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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ug 22. 2023

고요의 숲!-1

상상에 빠진 동화 0476 성스러운 자태!

1. 성스러운 자태!




영광군 송이도!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몰아쳤다.

나는  

송이도에 머무는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창문을 통해 

<몽돌 해변>의 동태를 살폈다.

비바람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해안가를 밀치고 들어온 파도는  

몽돌과 부딪치며 새로운 소리를 연출했다.


‘솨! 솨! 솨아!’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바람소리는 심장을 파고들었다.


“육지로 나갈 수 있을까?

오늘은 꼭 나가야 고속버스를 탈 수 있는데.”

며칠 째  

송이도에 갇힌 신세가 된 명수는 걱정이 앞섰다.


"항구에 나가보자!"

명수는 옷을 두껍게 입은 위에 우비를 입었다.

답답한 방을 나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항구를 본다는 것보다  

사실은 섬을 지키는 숲 속의 왕소사나무가 궁금했다.


“왕소사나무를 봐야겠어!”

항구를 살핀 명수는 비를 맞으며 왕소사나무 숲을 향했다.

빗방울이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갔다 와야지!”

비바람을 맞으며 서있을 왕소사나무들이 궁금했다.


‘솨아아! 솨아아! 쏴아아 아!’

숲길을 걷는데 나무들과 들풀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멀리  

해안가에 바닷물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무섭군!"

비 오는 날 혼자 숲으로 들어가는 자신이 무서웠다.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며  

숲을 휘졌고 지나갈 때마다 숲은 작은 울림으로 답했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하지만 명수는 등골이 오싹했다.


“혹시!

멧돼지라도 나오면 어떡하지?”

명수는 온갖 생각을 하며 왕소사나무 숲으로 향했다.

가끔  

길이 미끄러워 넘어질 뻔했다.


"다 왔다!

저기 팔각정이 있다."

왕소사나무 군락지 입구에 팔각정이 보였다.

팔각정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봤다.

왕소사나무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부딪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영광군 송이도 <왕소사나무 군락지>/사진 김동석




"고요한 숲이 이상해!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소리가 달라!

다다닥! 다다닥! 다다닥!

소나무나 참나무가 부딪치는 소리 하고 달라."

왕소사나무 숲에 도착한 명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멋지다!

비 오는 날 팔각정에 오르는 것도 나쁘지 않군!"

파도가 밀려와 몽돌에 부딪치는 소리가 숲까지 들렸다.

그 소리는 왕소사나무에게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했다.

소곤! 소곤소곤! 파도소리는 분명 왕소사나무에게 소곤거리고 있었다.

팔각정에서 내려다보는 송이도 바다가 더 아름다웠다.

명수는 두려움도 잊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가슴에 담았다.


어쩌면

송이도에 머물러야 할 것들이 명수 가슴에 담아주는 듯했다.


‘우두둑! 두둑! 우두두두!’

왕소사나무 가지와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요란했다.

거센 바람은  

나무를 뿌리 채 뽑아버릴 기색이었다.

몇 백 년 동안 비바람을 버틴 왕소사나무였다.

하지만  

휘청거리는 것을 보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왕소사나무는 쓰러지지 않았다.

어린 소사나무도 묵묵히 바람을 맞이하고 비를 맞았다.

명수도  

거센 바람에 휘청거렸다.


“으스스한데!”

명수는 왕소사나무 군락지를 향해 올라갈수록 두려웠다.


"고요한 숲!

성스러운 숲!

신들의 정원!

보름달이 뜨면 도깨비들이 도깨비방망이를 만드는 곳!"

왕소사나무는 천둥번개가 치는 날이면 천상과 지상의 연결고리를 하고 있는 듯했다.


“가지들이 뻗으며 천상의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

명수는  

가만히 서서 숲 속 이야기를 들었다.

한 그루  

어린 소사나무가 되어 있었다.



그림 나오미 G/영광군 <왕소사나무 군락지>
영광군 송이도/사진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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