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빠진 동화 0546
생명을 잉태하고 낳을 때까지 도와준 집사 ㅅ, 할머니 ㅂ, 소녀 ㄴ을 만나고 싶었다.
그들을 만나야 새끼 잃은 고통과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들이 길가에 있었다.
고양이 인형, 빨간 머리핀, 노란 스카프 등이 길가에 떨어져 있었다.
ㅁ은 길을 따라가면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만날 것만 같았다.
소녀 ㄴ과 엄마는 피난민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또다시
피난을 가야만 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전쟁터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엄마!
또 어디로 가요?"
소녀 ㄴ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 ㅂ도 만나고 싶고 집사 ㅅ도 만나서 ㅁ에 대해 묻고 싶었다.
"어디로 가긴!
미사일이 떨어지지 않는 곳으로 가는 거지."
하고 엄마가 말하자
"그곳은!
정말 미사일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소녀 ㄴ은 엄마에게 물었다.
"그걸!
엄마가 어찌 알아.
그곳으로 가야 한다니까 모두 짐을 싸는 거야.
살아야 하니까!"
하고 말한 엄마는 가슴이 답답했다.
소녀 ㄴ은 짐을 쌓다.
더 이상 엄마에게 말하면 한 대 맞을 것 같았다.
"할머니 ㅂ은 어디로 갔을까!
이곳 숙소에 분명히 있었는데 며칠 전에 사라졌어.
혹시!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그렇다면
그곳에 있는 고양이 ㅁ을 만났을 텐데."
소녀 ㄴ은 한 가닥 희망을 가졌다.
만약!
할머니 ㅂ이 고향집으로 갔다면 ㅁ을 돌봐줄 것이다.
소녀 ㄴ과 엄마는 짐을 들고 길을 나섰다.
또 얼마나 가야 하는 지.
그곳은 안전한 지도 모르고 무작정 떠나야 했다.
그것도 모르고
ㅁ은 지친 몸을 이끌고 피난민들이 머물렀던 숙소를 향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