새끼 돼지들은 눈만 뜨면 엄마가 싼 똥에 코를 들이밀고 놀았다.

노는 것도 잠시 새끼 돼지들은 엄마 똥을 먹었다.


"꿀꿀!

맛있어.

너무 맛있어.

엄마 젖에서 나오는 우유보다 더 맛있어."

새끼들은 노래 부르며 엄마 똥 속으로 파고들었다.

똥을 던지고 놀거나 똥 위에 올라가 미끄럼도 타고 한 주먹씩 뭉쳐 똥 싸움도 했다.


"히히히!

너무 좋아."

새끼 돼지들은 행복했다.



그림 나오미 G




엄마 돼지는

어느 날부터 먹지 않았다.

아니

똥을 싸지 않기 위해서 먹지 말아야 했다.

새끼들이 똥 위에서 놀고 자는 게 싫었다.

똥 먹는 건 더 싫었다.


"엄마!

배고파요."

엄마 젖을 빨던 새끼 돼지들은 배고팠다.

엄마가 음식을 먹지 않아 젖이 나오지 않았다.


"히히히!

내가 똥 싸지 않으니까 좋다."

엄마 돼지는 새끼들이 똥 위에 올라가 놀지 않아 좋았다.

그런데 또 걱정이었다.

새끼 돼지들이 먹을 젖이 나오지 않아서 걱정이었다.


"엄마!

배고파 죽겠어요.

엄마!"

낮잠을 자는 데 꿈속에서 새끼 돼지들이 외쳤다.


"똥!

똥 먹으면 되잖아."

하고 엄마 돼지가 크게 외쳤다.


"엄마!

똥은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엄마!

배고파요."

새끼 돼지들이 몰려와 엄마 등 위로 올라가 외쳤다.


"똥!

똥이나 실컷 먹으라고."

엄마 돼지는 더 크게 외쳤다.

엄마 돼지는 꿈 꾸며 잠꼬대 했다.

새끼 돼지들이 똥을 던지는 걸 보고 멀리 도망쳤다.

엄마 돼지는 똥이 싫었다.

새끼 돼지들이 똥 위에 올라가 노는 게 싫었다.

똥 속에서 구더기를 찾아 먹는 게 싫었다.


"엄마!

배고파요."

새끼 돼지들이 크게 외치자 엄마 돼지는 잠에서 깨어났다.


"배고파!

똥 먹지 않았어?"

엄마 돼지가 새끼 돼지들을 보며 물었다.


"엄마!

똥이 없어요.

똥이 하나도 없어요!"

새끼 돼지들이 우리에 있는 똥을 다 먹어 치웠다.


"이런!

큰 일이다."

엄마 돼지도 배고팠다.


"꿀꿀!

밥 주세요."

엄마 돼지는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주인이 밥을 갖다 주길 기다렸다.


배고픈 새끼 돼지들은 힘이 없었다.

울부짖을 힘도 없었다.

똥을 가지고 놀고 싶지도 않았다.

엄마 돼지 등에 올라가 미끄럼도 탈 수 없었다.


'꿀꿀! 꿀꿀!'

엄마 돼지는 더 크게 울부짖었다.

하지만

주인아주머니도 아저씨도 모두 들판에 나가 있었다.

학교에 간 동수가 돌아올 시간도 아직 멀었다.


어미 돼지는

지혜롭지 못한 행동을 후회하며 새끼 돼지들을 달랬다.


"조금만 기다리면 주인이 올 거야!

조금만 참아.

먹을 것을 많이 가지고 올 거야."

엄마 돼지는 새끼 돼지를 달래고 달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를 닮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