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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Oct 14. 2024

비 내리는 밤!

착각에 빠진 동화 427

비 내리는 밤!




비가 내립니다!

어딘가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아름답게 들립니다.


탁 탁 탁

주룩주룩

티티티티

쭈쭈 쭈쭈

타박타박

텃 텃 텃


빗소리는 다양하게 소리 내며 고요한 어둠을 깨웁니다.



비 내리는 밤/김동석



창문 열고 

긴 시간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정원에 핀 장미꽃의 먼지를 닦아주고

전봇대 위 가로등에 먼지와 새똥을 닦아주고

자동차 지붕 위 먼지까지 깨끗이 닦아주는 비가 내립니다.


이웃집 된장국 냄새가 창문을 통해 군침을 삼키게 니다.

아랫집 강아지가 비를 맞으며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너도 나처럼!

빗소리 듣는구나.

난 마루에서 듣는데

넌!

비를 맞으며 듣는구나.

나보다 났다!

나도

비를 맞고 싶다."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욕망이 꿈틀 거렸습니다.

장화를 신을까

망설이다 맨발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우산을 들까

잠시 망설이다 맨발로 나갔습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비를 맞으며 걸었습니다.


"시원하다!"


얼마만의 일인가.

비를 맞고 학교에 가던 어린 소년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책가방도 비를 맞고

도시락가방도 비를 맞고

실내화가방에는 빗물이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검정고무신 안에도 빗물이 고였습니다.


빡빡!

빡빡!


걸을 때마다 고무신은 소리를 냈습니다.

빗소리 보다 더 크게 들렸습니다.

어린 소년은 가방을 가슴에 안고 뛰었습니다.


비는 멈추지 않고 내렸습니다.

어깨너머로 옷무게가 느껴졌습니다.


"돌아가야지!"


머릿속에서 맴돌던 한 마디의 명령은 메아리가 되어 계속 들렸습니다.

더 걷고 싶었습니다.

가끔

발바닥에 이물질이 살을 뚫고 들어오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태초의 인간!

짧은 순간이지만 아주 먼 과거의 인간을 생각했습니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인간의 가벼움이 가슴 깊이 느껴졌습니다.


어젯밤!

그토록 울부짖던 풀벌레 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걸을수록

빗소리는 다양하게 들렸습니다.

콘서트 홀에서 듣던 교향곡처럼 들렸습니다.

아!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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