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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와 유머! **

유혹에 빠진 동화 230

by 동화작가 김동석

오아시스와 유머!



그날밤!

두 말은 긴 이야기를 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숨겨진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야!"


"아니야!

밤하늘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에 사막이 아름다운 거야."


크고 작은 말들의 이야기는 밤새 이어졌다.

두 말이 하는 말처럼 사막의 오아시스는 정말 아름답고 생명수라 할 수 있다.

사막 위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 또한 사막에 숨겨진 보물 중에 보물 일 수 있다.


"그런데 말이야!

사막에 사는 전갈이나 낙타는 그걸 알고 있을까?"

작은 말이 큰 말에게 물었다.


"글쎄!

사막에 사는 데 그걸 모를까.

사막에 숨겨진 오아시스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모른다면 그건 비극이야.

그런 바보멍청이가 어디 있겠어.

아마도

오아시스는 몰라도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보고 있을 거야."

하고 말한 큰 말도 확신할 수 없었다.

전갈이나 낙타가 오아시스의 고마움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고 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림 나오미 G/양평카포레




사막에 사는

전갈이나 낙타가 오아시스를 모를 수 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바보멍청이라고 하는 두 말의 이야기도 웃겼다.


"유머!"

두 말이 하는 이야기를 그냥 듣고만 있어도 된다.

하지만

나도 그 대화에 좀 끼고 싶었다.


"이봐!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하고 나는 말들을 향해 물었다.

한 참

시간이 지났지만 두 말은 대답이 없었다.


"이봐!

내 말이 안 들려?

그러니까!

조금 전에 오아시스와 밤하늘의 별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 말이야.

전갈과 낙타를 바보멍청이라고 한 것 말이야.

정말!

전갈과 낙타가 바보멍청이 일까?"

나는 다시 물었다.

하지만

두 말은 조용했다.


"웃기는 군!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너희야말로 바보멍청이군!"

하고 두 말을 향해 한 마디 했다.


"히히히!

히히히!"

두 말은 달리는 것 같았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무엇인가에 비켜주라는 신호 같았다.


"나!

비켜달라라고."

나는 놀란 두 눈을 하고 달려오는 말을 피해 옆으로 뒹굴었다.


"히이히이!

히이히이히이!"

달리던 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뭐!

바보멍청이라고.

내가 넘어진 게 웃긴다고!"

나는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며 사라져 가는 두 말을 향해 한 마디 했다.

하지만

말은 뒤돌아 보지 않았다.


유머!

사람에게 유머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요즘

사회가 혼란스럽고 삭막해져 가는 이유도 사람들에게 유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머의 시작은 동심의 세계다.

동화 같은 꿈과 소망이 가슴에 가득해야 한다.

그런데

동화 같은 세상을 꿈꾸다가는 지금의 시대에 낙오될 운명이다.


유머란

인간의 감성과 이성의 만남이다.

그 만남 속에서 유머가 탄생한다.

그렇다면

감성과 이성을 교묘하게 만날 수 있게 해 줄 것은 무엇인가!


순수

동심

동화

착함

진실


이런 것들의 관계다.

그 관계 속에 자리한 감성과 이성이 교묘한 만남으로 이어지며 유머를 생성하는 것이다.


묵묵히 서 있는 말처럼!

감성과 이성의 만남을 통해 내가 나를 웃길 수 있는 유머를 생성하고 싶다.


오늘 밤

두 말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는 서둘러 귓구멍을 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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