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집사를 조심해!
혜민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스케일이 큰 그림을 그렸다.
세계 최고의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도 포기하지 않았다.
열일곱이라는 나이에 패션디자인 전시를 주도할 만큼 용기도 대단했다.
<닥치고>는
어젯밤에도 혜민이 가져온 쇼핑백을 뒤졌다.
그 안에 들어있는 양말을 물고 자신이 쉬는 곳으로 향했다.
"히히히!
오늘 양말은 아주 따뜻한데.
매일
이런 양말만 사 오면 좋겠다."
<닥치고>는 양털 양말이 좋았다.
나일론이 아닌 순수 양털 양말이라 더 좋았다.
그림 이혜민/패션디자이너/<뒤통수가 예쁜 제니의 인형가게> 출간동화 일러스트 작가
혜민은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어제 사온 쇼핑백을 찾았다.
그리고
그 안에 새로 사 온 양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닥치고>!
양말 어디 있어?"
혜민은 머리카락이 꼼지락 거리는 걸 느꼈다.
"<닥치고>!
그 양말은 비싼 거야.
빨리 가져와.
넌!
오늘은 가만두지 않을 거야."
혜민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다.
어제 비싼 돈 주고 산 양털 양말을 신어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것이 속상했다.
혜민은
<닥치고>를 찾았다.
소파 밑에 숨어 있던 <닥치고>는 혜민 손에 잡혀 끌려 나왔다.
"<닥치고>!
양말 어디다 숨겼어?"
혜민은 화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닥치고>는 몸부림쳤다.
혜민의 손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휴!
살았다."
<닥치고>는 혜민이 손에서 빠져나와 달렸다.
소파 밑을 지나 베란다를 지나 어딘가로 향했다.
혜민은 뒤 따랐다.
하지만
베란다 창문을 넘는 것을 본 뒤로 <닥치고>를 놓치고 말았다.
"이 녀석이!
어디에 숨겼을까?"
혜민은 <닥치고>를 놔준 뒤 사라진 양말을 찾았다.
그런데
집안 어디에도 없었다.
"닥치고!"
신고갈 양말을 찾다 혜민은 <닥치고>를 불렀다.
"히히히!
내가 숨긴 양말은 절대로 못 찾을 거야!"
<닥치고>는 소파 밑에 숨어 혜민이 양말 찾는 걸 유심히 지켜봤다.
"장 농 뒤에 숨겼을까!"
혜민이 안방 장롱 뒤를 들여다봤다.
하지만 없었다.
혜민은 거실로 나와 소파 밑을 쳐다봤다.
"닥치고!
여기 숨었군."
<닥치고>와 눈이 마주친 혜민이 웃으며 말했다.
"히히히!
양말 못 찾았죠."
하고 <닥치고>가 웃으며 말했다.
"날!
비웃었어.
<닥치고>!
넌 양말 찾고 나서 혼날 줄 알아."
혜민은 다시 작은방으로 갔다.
어디에도
양말은 없었다.
"혹시!
저기에 숨겼을까."
혜민은 <닥치고>가 똥 싸는 모래상자를 의심했다.
천천히
모래상자를 걸었다.
"그곳은 안 돼요!"
<닥치고>가 외쳤다.
자신이 똥 싸는 곳을 혜민이 보는 게 싫었다.
"그곳에는 양말 없어요!"
<닥치고>가 다시 말했지만 혜민은 벌써 작은 삽을 들고 모래를 뒤지기 시작했다.
"으악!
똥이잖아."
모래 속에 똥이 가득했다.
혜민은 할 수 없이 양말 찾는 걸 멈추고 똥을 치웠다.
"똥! 똥! 똥!
안 싸고 살 수 없을까."
혜민은 고양이 키우기 전에 엄마 아빠와 약속했었다.
고양이 키우는 조건으로 똥은 반드시 치운다는 약속을 한 게 잘못이었다.
"히히히!
냄새가 좀 나죠."
<닥치고>가 소파 밑에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아니!
엄청 많이 나거든."
혜민은 똥 치울 때마다 코를 한 손으로 잡고 치웠다.
"<닥치고>!
양말 어디에 숨겼냐고?"
똥을 다 치운 혜민이 큰 소리로 닥치고에게 물었다.
"몰라요!
난 양말 훔치지 않았어요."
"CCTV에 찍혔잖아!"
"그게!
나라는 걸 어떻게 믿어요."
<닥치고>는 끝까지 모른 척했다.
아주 뻔뻔한 고양이가 되었다.
"<닥치고>!
양말 신고 가야 한다니까.
이 추운 날씨에 내가 얼어 죽어도 좋아?"
혜민이 날씨 탓을 하며 <닥치고>를 달래 봤지만 소용없었다.
"<닥치고>!
어디에 숨겼는지 말하지 않으면 널 다른 곳에 보낼 거야."
양말을 찾다 화난 혜민은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히히히!
거짓말이라는 걸 다 알아요.
내가 없으면 못 산다고 했잖아요."
<닥치고>는 며칠 전 혜민과 엄마가 이야기하는 걸 다 들었다.
"아니!
너 없어도 살아.
양말 훔치는 고양이는 이제 싫어!"
혜민도 작정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히히히!
그래도 양말 숨긴 곳을 말하지 않을 거예요."
<닥치고>는 혜민이 어떤 말을 해도 양말 숨긴 곳을 말하지 않았다.
"<닥치고>!
들판에 사는 고양이나 도둑질하는 거야.
넌!
아파트에서 사는 고양이니까 좀 교양 있고 품위 있게 행동해야지."
혜민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닥치고>에게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닥치고>는 작은방으로 달려가 옷장 뒤로 숨어 버렸다.
이곳에서
<닥치고>는 두 시간은 잠자고 나올 것이다.
혜민도 양말 찾는 걸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