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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ug 03. 2024

신나게 놀자!

착각에 빠진 동화 413

신나게 놀자!




들판으로!

소풍 온 어린이들은 신나게 놀았어요.

들판에 사는 곤충과 식물들이 지켜보는 것도 모르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놀았어요.


"신나게!

더 신나게 놀자.

놀아보자!

신나게

즐겁게

행복하게

놀고 또 놀아보자."


어린이들은 노래 부르며 신나게 놀았어요.


"뭐가 신날까!

우리는 더워 죽겠는데 말이야."


무당벌레는 들판에서 신나게 노는 어린이들이 싫었어요.

뜨거운 햇살도 싫었어요.


"히히히!

나는 좋아.

어린이들의 싱싱한 피를 먹을 수 있잖아.

더 신나게 놀아봐!

어린이들이 지치면 그때 가서 피를 빨아먹는 거야.

히히히!"


모기는 행복했어요.

며칠 동안

싱싱한 피를 먹지 못한 모기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요.


"모기야!

죽고 싶구나.

어린이들 물면 안 돼!

죽기 싫으면 그만 는 게 좋을 거야."


파리는 모기가 걱정되었어요.

어린이들의 싱싱한 피를 빨아먹겠다는 모기가 싫었어요.


"맞아!

어린이들을 공격하면 나빠.

소나 돼지면 모를까!

개울가에 족제비 피를 빨아먹어.

어린이들은 건들지 말아.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잖아.

알았지!"


무당벌레도 모기에게 부탁했어요,

어린이들이 들판에서 신나게 놀다 갔으면 했어요.


"딱!

한 명만 물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히히히!"


모기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한 명도 안돼!

그 아이가 울면 어떡할 거야."


파리는 어린이들이 모기에 물리면 부모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았어요.


"어떡하긴!

하늘 높이 날아서 도망 가지.

히히히!"


"넌!

사람들을 모르는구나.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널 죽일 거야.

절대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아.

그러니까

죽기 싫으면 어린이 피 먹을 생각을 포기해."


파리는 모기가 죽는 건 싫었어요

무당벌레도 모기가 죽는 건 싫었어요.


"걱정 마!

싱싱한 피를 먹어야 나도 겨울을 날 수 있어.

파리처럼

사람들이 사는 방에 들어가 겨울을 살아보고 싶단 말이야.

히히히!

하늘 높이 날면 잡지 못 할 거야."


모기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무당벌레도 모기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어요.




그림 홍정우




모기는 어린이들 앞으로 날아갔어요.

어린이들은 모기가 날아오는 것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어요.


"히히히!

누구 피가 싱싱하고 맛있을까.

파란 옷 입은 아이

아니야

노란 원피스 입은 아이

아니야

긴 바지 입은 아이

아니

반바지 입은 아이가 좋겠다.

히히히!

왼쪽에서 두 번째 있는 아이가 좋겠어.

힘이 없어 보여.

좋아!"


모기는 회색 반바지 입은 아이를 향해 날았어요.


"얘들아!

모기가 날아간다.

조심해!"


은지엄마가 외쳤어요.


"영수야!

그곳으로 모기가 날고 있어.

조심해!"


영수엄마도 외쳤어요.

엄아들 눈에 하늘을 날고 있는 모기가 크게 보였어요.


"돌아와!

엄마들한테 죽는단 말이야."


파리가 외쳤어요.

무당벌레도 외쳤어요.

그런데

모기는 들을 수 없었어요.


"영수엄마!

빨리 잡아야겠어요.

모기가 물겠어요."


민수엄마는 영수 곁을 맴도는 모기를 보고 말했어요.


"알았어요.

한 방에 죽이고 올게요."


영수엄마는 모기약을 들고뛰었어요.


'지지직!

지지 지직!'


영수엄마는 모기를 향해 모기약을 뿌렸어요.


"으악!

으아아악!"


모기는 독한 모기약을 피할 수 없었어요.

바닥에 떨어진 모기는 숨을 곳을 찾았어요.


"어디로 갔지!

보이질 않아."


영수엄마는 바닥에서 모기를 찾았어요.

그런데

보이질 않았어요.


"할 수 없지!

모기약 맛 좀 봐라.

지지직!

지지 지직!

호호호!

이제 죽었겠지."


영수엄마는 바닥을 향해 모기약을 뿌렸어요.

바닥에 떨어진 모기도 풀도 숨 쉴 수 없었어요.


"으악!

모기약이 너무 독해.

으아악!

죽기 싫어."


모기는 죽어갔어요.


멀리서

파리와 무당벌레는 모기의 마지막 숨 쉬는 소리를 들었어요.


"바보!

어린이들은 건들지 말라니까.

어린이들은 인류의 미래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존재란 말이야.

그러니까

서로 공존하는 삶을 살아야 해.

말을 안 듣더니.

쯧쯧!"


파리는 모기가 불쌍했어요.

겨울에 같이 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었어요.


"가자!

사체라도 찾아보자."


무당벌레는 죽은 모기를 찾으러 갔어요.

그 뒤를 파리가 따라갔어요.



그림 홍정우





모기 잠들다


묘지 앞에 비석을 세우고 파리가 묘비명을 썼어요.


"우습다!

묘비명을 써 주다니.

내가 죽으면 뭐라고 써줄 거야?"


무당벌레는 궁금했어요.


"죽어봐!

그럼

생각나겠지."


파리는 살아있는 무당벌레 묘비명은 생각나지 않았어요.

들판에서 신나게 놀던 어린이들이 집으로 돌아갔어요.

파리와 무당벌레도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날밤!

죽은 모기 묘비 앞에는 모기들이 많이 날아왔어요.

하루살이도 나비도 꿀벌도 날아왔어요,


"여기!

모기 잠들다.

이게 뭐야!

진짜 모기가 이 안에 있을까.

거짓말이겠지!"


모기대장이었어요.


밤새

모기들은 묘지 안에 죽은 모기가 있다 없다 하며 수다를 떨었어요.










홍정우 작가 소식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memberNo=25516952&volumeNo=36369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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