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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ug 31. 2023

꽃이 피고 지고!

고) 박덕순 여사를 추모하며

350201~230827



어머니!

나의 어머니


울지 말자!


온전히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자



꽃이 졌

그 꽃이 떨어진 날부터 이슬비가 내렸다


어머니 꽃!


그 어떤 꽃보다

고귀하고 위대하고 화려한 꽃이었다

눈이 부셔!

바라볼 수도 없는 꽃이었다




"화장하지 마라!"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한 줌 흙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버지 곁으로

아버지 어머니 곁으로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곁으로

고조할아버지 할머니 곁으로

현조할아버지 할머니 곁으로


바람이 불었다

동서남북 곳곳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여름의 끝자락!

자손들의 힘든 여정을 풀어주는 듯했다


"시원하다!"


모두의 한 마디였다

이승과 저승의 사이에 부는 바람이었다


"나비다!"


많은 나비가 날았다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새들이 노래했다

풀벌레 노랫소리가 밤낮으로 합창했다

어머니는 꽃이었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깃털보다 가벼운 한지 옷을 입은 어머니

이승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울지 마라!

화장하지 마라!"


어머니!

유언을 지켰다

소망을 지켜줄 수 있었다


그동안!

어머니 삶은 경이로움 자체였





석관이

이승의 문을 닫았다


고통의 문

욕망의 문

경계의 문

관계의 문


어머니는

문을 굳게 닫고 열지 않았다


벌써

저승의 문을 열고 긴 여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일제강점기

독립

보릿고개

남북전쟁

사일구혁명

군사독재

자유민주주의

아이엠에프

코로나


모두

극복하고 이겨냈던 어머니




이슬비가

내리다 말다 했다

일꾼과 자손들이

힘들고 더울까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어머니는

여덟 남매를 이승에 남기고 긴 여행을 떠났





어머니!

세상이 아름다워요

어머니가 누운 자리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뷰 같아요

어머니!

초록 잔디가 무성할 때

어머니 곁에 누워 멋지고 아름다운 뷰를 감상할게요


어머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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