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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Sep 10. 2023

암탉이 울면!-5

상상에 빠진 동화 0487 돼지 새끼 한 마리!

5. 돼지 새끼 한 마리!



대나무 숲에서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삵이었다.

배고픈 삵은 달빛을 피해 민수네 닭장으로 향했다.


"아니!

닭장을 고치다니."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삵은 대나무 숲에서 닭장을 쳐다봤다.


"히히히!

그렇다고 내가 닭을 포기하지 않지."

삵은 대나무 숲에 숨어서 닭장을 유심히 살폈다.


"천장으로 들어가야겠어!"
닭장 울타리가 두 겹으로 감싼 것을 안 삵은 닭장 지붕을 살폈다.


"감나무로 올라가야겠어!

그리고

감나무에서 닭장 지붕으로 뛰어내려야겠다."

영리한 삵은 닭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찾았다.


그날 밤,

보름달이 뜨고 함박눈이 내린 민수네 닭장 근처에 어두운 그림자가 빨리 움직였다.


삵이었다.

삵은 감나무로 올라가 닭장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민수가 논 덫을 용케도 잘 피했다.


"히히히!

오늘도 두 마리를 훔쳐 가야지."
삵은 닭장 지붕에 엎드려 주변을 살폈다.


"히히히!

아무도 없어.

보름달이 떠서 더 멋지군."

삵은 닭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함박눈을 맞고 있는 감나무를 바라봤다.


"너무 멋지다!

보름달과 감나무!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너무 멋지다."

삵은 닭장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잔잔한 바람에 날리는 눈발을 바라봤다.


'꼬꼬꼬! 꼬꼬꼬! 꼬꼬꼬 꼬댁!'

대장 수탉이 지붕 위에 앉아있는 삵을 보고 소리쳤다.


'꼬꼬꼬! 꼬꼬꼬! 꼬꼬꼬 꼬댁!'

암탉들도 일어나 모두 소리쳤다.


"이것들이!

조용하지 못해."

하고 삵이 닭장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닭들은 더 크게 소리쳤다.


"뭐야!

닭들이 소리치잖아.

혹시!

삵이 온 걸까?"

민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닭장을 향해 달렸다.


'쪼르륵! 또르륵! 쭈르륵!'

민수가 달려 나오자 삵은 닭장 지붕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리고

대나무 숲을 향해 달렸다.


"삵이다!"
민수가 소리쳤지만 삵은 이미 대나무 숲으로 들어간 뒤였다.


"그렇지!

발자국이 대나무 숲으로 났어.

분명히!

대나무 숲에 숨어 있다 닭장으로 오는 군!"

민수는 삵이 오는 길을 알아서 좋았다.


"넌!

이제 죽은 목숨이야."

하고 말한 민수는 닭장을 둘러봤다.


"하나! 둘! 셋! 넷!"

민수는 몇 번이나 닭을 세봤다.


"아홉 마리 맞지?"

민수는 닭들에게 물었다.


'꼬꼬고! 꼬꼬고!'

하고 닭들이 맞다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휴!

다행이다.

오늘 밤에는 삵이 닭을 잡아가지 않았어."

민수는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닭장 앞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한 참 서 있었다.


"이제 들어갈 거야!

닭아!

너희들도 잘 자렴."

민수는 닭들과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당겨 목까지 덮고 눈을 감았다.


'쪼르륵! 또르륵! 쭈르륵!'


"요란한 소릴 내고 도망치다니!"

조금 전에 삵이 도망치며 낸 소리가 들렸다.

민수는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너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훔치러 왔지.

하지만!

나도 더 이상 닭을 잃기 싫어."

민수는 남은 닭을 팔아서 돼지새끼를 한 마리 살 계획이었다.


"미안!

숲에서 먹을 걸 찾아봐."

민수는 삵이 들으라고 소곤거렸다.


일주일 후,

민수는 장날 닭을 모두 팔았다.

그리고

돼지새끼 한 마리 샀다.


"엄마!

삵이 돼지새끼는 물어가지 않겠죠?"

하고 민수가 물었다.


"몰라!

돼지새끼를 키우면 호랑이가 내려오겠지."

하고 엄마가 말하자


"호랑이!

엄마 숲에 호랑이도 있을까요?"

하고 민수가 물었다.


"당연하지!

호랑이 없는 숲이 어딨어.

숲의 제왕이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돼지새끼 키운다고 여유 부리면 호랑이가 와서 물어갈 거야."

하고 엄마는 걱정 반 진심 반 담아 말했다.


"엄마!

내 전 재산을 호랑이에게 빼앗길 수 없어요.

돼지우리 앞에 더 큰 덫을 만들어 호랑이를 잡을 거예요."

하고 민수가 말하자


"호랑이만 잡아 봐!

그럼 큰 부자가 될 테니까."

엄마는 아들이 호랑이라도 잡았으면 했다.


"네!

호랑이가 오면 좋겠어요.

내가 대나무 숲에서 오는 길목에 덫을 놨으니 잡힐 테니까."

민수는 걱정 없었다.

돼지우리 주변에 많은 덫을 놔서 걱정 없었다.


돼지새끼는 무럭무럭 자랐다.

민수는 학교 갔다 오면 논에 가서 미꾸라지를 잡아 돼지새끼에게 주었다.


"맛있지?"

민수는 돼지새끼가 미꾸라지를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웠다.


"꿀꿀! 꿀꿀!

더 맛있는 것 주세요."

하고 돼지새끼가 말하는 것 같았다.


"미꾸라지보다 더 맛있는 게 뭘까?

혹시!

호랑이 고기가 먹고 싶은 거 아니지?"

하고 민수가 물었다.


"꿀꿀! 꿀꿀!"

돼지새끼는 먹을 수 있는 건 다 달라고 했다.


"알았어!

내일은 호박!

노란 호박을 삶아줄게."

하고 말한 민수는 돼지우리를 둘러본 뒤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저녁,

민수네 집 굴뚝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민수는 솥단지에 큰 호박을 넣고 죽을 쑤고 있었다.

돼지새끼에게 줄 호박죽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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