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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잖아!-8

상상에 빠진 동화 0442 바람마녀!

by 동화작가 김동석

8. 바람마녀!





쇠똥구리는 놀랐어요.

이상한 똥을 싼 범인은 바람이었어요.


"세상에!

바람도 똥 싸다니.

할미꽃과 민들레꽃씨만 먹는 바람이야.

이상해!

꽃향기가 좋은 꽃들도 많은데 말이야."


쇠똥구리는 바람을 붙잡고 물어볼 생각이었어요.


"강한 바람일까!

아니야

시원한 바람이야.

아니다!

약한 바람일 수도 있어."


이상한 똥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는데 밖이 소란스러웠어요.


"쇠똥구리야!

문 열어 봐.

이상한 똥!

여기 있다는 것 알고 왔어.

빨리 문 열어."


꿀벌이었어요.

그 뒤로 나비와 파리가 날아와 문을 두드렸어요.


"기다려!"


쇠똥구리가 현관문을 향해 나갔어요.


'드르륵!'


문이 열리자


"이상한 똥!

어디 있어.

내가 향기를 맡아볼게."


나비가 앞장서며 말했어요.


"아니야!

내가 꿀이 있는지 확인해야지."


꿀벌이 말하자


"무슨 소리야!

똥인지 된장인지 내가 먼저 확인해야지."


하고 말한 파리가 빠른 속도로 날았어요.


책상 위에는 이상한 똥이 놓여 있었어요.

현미경과 접시도 몇 개 놓여있었어요.


"이거야!

이상한 똥이 이거란 말이지?"


파리가 책상 위 똥을 보고 물었어요.


"맞아!

지금 분석 중이야."


"뭐야!

똥 냄새도 나지 않아.

이게 무슨 똥이야."


파리가 이상한 똥 냄새를 맡고 말했어요.


"향기가 난다!

꽃향기야.

이건 말이야.

음!

할미꽃과 민들레꽃이야.

아주 조금 나지만 꽃향기가 맞아."


나비었어요.


"맞아!

이건 꽃향기야.

이상한 똥이 아니고 민들레꽃씨와 할미꽃씨가 바람에 뭉쳐진 거야."


하고 꿀벌이 말했어요.


"아니야!

똥은 똥이야.

할미꽃씨와 민들레꽃씨를 먹고사는 녀석이야.

들판에 할미꽃과 민들레꽃이 많이 피는 걸 싫어하는 친구야.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어."


하고 쇠똥구리가 말했어요.

또리도 이상한 똥을 보고 냄새를 맡았어요.


들쥐

개미

거미

사슴벌레

무당벌레

사마귀


들판 친구들이 하나 둘 이상한 똥 냄새를 맡았어요.

그런데

똥 냄새는 나지 않았어요.






들쥐 또리/그림 손정은




들판 끝자락 모퉁이에 사는 바람마녀는 하얀 꽃씨가 날아다니는 것이 싫었어요.


"이봐!

바람을 타고 이동하려면 돈을 내야지.

공짜로 바람을 타고 다니면 어떡해!

사용료.

빨리 내놔!"


바람마녀는 할미꽃과 민들레꽃을 보며 짜증을 냈어요.


"뭐라고!

난 가만히 있었어.

바람이 와서 날 데려간 거야.

그런데

사용료 내라고.

웃겨!"


하고 할미꽃이 말하자


"나도 그랬어!

바람이 데려갔어.

아직

가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었어.

좀 더

따뜻한 햇살이 필요하다고 말했어.

그런데

바람이 와서 훔쳐간 거야."


민들레꽃도 바람마녀에게 말했어요.


"아니야!

그냥 실어가지 않았어.

먼저

실어가고 나중에 사용료를 받으러 온다고 했을 거야.

내게 사용료를 주면 되잖아.

빨리 내놔!"


바람마녀는 인상 쓰며 할미꽃과 민들레꽃에게 말했어요.


"사용료!

그거 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낸 적 없어.

들판에서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거야."


할미꽃 옆에 서 있던 무당벌레 었어요.


"맞아!

멀리 날아가고 싶은 소망과 들판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것뿐이야.

꽃씨가 많이 퍼져야 들판이 아름답잖아."


"히히히!

난 들판이 아름다운 게 싫어.

꽃 피는 것도 싫어.

꽃씨가 날아다니는 건 더 싫어.

그러니까

바람을 이용한 사용료나 내놔!"


바람마녀는 더 크게 소리쳤어요.


들판이 시끌시끌했어요.

할미꽃과 민들레꽃도 바람마녀에게 사용료 줄 생각이 없었어요.


주변에서 듣고 있던 동물들이 하나 둘 바람마녀가 소란 피우는 곳으로 모였어요.


"다른 꽃씨들은 바람을 타지 않아!

그런데

너희 둘은 바람을 타고 이동하잖아.

그러니까

사용료를 내야지.

아니!

택배비를 내야지."


바람마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가만히!

들판 친구들은 바람마녀의 행동을 지켜봤어요.


"우릴!

가만두면 되잖아.

이대로

여기 있을 테니 데려가지 마.

그럼 되잖아!"


할미꽃이 고개를 들고 크게 말했어요.


"아니!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씨앗을 다 먹어버릴 거야.

들판에 씨앗이 퍼지는 걸 막을 거야.

그래도 괜찮지!"


바람마녀는 심술을 부리고 싶었어요.

하얀 씨앗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 싫었어요.

바람 따라다니는 것도 싫었어요.


바람마녀는 할미꽃과 민들레꽃의 하얀 씨앗을 먹어치웠어요.

하늘에 하얀 꽃씨는 보이지 않았아요.

들판 친구들은 조용히 지켜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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