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여름마다 찾아오는 장마!
밤마다
빗방울 소리에 잠 못 이루고 어둠을 맞이했다.
빗방울 소리가 강해질수록 거리에 물이 고여갔다.
차들이 달리며 고인 물을 짓밟으면 요란한 통곡소리가 났다.
빗방울 소리가 아닌
자동차가 짓밟을 때마다 통곡하는 고인 물소리 때문에 잠 못 이뤘다.
"징그럽다!
지겹게 온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사람들은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싫어했다.
하지만
장마의 끝은 아직 멀었다.
그림 나오미 G
햇살이 그리웠다!
쨍쨍한 햇살이 필요했다.
습기가 가득한 곳마다
빗물이 고인 곳마다 햇살을 기다렸다.
하지만
새까만 구름은 쉽게 햇살을 보여주지 않았다.
무엇이든!
적당히 있을 때 좋은 걸 알았다.
너무 더워도 안 좋고 너무 추워도 안 좋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철이지만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릴 때가 있다.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찻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쐐며 모두의 소망을 들었다.
가뭄이 진행되는 곳은 비 오길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자연은 간사한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자연스럽게
비 오는 날은 비를 내리게 하고 눈 오는 날은 하얀 세상을 만들어 갔다.
"욕창이 더 심해졌다.
장마철이라 습기가 많아 걱정이다.
약을 발라주면
어머님이 뜯어버려 죽겠다.
상처가 간지럽고 짜증 날 테니 뜯고 긁고 하겠지."
치매를 앓는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형님의 투정을 들어야 했다.
"형님!
에어컨 켜고 <제습>을 눌러 주세요.
집안 공기가 달라질 겁니다.
<냉방>만 하지 말고 꼭 <제습>을 켜 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형님의 투정을 들어주는 것뿐이다.
"<제습>
그런 게 있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데."
"형님!
리모컨에 <운전선택> 있을 겁니다.
그걸 눌러보세요."
"<운전 선택>!
안 보이는 데."
"형님!
리모컨 사진을 찍어 보내 주세요."
"형님!
리모컨 아래 뚜껑을 열어보세요.
그곳에
<운전선택>이 있을 겁니다."
"뚜껑!
그렇구나.
아래 뚜껑을 열어야 하는구나."
"형님!
<운전선택>을 눌러보세요.
천천히!"
"알았다.
냉방
인공지능
제습
있다!"
"형님!
두 시간 전도 <제습>으로 놔두세요.
집안 습기가 사라질 겁니다."
"알았다!
시원하지는 않겠다.
<냉방>으로 해야 시원할 텐데."
"아니요!
<제습>으로 놔둬도 시원할 겁니다.
두 시간 후
다시 <운전선택>을 눌러서 <냉방>을 선택하세요.
그러면
시원할 겁니다."
나는 형님과 집에 있는 에어컨 이야기를 한 참 했다.
형님과 전화를 끊고 창밖을 내다봤다.
빗방울 소리가 요란했다.
몇 시간 후
형님은 문자를 보냈다.
"아따 좋다!
이런 기능이 있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
매일
<제습>을 틀어야겠다.
집안이 뽀송뽀송하다."
형님!
문자를 읽던 내 입가에 웃음이 찾아왔다.
좋은 기능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이다.
이번 장마에
시골 형님은 에어컨이 얼마나 좋은 지 알았다고 한다.
장마!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빗소리 때문에
잠 못 드는 밤이 일 년에 몇 번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