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에 빠진 동화! 393
여기 봐봐.
이쪽으로 봐야지.
빛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봐."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어요.
<설>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어요.
실망!
저는 실망하고 또 실망했어요.
몇 번이나
말하고 또 말했지만 얼굴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다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어요.
다행히
<설>의 얼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빛이 들어오는 반대 방향에서 찍은 사진이라 맘에 안 들었어요.
"집!
주인은 바로 나야."
하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집 안에서 최상 위 권력을 가진 녀석 같았어요.
현관문을 닫지 못하고 또 한 컷 찍었어요.
"어딜 가는 거죠!
하루도 빠짐없이 외출을 하다니.
제발!
집 좀 보세요.
나도 외출하고 싶어요."
하고 <설>이 말하는 것 같았어요.
"미안!
나갔다 올게.
집!
잘 보고 있어."
저의 대답은 항상 같았어요.
<설>이 바라보는 것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닫았어요.
어쩌면
<설>은 현관문 앞에서 망부석이 되어 있을 것 같았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오는 동안 <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녀석!
가려운 곳 긁지도 못하고 힘들겠다.
오늘은 간식을 사다 줘야지.
ㅋㅋㅋ!"
봄바람이 불었어요.
아파트 정원에 핀 매화와 벚꽃 향기가 가득했어요.
어느새
집에 남은 <설>은 잊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