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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11. 2022

숲이 준 선물!

달콤시리즈 168

숲이 준 선물!





숲 속을 거닐던 소녀는 

개울가에서 앉을 만한 곳을 찾았다.


“이런 곳이 있다니!”

눈앞에 펼쳐진 숲 속 정경을 보면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찾은 기분이었다.


“내가 찾고 싶었던 숲의 모습이야.”

소녀는 늘 보이지 않는 경계 너머를 그리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과 아무도 가지 않은 경계 너머의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경계 너머를 그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파랑새다!”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거진 숲 사이로 파랑새가 보였다.

숲을 찾은 뒤로 처음 파랑새를 봤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저건 또 뭐지!”

보일 듯 말 듯 나뭇잎 사이로 뭔가 아른거렸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파랑새가 있던 숲 속으로 들어갔다.


“매화나무다!

매실이 열렸어!”

소녀는 숲 속에서 찾은 매화나무에 매달린 매실을 보고 놀랐다.




                                          그림 나오미 G / 초록매실




“세상에 이렇게 많이 열리다니!”

매화나무에 초록매실이 셀 수 없이 매달려 있었다.


6월의 햇살이 

벌써 초록매실을 하나 둘 낙하시키고 있었다.

땅에 떨어진 초록매실이 매화나무 아래 가득 쌓여있었다.


“이걸 모두 줍자!”

한 그루 매화나무에 이렇게 많이 열린 초록매실을 본 적이 없었다.

소녀는 떨어진 초록매실을 줍기 시작했다.


“정말 많아!”

초록매실을 줍다 말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걸 그려야겠어!”

소녀는 매화나무를 그릴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가득 초록매실을 가방에 넣어 집으로 돌아갔다.


숲을 내려가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파랑새는 다시 매화나무로 날아왔다.


“너도 들었지?”

매화나무가 나뭇가지에 앉은 파랑새에게 말했다.


“뭘!”

파랑새는 매화나무가 하는 말에 관심 없었다.


“나를 그린다고 했어!”

매화나무를 그리겠다는 소녀의 말을 듣고 파랑새에게 자랑했다.


“나무를 왜 그려!”

파랑새는 매화나무를 그린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초록매실도 많이 가져갔어!

그리고 다시 찾아온다는 말도 했고.”

매화나무는 

소녀의 소소한 일상을 파랑새에게 말해주었다.


“아름답고 멋진 걸 그리려면 나를 그려야지!

그래야 사람들도 좋아할 텐데.”

하고 말하더니 파랑새는 멀리 날아갔다.

매화나무를 그리겠다고 한 소녀가 맘에 들지 않았다.


“엄동설한(嚴冬雪寒)에 꽃 핀 보람이 있다!”

매화나무는 추운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꽃을 피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숲을 무릉도원(武陵桃源)으로 만들고 싶었던 매화나무의 간절한 희망도 소녀가 들어준 것 같았다.


“내년에는 더 많은 꽃을 피워야지!”

매화나무는 소녀에게 발견된 뒤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숲 속 나무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숲이 아름다워지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거야!

그러면 우리들이 생각한 무릉도원(武陵桃源)은 불가능하게 될지도 몰라.”

큰 참나무가 말했다.

숲 속의 나무들도 아름다운 숲 속을 만들어가면서도 걱정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만드는 일이야!”

숲 속의 나무들은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숲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포기하기는 싫었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처럼 

아름다운 숲을 보면 감사하고 또 그림을 그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며칠 동안 

소녀는 숲에서 본 초록매실을 그렸다.

그리고 다시 숲으로 달려갔다.




그림 나오미 G / 익어가는 매실



“다 떨어졌을까!”

소녀는 지난밤 몰아친 비바람에 초록매실이 걱정되었다.


“세상에!

황금색이잖아!”

숲 속의 초록매실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와! 맛있다.”

소녀는 떨어진 노란 매실을 하나 먹었다.


“달콤하고 맛있다!”

소녀는 다시 땅에 떨어진 노란 매실을 줍기 시작했다.


“엄마가 좋아하겠지!”

큰 비닐봉지가 넘치도록 노란 매실을 가득 담았다.

소녀는 다시 카메라를 꺼내 노란 매실이 열린 매화나무를 찍기 시작했다.


“이 노란 매실도 그려야겠어!”

소녀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숲을 내려갔다.


“엄마! 엄마!”

소녀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엄마를 불렀다.


“왜?”

엄마가 방문을 열고 나오더니 소녀를 향해 물었다.


“엄마! 

숲이 준 선물이야.”

소녀는 노란 매실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엄마 앞에 내밀었다.


“세상에! 이게 다 뭐니!”

엄마는 숲에서 준 선물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큰 매실은 처음 본다!”

햇살을 가득 먹은 노란 매실은 정말 탐스럽게 생겼다.

엄마는 노란 매실을 가지고 잼을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식탁에 빵과 함께 만든 잼을 내놨다.


“매실 잼이야!”

엄마의 말을 듣고 소녀는 빵에 잼을 발랐다.


“너무 맛있다!”

소녀는 처음 먹어보는 매실 잼이 정말 맛있었다.


“내일 또 가야지.”

소녀는 노란 매실이 아직도 나뭇가지에 많이 매달려 있다는 것을 보았다.


다시 가면 

또 많은 매실이 땅에 떨어져 있기를 기대했다.




그림 나오미 G



카메라에 가득한 사진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그림 그릴 것을 찾았다.


“이걸 그려야지!”

소녀는 지난 초록매실을 그릴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캔버스를 준비하고 물감을 짰다.

그리고 프린트한 노란 매실이 매달린 나뭇가지를 보고 또 봤다.


“멋진 작품이 될 거야!”

소녀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소녀는 그림 그리기에 몰입했다.


“밤이 깊었구나!”

소녀는 달빛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달빛은 

소녀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구멍 난 창호지 사이로 스며들었다.

밤마다 그림이 완성되어가는 것을 달빛은 지켜봤다.


“그림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지.”

라고 가끔 달빛이 말하는 듯했다.


달빛의 말이 빛으로 전달되면

소녀의 가슴에 전달되면 붓을 다시 내려놓을 때도 많았다.

소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붓을 들었던 순간순간들이 바람처럼 스쳐갔다.


“완성되었다! 

사람들은 초록매실을 좋아할까 아니면 노란 매실을 좋아할까?”

소녀는 문득

벽에 건 두 작품을 걸어놓고 생각을 했다.


숲과 나무가 주는 선물을 찾을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성이 혼탁해진 나를 치유해주었다.

쾌감을 느끼는 찰나의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숲과 나무는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예술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내게 큰 에너지를 선물했다.




그림 나오미 G / 매실이 떨어진 매화나무



“봐봐! 

이걸 그렸어.”

숲 속으로 달려간 소녀는 

매화나무 앞에서 초록매실과 노란 매실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와! 

정말 그렸다.”

매화나무들이 소녀에게 말을 하는 듯했다.


“봄이 오기도 전에 꽃을 피운다더니 

이렇게 멋진 열매를 선물해 주려고 그랬구나.”

소녀는 매화나무를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매화를 그리기 전에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동양 작가들이 매화를 그리는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와서 그려줄게!”

소녀는 매화나무와 약속했다.


그 뒤로 

소녀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은 나무만 그리지 않았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 썩어가는 나무, 죽어가는 나무도 그렸다.


“마지막이에요!”

매화나무는 마지막 남은 노란 매실을 소녀 앞에 떨어뜨렸다.


“나무를 다시 그려야겠다!!

매화나무가 준 마지막 황금매실을 손에 든 소녀는 다짐했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그동안 숲으로 달려간 보람이 있었다.


“또 오세요!”

매화나무는 나뭇가지를 흔들며 인사를 했다.


“잘 있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올게.”

소녀는 매화나무와 작별을 하고 숲을 내려왔다.



그림 나오미 G / 달빛과 매화나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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