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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Sep 03. 2023

괜찮아요!

착각에 빠진 동화 379

괜찮아요!



백일홍!

아직도 꿀벌과 나비를 기다렸다.


어머니

살던 고향집 마당은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장례를 치르며 얼마나 많이 했던 말인가.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가족들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고향 어머니 집



창문 너머로

백일홍을 긴 시간 바라봤다.


"힘들었죠!"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말을 걸어오는 백일홍을 향해 말했다.


"꽃이 피면

언젠가는 꽃이 진다."

자연이 가르쳐준 진리다.


내 안의

감성과 감각이 자극을 줬다.

주인 잃은 고향집은

또 어떻게 변화를 꿈꾸며 발전할까.


마당에

잔디 뽑던 어머니가 그립다.


잡초가 난다고 자갈을 깔던 순간이 엊그제 같았다.

창문을 열고 나와 어디론가 달려가는 어머니가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았다.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지키려고

형님은 밖에서 창문을 열쇠로 걸어 잠가야 했다.

그 순간이 떠올랐다.

왈칵!

눈물이 났다.


고) 박덕순 여사/생존 시 모습


딸기!

한 바구니 머리에 이고 <불갑사>를 향해 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로지!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함이었다.

그 힘든 고통도 모르고 뒤를 졸졸 따르던 어린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딸기

고사리

버섯

배추

고구마

감자

땔감


산골짜기에서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머리에 이고 장터를 향했다.


그렇게

여덟 자식은 튼튼하게 잘 자랐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무슨 말을 한들!

생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 어머니.


보릿고개 시절!

자식을 살리기 위해

누군가에게 줄 생각까지 했다는 말을 들을 때는 가슴이 찢어졌다.


"살아야 하니까!

어디서라도 살아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부잣집이라도 보낼 생각이었다."

하고 말하던 어머니 눈가에 눈물이 고였었다.


"어머니!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어찌 알겠어요.

어머니!

그때

누군가를 떠나보내지 않아 줘서 고맙습니다.

내가 만약!

누나

동생을 잃었다면 이보다 더 큰 슬픔이 어디 있겠어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백일홍이 질 것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내 안의 허전함은 더할 것이다.

풍요로운 백일홍 꽃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을 순간처럼 말이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어머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도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힘들 때

형과 이야기하겠습니다.

더 힘들 때

누나

동생들과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 때는

아들

매형

사돈

조카

친척

지인

모두와 이야기하며 이겨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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