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유혹에 빠진 동화
시원한 담벼락!
유혹에 빠진 동화 232
by
동화작가 김동석
Aug 20. 2023
시원한 담벼락!
한옥의 멋!
한옥의 담벼락이 주는 시원함.
보고 있으면
무더운 여름이 바람처럼 스쳐 갔다.
여름의 끝자락!
고향의 품에 안겨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고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매미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쫓아가고
빨갛게 채색되어갈 단풍잎 떨어지는 소릴 듣고
한옥의 처마밑을 기웃거리는 참새들의 지저김에 넋을 잃고 바라 본다.
영광군 창녕 조 씨 한옥 입구/사진 김동석
기억의 파편들이 숨어 숨 쉬는 곳!
한옥의 멋 속으로 스며들어 오래오래 자리하고 있는 추억의 파편들.
밤하늘 별만큼이나 수많은 추억들이 생성과 소멸을 지속하고 있었다.
영광군 창녕 조 씨 제각/사진 김동석
삼백 년을 훌쩍 넘은 제각의 위용은 부러움 자체였다.
이런 한옥을 지을 수도 없는 시대에 사는 내게 아직도 온전히 보존되고 있는 이곳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한옥 마루에 누워 잠을 청하고
모기와 뒹굴며 함께 한 어린 시절의 꿈같은 순간은 기억과 동시에 바람과 함께 사라져 갔다.
모기장만 챙기면
오늘 밤도 시원하게 잠이 들게 해 줄 한옥의 멋과 지혜로움이 나를 기쁘게 했다.
영광군 창녕 조 씨 제각 샘터/사진 김동석
마르지 않는 샘터!
생명수가 흐르는 샘터를 한옥은 잘 보존하고 있었다.
나는
태어나는 순간 이 샘터의 물로 목욕을 했다.
또
이 물을 마시며 성장했다.
이 물은 생명수의 시작점이다.
영광군민이 모두 마시는 상수원의 시작점이다.
바위 밑에서 철철 흐르는 물을 마시고 살아왔다.
고향을 떠난 뒤
잊혀져가는 샘터지만
언제나 찾고 싶은 샘터로 가슴속 깊이 각인되어 있다.
여름이면
무화과를 따먹고 지냈다.
밭에서 수박을 따와 먹던 순간도 기억났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샘터에 수박을 담가두면 시원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가뭄이 들어
농작물이 죽어가도 이곳 샘터는 물이 넘치는 곳이었다.
할아버지가 마시고
그 위 할아버지가 마셨던 샘터!
아버지가 마시고
어머니가 시집와 마시고
형이 마시고
누나가 마시고
나도 마시고
동생들이 마시고
또
내 자식이 마시며
지금도
생명수로 자리한 샘터!
깊은 숲 속에 자리한 <창녕 조 씨 문중 제각(한옥)>은 나의 보금자리였다.
나는 이곳에 가면 평온해 짐을 알았다.
나의 동화 모티브가 이곳이 시작점인 것도 알았다.
어른이 되고 돌아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곳에서 나는 살았다.
무화과, 대추, 감, 밤을 원 없이 먹고 자랐다.
산에는 많은 버섯이 있었다.
무엇보다
샘터에 가득한 생명수가 최고였다.
오랜만에
찾아간 샘터에서 세수 하고 물 한 모금 마셨다.
내 몸에 각인된 어릴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꽃처럼 피어났다.
keyword
한옥
담벼락
추억
29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동화작가 김동석
직업
출간작가
엄마의 잔소리 약일까? 독일까?
저자
마음은 소년! 어린이와 어른을 위해 아름다운 동화를 쓰겠습니다. eeavision@hanmail.net
구독자
867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영원한 작별!
부런치 먹고 싶으세요!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