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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Sep 07. 2023

암탉이 울면!-2

상상에 빠진 동화 0484 소 잃고 외양간 고치다! 

2. 소 잃고 외양간 고치다!



여름이 끝나갈 즈음이었다.

장날!

민수는 병아리 이십 마리를 장터에서 샀다.

세 마리는 병에 걸려 죽고 두 마리는 고양이에게 물려 죽었다.

나머지 네 마리는 삵이 물어갔다고 단정 지었다.

열심히 키워서 알을 낳은 암탉이 여덟 마리 수탉이 세 마리 남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다니!"

민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제 암탉 두 마리가 사라진 뒤 닭장을 수리하고 있었다.


"닭아! 닭아!

고마운 닭아.

알도 주고 고기도 주는 고마운 닭아.

죽으면 안 돼!"

민수는 노래 부르며 닭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작은 구멍을 막았다.

다시는 삵에게 닭을 잃고 싶지 않았다.


"여기!

분명히 여기로 올 거야.

이곳에 덫을 놔야지."

민수는 삵이 올만한 곳에 덫을 만들어 놀 생각이었다.


"닭아!

너희들은 밤에 무서운 삵을 봤지?"

하고 민수가 닭들에게 물었다.


'꼬꼬! 꼬꼬꼬! 꼬꼬!'

닭들이 외치는 걸 보니 삵을 봤다는 말 같았다.


"알았어!

다시는 삵이 너희들을 잡아가지 못하게 할게."

민수는 철사를 여러 개 잘라서 덫을 만들었다.

대나무 숲에서 닭장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덫을 놨다.


"설마!

고양이나 쥐가 걸리는 건 아니겠지."

민수는 덫을 놓고 닭장 주변에서 노는 고양이가 걱정되었다.

들고양이들이 닭에게 주는 사료를 빼앗아먹으려고 오는 걸 알았다.


"어떡하지!

고양이가 잡히면 안 되는데."

민수는 들쥐보다 고양이가 더 걱정되었다.


"닭아!

고마운 닭아.

어떻게 하면 좋겠니?"

하고 민수가 닭들에게 물었다.


'꼬꼬꼬! 꼬꼬 꼬꼬! 꼬꼬꼬!'

닭들은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뭐!

고양이도 잡고 삵도 잡아야 된다고?"

민수가 닭들에게 묻자


'꼬꼬꼬! 꼬꼬 꼬꼬! 꼬꼬꼬!'

하고 닭들이 또 무슨 말을 했다.


"알았어!

고양이도 삵도 닭장 근처에 접근 못하게 할게."

하고 말한 민수는 닭장 울타리를 하나 더 칠 생각이었다.


"그렇지!

고양이가 접근하지 못하게 울타리를 두 개 만들어야지."

민수는 닭 사료를 빼앗아먹는 고양이들도 닭장에 접근 못하게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닭아!

오늘 밤부터는 편하게 잘 수 있을 거야."

민수는 사온 철사 한 묶음을 다 썼다.

닭장 앞을 이중으로 울타리를 만드는 바람에 덫을 만들 철사가 부족했다.


"다섯 개면 충분할 거야!"

덫을 다섯 개 만든 민수는 닭장 주변에 하나씩 덫을 놨다.


"히히히!

삵이 걸려야 할 텐데."

민수는 삵을 꼭 잡을 것만 같았다.


"잡히기만 해 봐!

뜨거운 물에 넣어버릴 테니까."

민수는 닭장 주변에 덫을 놓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닭아!

오늘 밤부터는 잘 자고 알을 더 많이 낳아주렴."

하고 말한 민수는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닭장 주변에 덫을 놨어요."

하고 아들이 말하자


"덫!

삵을 잡으려고?"


"네!"


"호호호!

삵이 널 잡겠다."

하고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이 하는 짓을 나무라지 않았다.


"조심해!

고양이나 잡지 말고."


"네!

닭들에게 고양이 오면 쫓으라고 말했어요.


"뭐!

닭들에게 고양이를 쫓으라고 했다고?"


"네!

닭들도 사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양이를 쫓을 거예요."

하고 아들이 말하자


"믿을 걸 믿어야지!

행여나 닭이 고양이를 쫓겠다."

엄마는 닭들을 믿지 않았다.

또 영리한 고양이가 어떻게든 닭장에 들어가 사료를 빼앗아 먹을 거라 생각했다.


"엄마!

눈이 와요."

닭장에 들어가 저녁 모이를 주고 나온 민수가 외쳤다.


"엄마!

첫눈 같아요."

섣달그믐도 지난 지 며칠이 되었다.

겨울 가뭄이라고 뉴스에서도 야단이었다.


"눈이 와도 많이 와야 가뭄이 사라질 텐데!"
엄마도 겨울 가뭄이 걱정되었다.


"엄마!

오늘 밤에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아요."

하고 아들이 말하자


"그러니까!

닭장 무너지지 않게 단단히 기둥을 세워."

하고 엄마가 말했다.


"알았어요!

아빠에게 도와달라고 할게요."

민수는 닭장 수리할 때마다 아빠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아빠는 아들이 스스로 독립해 닭을 키웠으면 했다.

그래서 절대로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다음 날,

민수는 아침부터 아빠를 찾았다.


"아빠!

닭장에 기둥 다섯 개만 세워주세요."

하고 마당에서 새끼 꼬는 아빠에게 부탁하자


"아들!

대나무 숲에 가서 가장 큰 대나무를 하나 베어서 기둥을 만들어 세워 봐."

하고 아빠가 말했다.


"아빠!

눈이 오면 닭장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좀 도와주세요."

하고 민수가 말하자


"아들!

닭은 아들이 알아서 잘 키운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닭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기둥도 잘 세워봐!

그래야

나중에 건물도 집도 세울 수 있는 거야."

하고 아빠가 말했다.


"알았어요!

내가 해볼게요."

민수는 더 이상 아빠를 설득하지 않았다.

톱만 가지고 대나무 숲에 들어가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빠!

새끼 꼬아놓은 것 좀 쓸게요?"

하고 민수가 묻자


"알았어!

계란찜을 먹을 수 있으니 새끼 정도는 줄 수 있지."

하고 아빠가 말했다.

아빠는 절대로 공짜로 얻어먹지 않았다.

아침상에 계란찜이나 프라이가 나오면 민수에게 용돈을 주거나 민수가 요청한 일을 도와주곤 했다.


"톱과 낫만 있으면 되겠지!"
민수는 창고에서 톱과 낫을 찾아들고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미안! 미안!

대나무를 한 그루 잘라야겠어.

미안! 

정말 미안해!"

민수는 베어야 하는 대나무에게 미안했다.


"누굴 잘라야 할까?

나를 잘라주세요.

하고 말하면 좋을 텐데.

어떤 대나무를 자를까?"

민수는 아주 작게 노래 부르며 대나무를 찾았다.


"이것!

이것이면 충분하겠다."

대나무를 하늘 높이 쳐다본 민수는 톱질을 시작했다.


'쓱싹! 쓱싹! 쓱싹!'

톱질 소리가 대나무 숲을 요란하게 만들었다.


"눈이 더 오기 전에 고쳐야지!

닭장이 무너지면 닭들이 다 죽을 거니까."

민수는 대나무를 잘라 긴 기둥을 여러 개 만들었다.


"이만큼이면 충분하겠지!"
기둥 다섯 개를 만든 민수는 대나무 숲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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