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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8. 2022

꿈을 이뤘잖아!

달콤시리즈 145

꿈을 이뤘잖아!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주어진 행복을 지키지 못한 내 탓이었다.

사람들은 행복을 얻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불태웠지만 그럴수록 작은 행복도 지키지 못했다.


“나는 이미 행복한데!”

소년은 지금 누구보다 행복했다.

엄마가 치매만 걸리지 않았으면 더 행복했을 것이다.


“늙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치매가 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소년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잘 버티고 살아왔다.

주머니가 텅 비었어도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가난이라는 핑계 없는 무덤이 소년을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잘 이겨냈다.


..


“죽을까!”

소년은 힘들 때마다 죽고 싶었다.

아니!

죽고 싶어서 신에게 기도까지 했었다.

그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신을 원망도 했었다.


가난!

아니면 돈!

소년이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가난을 이겨내는 일이었고 사회가 만들어낸 유행의 절벽이었다.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

이런 것들이 소년을 아마도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욕을 상실한 소년은 죽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왔다.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소년은 세월을  받아들였다.

모든 것이

왔다 가는 세상이라 생각하고 욕망이라는 그릇을 조금 내려놓았다.


욕망!

없으면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려놓은 순간부터 삶의 변화가 찾아왔다.


“내 삶에 너무 미안해!”

소년은 자신을 돌아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항상

자신을 돌보기보다는 부모와 형제들 뒷바라지 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그런 소년은

결혼을 하고 딸을 하나 두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파리에 있고 나는 여기 있다.


“보고 싶은 딸!”

숙녀가 된 딸이 보고 싶었다.

나이 들수록 딸이 더 보고 싶었다.

딸이 공부를 마치고

살아갈 일터라도 찾으면 마음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자신도 돌보지 못한 소년은 부끄러웠다.

<코로나 19>라는 핑계를 대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니!

고통을 생산하며 살고 있었다.


..


“돈이 없어!

내가 잘하는 것은 돈이 안 되는 일이야.”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소년은 심각한 위기를 느꼈다.

특히

소년은 일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눈이 흐려지고 어금니가 내려앉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소년은 어금니가 내려앉아 신경치료를 받아야 했다.

스트레스가 주는 무게가 얼마나 큰 지 알았다.

어금니가 아프니 말을 못 하고 무엇이든 씹을 수 없었다.

소년은 가슴앓이 시간이 길어졌다.

그렇다고

주어진 환경에서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희망이 절벽이야!”

소년은 절벽 앞에서도 살아갈 생각으로 문제를 풀며 살아왔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절벽은 더 높게 느껴졌다.


“딸!

보고 싶다.”

아빠가 된 소년은 딸이 보고 싶었다.

소년은 날마다 하늘에 기도하고

어둠 속에서 간절히 기도했지만 막막함 뿐이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갈 듯

매화가 꽃을 피기 시작했다.

숲 입구에 우뚝 선 산수유도

꽃망울을 하나 둘 터뜨리며 봄맞이를 하고 있었다.



그림 나오미 G



..


나이 들며

가장 큰 위기는 수입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돈이 필요할 때면

소년은 어깨가 쑤시고 어금니가 아려왔다.

그런데도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만이라도 해야

그나마 살아야 한다는 의욕을 찾을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자리에 누우면 아침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

소년은 이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어른이 된 소년은 바보 어른이 되어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은 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아침이 오면 생각은 고상한 듯한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망각의 여유는 아직도 여전했다.

소년은

그동안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지내온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아쉬운 소리라도 좀 하고 살지!”

소년은 스스로에게 한 마디 했다.


"난 못해!

죽어도 못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난 아쉬운 소리는 못하고 살지!"

소년은 아직도 배가 덜 고픈 모양이다.

아니!

세상을 헛살았지 싶었다.


“돈 되는 일을 할 걸!”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가끔 후회했다.


"돈 되는 일!

세상에 돈 되는 일이 무엇일까?"

소년은 돈 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아니!

돈 되는 일을 잘했다.

다만!

돈을 잘 지키지 못한 게 잘못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텅 빈 지갑을 본 소년은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후회할 때가 많았다.


“사랑하는 딸!

아빠는 분명히 원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삶이 녹녹지 않았다.

아니!

<코로나19) 전염병이 온 뒤로 고통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지갑에 돈이 없으니까

평생 동안 돈이 안 되는 일을 했다고 후회하고 있는 아빠가 한심하지!”

소년은 딸에게 고백이라도 듯 말하고 있었다.


..


“사랑하는 딸!

세상이 온통 <코로나 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염병이 번질수록 더 보고 싶구나!”

소년은  <코로나 19> 대유행이 더 심해질수록 딸이 제일 걱정되었다.


“사랑하는 딸!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게 더 비참할 만큼

지금은 위기의 시기다.

파리에 비행기를  보낼 수도 없고

구하러 갈 수도 없고 소통의 창구마저 없단다.

그렇지!

아빠가 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프다!

사랑하는 딸!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구나!”

소년은 마지 감 남은 삶의 끈을 놓고 싶었다.

하지만

죽고 사는 일이 어디 맘대로 되는 일인가!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지!”

소년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마음을 붙잡았다.


“내게 주어진 행복을 지키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하자!”

소년은 스스로 잃어버린 행복을 다시 찾아 나섰다.

어쩌면!

미래의 행복을 찾아 나섰다.


"꿈을 이뤘다면 만족해야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면 후회하지 말아야지.

잘하는 일이

돈이 안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았으니 행복하지 않은가!"

소년은 행복했고 또 행복을 찾아 빈 그릇에 차곡차곡 채우며 살아가기로 했다.


"아빠!

아빠는 꿈을 이뤘잖아!

그러면 됐지!"

파리에서 온 딸이 말했다.


"그렇지!

꿈은 이뤘지.

다만!

돈이 없어서 탈이지."

소년은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돈이 없다는 것만으로 아빠는 부끄러웠다.


"아빠!

나는 아빠가 제일 멋지고 좋아요.

사랑해요!"

딸의 한 마디에 가슴속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들이 많았다.


"고맙다!"

어른이 된 소년은

아니!

바보가 된 소년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

딸과 함께 파리 상제르제 거리 카페에 앉아

오늘을 음미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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