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발머리 소녀!
교실 문을 열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선생님은 출석부를 펼치고 이름을 불렀다.
"김미숙!"
선생님이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김미숙!
단발머리 김미숙."
교실 뒤쪽을 향해 크게 외쳤지만 대답이 없었다.
"선생님!
오늘도 결석인가 봐요."
하고 앞에 앉아있던 선미가 말했다.
미숙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아니
갈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가 논에서 일하는 바람에 집에서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누나!
배고파."
하고 남동생이 말하자
"알았어!"
하고 대답한 미숙은 부엌 선반 위에서 찐 고구마를 꺼냈다.
"천천히 먹어!"
미숙이 말하자
"응!"
하고 대답한 남동생은 고구마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언니!
껍질 벗겨 줘?"
하고 막내 여동생이 말하자
"알았어!
미자야 고구마 먹고 머리 자를까?"
하고 언니가 묻자
"응!
언니처럼 나도 잘라 줘."
하고 대답했다.
"영수야!
너도 머리 잘라 줄까?"
하고 누나가 묻자
"누나!
난 빡빡머리는 싫어."
하고 남동생이 말하자
"단발머리!
너도 누나처럼 단발머리로 잘라 줄게."
하고 누나가 말하자
"알았어!"
하고 남동생이 대답했다.
미숙은 동생들과 고구마를 먹었다.
그리고
감나무 밑 평상에 돗자리를 깔고 방에 들어가 이발 도구를 찾았다.
이발 도구라고 해봤자 가위 하나와 빗 하나였다.
"언니!
나부터 잘라 줘."
하고 여동생이 말하자
"알았어!
여기 앉아."
하고 말하며 작은 통을 내밀었다.
"언니!
언니처럼 잘라줄 거지?"
"응!
걱정 마."
하고 말한 미숙은 가위로 여동생 뒷 머리부터 잘랐다.
'싹둑! 싹둑!'
가위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영수야!
부엌 솥단지에 물을 가득 채우고 불을 켜봐!
머리 감아야 하니까."
하고 미숙이 말하자
"누나!
가득 채우고 데울까?"
"응!
가득 채워.
너도 미자도 감아야 하니까 뜨거운 물이 많이 필요할 거야."
하고 말했다.
영수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물 항아리를 열고 솥에 물을 가득 채웠다.
불을 붙이고 마른 나뭇가지를 가득 아궁이 속에 넣었다.
그림 이수민/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43기
"언니!
예뻐요?"
하고 여동생이 묻자
"응!
너무 예뻐.
클레오파트라보다 더 멋진 것 같아!"
하고 언니가 말했다.
"언니!
클레오파트라가 누구야?"
하고 여동생이 물었다.
"이집트 여왕!
단발머리 한 여왕이야."
"정말!
여왕이 단발머리 했다고?"
"응!
여왕이 단발머리 했어."
"언니!
그럼 나도 여왕처럼 보일까?"
하고 묻자
"당연하지!
클레오파트라보다 더 멋진 여왕이 될 거야."
하고 언니가 대답했다.
"언니!
내가 여왕이 되면 언니는 뭐가 되는 거야?"
하고 여동생이 묻자
"난!
여왕 언니가 되는 거지.
단발머리 여왕 언니!
어때 좋지?"
"응!
좋아."
여동생은 언니가 여왕이 된다고 하지 않아 좋았다.
"영수야!
물 다 데웠지?"
하고 미숙이 남동생에게 물었다.
"응!
물이 펄펄 끓어요."
하고 영수가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아궁이에서는 연기가 자욱 피어올랐다.
미숙은
방에 들어가 공책과 연필을 들고 나왔다.
감나무 밑 평상에서 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