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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

유혹에 빠진 동화 228

by 동화작가 김동석

잠 못 드는 밤!



여름마다 찾아오는 장마!

밤마다

빗방울 소리에 잠 못 이루고 어둠을 맞이했다.


빗방울 소리가 강해질수록 거리에 물이 고여갔다.

차들이 달리며 고인 물을 짓밟으면 요란한 통곡소리가 났다.

빗방울 소리가 아닌

자동차가 짓밟을 때마다 통곡하는 고인 물소리 때문에 잠 못 이뤘다.


"징그럽다!

지겹게 온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사람들은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싫어했다.

하지만

장마의 끝은 아직 멀었다.



그림 나오미 G



햇살이 그리웠다!

쨍쨍한 햇살이 필요했다.

습기가 가득한 곳마다

빗물이 고인 곳마다 햇살을 기다렸다.

하지만

새까만 구름은 쉽게 햇살을 보여주지 않았다.


무엇이든!

적당히 있을 때 좋은 걸 알았다.

너무 더워도 안 좋고 너무 추워도 안 좋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철이지만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릴 때가 있다.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찻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쐐며 모두의 소망을 들었다.

가뭄이 진행되는 곳은 비 오길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자연은 간사한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자연스럽게

비 오는 날은 비를 내리게 하고 눈 오는 날은 하얀 세상을 만들어 갔다.


"욕창이 더 심해졌다.

장마철이라 습기가 많아 걱정이다.

약을 발라주면

어머님이 뜯어버려 죽겠다.

상처가 간지럽고 짜증 날 테니 뜯고 긁고 하겠지."

치매를 앓는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형님의 투정을 들어야 했다.


"형님!

에어컨 켜고 <제습>을 눌러 주세요.

집안 공기가 달라질 겁니다.

<냉방>만 하지 말고 꼭 <제습>을 켜 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형님의 투정을 들어주는 것뿐이다.


"<제습>

그런 게 있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데."


"형님!

리모컨에 <운전선택> 있을 겁니다.

그걸 눌러보세요."


"<운전 선택>!

안 보이는 데."


"형님!

리모컨 사진을 찍어 보내 주세요."



"형님!

리모컨 아래 뚜껑을 열어보세요.

그곳에

<운전선택>이 있을 겁니다."


"뚜껑!

그렇구나.

아래 뚜껑을 열어야 하는구나."







"형님!

<운전선택>을 눌러보세요.

천천히!"


"알았다.

냉방

인공지능

제습

있다!"


"형님!

두 시간 전도 <제습>으로 놔두세요.

집안 습기가 사라질 겁니다."


"알았다!

시원하지는 않겠다.

<냉방>으로 해야 시원할 텐데."


"아니요!

<제습>으로 놔둬도 시원할 겁니다.

두 시간 후

다시 <운전선택>을 눌러서 <냉방>을 선택하세요.

그러면

시원할 겁니다."

나는 형님과 집에 있는 에어컨 이야기를 한 참 했다.


형님과 전화를 끊고 창밖을 내다봤다.

빗방울 소리가 요란했다.


몇 시간 후

형님은 문자를 보냈다.


"아따 좋다!

이런 기능이 있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

매일

<제습>을 틀어야겠다.

집안이 뽀송뽀송하다."


형님!

문자를 읽던 내 입가에 웃음이 찾아왔다.

좋은 기능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이다.

이번 장마에

시골 형님은 에어컨이 얼마나 좋은 지 알았다고 한다.

장마!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빗소리 때문에

잠 못 드는 밤이 일 년에 몇 번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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