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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8. 2022

배신의 딜레마!

달콤시리즈 143

배신의 딜레마!






소년은 협력하지 않았다.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자라고 놀려도 소년의 협력을 받는다는 건 그들에게 무리였다.


"우리에게 협력하면 사는 데 걱정 없다니까!"

소년을 협박하던 그들은 어떻게든 소년을 무리에 포함시키고 싶었다.


"나더러 배신자가 되라는 거야!

그럴 수는 없어.

난 최소한 인간의 예의를 지키고 싶어!"

폭력적인 그들로부터 온갖 협박을 받으면서도 소년은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사회 질서의 근본은 우리 조직이 결정한다!

누구든지 조직의 결정에 따르지 않으면 각오해야 한다."

그들을 이끄는 리더는 항상 강력한 폭력으로 배신자를 응징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우리 조직에 들어와,

안들어오면 알지?"

그들은 조직에 협력하지 않는 소년에게 마지막 경고를 했다.


"인간의 본능은 상호 협조가 우선이야!

하지만 폭력과 협박에는 협조할 수 없어.

난!

최소한 인간의 도리를 하며 살기 원해!"

소년의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려고 했다.


"인간의 본능!

그 본능이 인간의 영혼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실천하는지 잘 봤잖아."

그들은 소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의 이기적 유전자는 배신보다는 다가오는 조직의 쓴맛을 선택했다.


..


"달수야!

정말 미안하다."

한수는 조직의 명령에 의해 달수에게 폭행한 뒤 알 수 없는 유혹의 딜레마에 빠졌다.

달수는 한수의 말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달수야!

앞으로 나도 그 조직에서 나올 거야."

한수는 폭력 조직에 들어간 뒤 매일 일어나는 폭력에 가담하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나보다 더 센 보복이 있을 거야!"

달수는 조직의 일원이 아닌 이유로 그나마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폭력 조직에 가담해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을 포기하는 거야!"

한수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 조직에서 나오고 싶었다.


"악마의 유혹이란 게 있지!

배신은 또 다른 배신을 낳는 것처럼 악마는 계속 너를 유혹할 거야.

폭력이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너를 위기에 빠지게 할 거야!"

달수는 조직의 일원이 되지 않기 위해 버티면서 그동안 많은 일을 당했다.


"그렇겠지!
설마! 죽이지는 않겠지."

한수는 조직을 배신한 대가가 얼마나 큰 지 잘 알고 있었다.

죽느냐의 문제보다

바보나 병신이 되어 살아갈까 더 걱정이었다.


"달수야!

아무튼 지난번 일은 미안하다."

한수는 진정으로 달수에게 사과했다.


달수는 점점 몸이 좋아졌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 지난날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다행인 것은

한수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일상의 친구가 돼줄 것만 같았다.


..


"오랜만이다!"

달수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 두 달만에 조직의 리더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아직!

살아있군."

달수는 조직의 무리들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어때!

우리 조직에 들어올 거지?"

하고 조직의 일원 한 명이 달수에게 물었다.


"아니!"

하고 달수가 대답하자


"이 새끼가!"

조직원은 금방이라도 폭력을 행사할 것 같았다.


"난!

조직이 싫어.

난 유난히 강한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살아야 해!"

달수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뭐!

이 새끼가 죽으려고 작정을 했군."

하고 말하더니 달수 가슴을 주먹으로 한  쳤다.


'퍽!'

달수 가슴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뭘 봐!

새끼야."

달수를 때린 조직의 일원은 또 한방을 치려고 했다.


"병신 새끼들!"

달수의 입에서 때리려는 일원을 향해 말했다.


"뭐!

병신 새끼들!"


"그래!

병신 새끼들아.

혼자 있을 때는 힘도 못 쓰면서!

조직을 만들어 무리 지어 다니며 겨우 힘쓰는 병신 새끼들이지!"

달수는 조직의 일원들이 들을 수 있게 큰소리쳤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듣고 봤다.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달수를 때린 조직의 일원이 또 주먹을 날렸다.


'퍽!'

달수의 가슴에서 또 크게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다.


"병신 새끼!

게 멋진 줄 알지!

병신새끼들!"

달수는 두 대 맞고도 피하지 않았다.


"넌!

뒤에 조직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지.

병신새끼!"

하고 비웃으며 달수가 말하자


"뭐!

이 새끼가 죽을라고 환장했구나."

하고 말하더니

또 달수에게 주먹을 날렸다.


"병신 새끼!"

달수도 이번에는 맞지 않고 주먹을 피했다.

처음으로 달수는 조직에 대항하는 신호를 보였다.


"피해!

내 주먹을 피하다니.

넌!

오늘 죽었어!"

하고 말한 조직의 일원은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던졌다.


"조직이 없으면 힘도 못 쓰는 주제에!

까불기는!"

달수는 간이 부었거나 아니면 죽을 각오를 한 것 같았다.


..


달수는 이기적 유전자 때문에 또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번 입원 때는 혼자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수가 곁에 있었다.

한수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른 달수였다.


한수도 조직을 배신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병원에 실려왔다.

한수가 배신의 유혹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달수의 행동이었다.


한수는 혼자라는 게 무섭지 않았다.

한수는 조직 안에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누구를 괴롭히는 것도 조직의 일원이 뒤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나도 이기적 유전자가 있는가 봐!"

달수와 눈이 마주친 한수가 말하자


"누구에게나 존재하지!

가슴 깊은 곳에서 숨 쉬고 있지만 함부로 꺼내지 않을 뿐이지."

달수는 한수가 폭력 조직에서 탈피한 것만으로 충분히 가까이 지낼 친구라 생각했다.


"사회 질서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암 조직들이야!"

달수는 폭력 조직이 날로 확장하는 것을 보며 걱정했다.


그림 나오미 G


..


"그 조직!

뉴스에 나왔어!"

한수와 달수를 괴롭혔던 폭력조직은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 때문에 모두 경찰서에 끌려갔다.

달수는 다음 주에 그들의 재판이 진행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관심 없었다.


"정당한 폭력은 존재하는가!"

한수가 병원에서 달수에게 물었다.


"세상에

정당한 폭력은 없어!"

달수가 말하자


"선생님이 때리는 것도!"


"선생님이 때리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잖아!"


"무슨 소리!

분명한 이유가 없어도 때리던데!"

한수는 분명 이유 없이 선생님에게 맞은 기억이 있었다.


"선생님이 때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그냥!

이유 없이 때리는 선생님은 아마도 없지!"

달수를 지배하는 이기적 유전자는 선생님의 비폭력을 항변하고 싶었다.


"나는 제일 억울한 게

육성회비 안 냈다고 때리는 거였어!"


"돈을 안 냈으니!

때리는 이유는 있잖아."


"누가!

맞고 돈 내고 싶어.

돈이 없으니까 못 낸 건데!

그렇다고

치사하게 때리냐!"

한수는 아직도 학교에서 맞은게 생생하게 생각났다.


"나도 맞았어!

육성회비 안 내서.!


"그럼!

지금처럼 선생님에게 이기적 유전자가 반항했어?"

하고 한수가 물었다.


"반항했지!
때리면 육성회비 절대로 안 낸다고!"


"그랬더니!
안 때렸어?"


"아니!

그날은 남아서 죽도록 맞았어.

돈 안내서 맞고

선생님께 따졌다고 맞고

눈을 크게 떴다고 맞고

이유가 아무튼 많았어!"

하고 달수가 그때를 생각하며 말하자


"하하하!"

한수는 웃었다.

아니!

달수의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잊었다.


"참!

육성회비를 안 내려고 했는데 엄마가 와서 냈더라고!"

하고 달수가 말하자


"그랬구나!

넌!

선생님이 이유 없이 때리는 것도 반항했구나."


"그래!

지금도 이해 안 가.

육성회비 안 낸 게 잘못도 아닌데 선생님이 때리는 이유를!"

달수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났다.


"선생이 갑!"

한수는 쉽게 생각했다.


"갑질 한 거지!

꼰대 같은 생각으로 대장 노릇 한 거지."

달수는 아직도 가슴속에 응어리진 게 싫었다


..


달수를 때린 조직이

잡혀간 뒤 학교를 오가는 거리는 평화로웠다.

하지만

평화로운 등굣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돈 많지!"

길 모퉁이에서 한 소녀를 여러 소녀들이 둘러싸고 돈을 빼앗고 있었다.


"없어!"


"주머니 뒤져서 나모면 넌 죽는다!"

조직의 한 일원이 말하자


"없어!

꺼지라고!"

소녀는 두렵지 않았다.

오빠에게

배운 대로 강한 척했다.


"이런!

이게 죽고 싶구나.

감히

 어디서 큰 소리야!"

소녀의 머리채를 잡은 조직들은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멍청이 같은 것들!

때린다고 내가 돈 줄 것 같아."

소녀는 강하게 저항하며 버텄다.


"가자!"

소녀들 주먹에 머리카락이 가득했다.

결국

소녀들은 폭력을 휘둘렀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소년들이 사라진 시내에

소녀들의 전성기가 찾아온 듯

폭력 소녀들의 이야기는 암세포처럼 퍼졌다.


..


"시내에서 폭력배에게 당한 사람!"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앙케트 조사를 했다.


"아무도 없어!"

반 친구들은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금은빛!"


"네!"


"폭력 당했지!"

하고 담임선생님이 묻자


"은빛이가!"

친구들은 모두 놀랐다.


"은빛인 태권도 유단자인데!

어떻게

폭력 소녀에게 당했지?"

친구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정당방위라는 게 있는데!"

은빛이가 폭력 소녀 몇 명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친구들은 알고 있었다.


"금은빛!

수업 끝나면 교무실로 와!"


"네!"


담임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자

친구들은 모두 은빛이 앞으로 모였다.


"그 폭력 소녀들 가만두었어?"


"그것들 모두 죽여버리지 그랬어!"


"돌려차기!

한방이면 끝나는 게임인데!"

친구들은 은빛이가 폭력 소녀들 앞에서 참았다는 게 신기했다.


은빛이는 꿈이 있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나가는 거였다.

태권도를 배울 때도

폭력을 위해 싸우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었다.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

은빛이는 친구들에게 한 마디 했다.


"잘했어!"

한수와 달수가 은빛이를 보고 엄지손을 높이 들었다.


폭력이 없는 세상!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세상!

거짓과 진실이

똑똑히 눈에 보이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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