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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ug 01. 2024

그것도 몰라!

착각에 빠진 동화 411

그것도 몰라!





하루가 시작되었어요.

아침부터 무엇을 기다리는 녀석들이 있었어요.


지렁이

달팽이


그들은 들판에서 시간을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간은 눈으로 볼 수 없었어요.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으로 봐야 해!"


누군가!

세 녀석들을 향해 외쳤어요.

장미꽃 넝쿨에 앉아있던 모기였어요.


"저 녀석!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눈으로 보이지 않는 걸 마음으로 보라고.

웃기는 녀석이야."


지렁이는 눈을 더 크게 뜨고 시간을 찾았어요.


"웃겨!

눈도 없는 주제에 뭘 찾겠다는 거야.

나처럼

눈이라도 크면 모를까."


뱀은 고개를 높이 들고 눈을 크게 떴어요.

보이지 않는 시간을 찾고 있는 세 녀석들은 모기가 하는 말을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림 홍정우




달팽이는 기지개를 켜고 더듬이를 길게 늘어뜨렸어요.

지렁이와 뱀과 같은 어리석은 대답은 하기 싫었어요.


"마음!

마음으로 봐야 시간이 보인단 말이지.

그런데

마음은 어디에 있는 거야!

그걸

모르겠어."


달팽이는 마음을 찾았어요.

지렁이나 뱀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어요.

모기에게 물어볼까 하고 고민하는 것 같았어요.


"눈!

마음.

달팽이 마음은 어디 있을까?"


달팽이는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어요.


"그것도 몰라!

자기 몸에 마음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녀석.

거기 있잖아!"


어둠 속에서 누군가 외쳤어요.

파리였어요.

무당벌레 옆에서 잠자려고 누워있던 파리였어요.


"누구!

누군데 나를 잘 아는 거야.

마음이 어디에 있다고?"


달팽이는 더듬이를 길게 뻗으며 물었어요.

하지만

파리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어요.

어둠도 달빛에 반짝이기 시작했어요.


지렁이

달팽이


그들은 시간을 볼 수 없었어요.


"낮은 너무 밝아!

시간을 볼 수 없잖아.

밤에는 너무 어두워!

그러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잖아."


지렁이가 소곤거리듯 말했어요.


"맞아!

너무 밝고 또 너무 어두워.

그러니까

시간을 볼 수 없는 거야."


뱀도 시간을 볼 수 없다며 투정하듯 말했어요.


"무슨 소리야!

밝고 어둡다는 게 무슨 말이야."


달팽이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더듬이로 밝고 어둠을 확인할 수 없었어요.


"내가 말했잖아!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봐야 시간은 볼 수 있다고 말이야."


모기가 크게 말했어요.

지렁이

달팽이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어요.


"어리석은 녀석들!

자고 일어나면 알 수 있는데 그걸 모르다니."


파리가 풀잎 위에서 뒤척이며 말했어요.

풀잎에 매달려있던 이슬이 한 방울 떨어졌어요.


'톡!'


목마른 사마귀가 이슬을 받아먹었어요.


"고마워!

한 방울 더 부탁해."


사마귀는 달콤한 이슬이 먹고 싶었어요.

어둠 속에서 풀잎에 매달린 이슬 방울이 달랑달랑 매달려 달빛을 품고 있었어요.


"넌!

이슬만 먹어야지.

달빛까지 먹다니.

나쁜 녀석!"


파리는 달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한 마디 했어요.

그 뒤로

이슬은 떨어지지 않았어요.


시간은 새벽으로 향하고 있었어요.

달팽이는 더듬이를 길게 늘어뜨리고 마음을 찾고 있었어요.






홍정우 작가 전시 소식

https://m.blog.naver.com/jangjunho1/22343098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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