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빠진 동화 0488
웃어봐!
소나기 내린 후!
뜨거운 땅속 열기를 피해 밖으로 나온 지렁이 한 마리가 있었어요.
꿈틀거리며 시원한 그늘을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개미 한 마리가 다가왔어요.
꿈틀거리는 지렁이 등 위로 올라간 개미는 살아있는 큰 먹잇감에 놀랐어요.
지렁이를 물고 갈 힘이 없던 개미는 친구들을 불러와야 했어요.
"여기서 기다려!
꿈틀거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해.
배고픈 새들이 널 찾으면 한 입에 꿀꺽 먹어치울 거야.
알았지!"
하고 말한 개미는 친구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꿈틀꿈틀
꼼틀꼼틀
지렁이는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시원한 그늘을 찾았어요.
몸이 늘어날수록 콩가루 같은 흙가루가 지렁이 몸에 달라붙었어요.
"움직이지 마!
꼼지락 거릴수록 흙가루가 몸에 달라붙을 거야."
지렁이를 지켜보던 무당벌레였어요.
"고마워!
시원한 그늘이 어느 쪽에 있지?"
지렁이가 고개를 들고 물었어요.
"이곳은 시원한 곳이 없어.
정원이 넓어서 그늘을 찾을 수 없어.
나무 밑이 시원하지만 햇빛이 찾아낼 거야.
저기!
철쭉이 많은 곳이 좋을 거야.
그곳으로 가봐!"
하고 말한 무당벌레가 앞장서 걸었어요.
"고마워!"
지렁이는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철쭉나무가 많은 곳을 향했어요.
그런데
몸은 흙가루가 묻어 엉망이 되었어요.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어요.
개미들이 몰려왔어요.
지렁이를 찾았던 개미가 앞장서서 달렸어요.
무당벌레는 개미들을 피해 나무 뒤로 숨었어요.
"어디 갔지!
여기 있었는데.
이상하다!"
친구들을 데려온 개미는 놀랐어요.
조금 전까지 있었던 지렁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흙가루가 묻은 지렁이는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개미들은 지렁이를 찾았어요.
"이것 봐봐!
지렁이 아닐까?"
"맞아!
지렁이다.
이렇게 큰 지렁이 처음 봤어.
옮길 수 없으니 이곳에 집을 지어야겠어."
개미는 지렁이를 관찰하며 말했어요.
"웃어 봐!
꿈틀거려 봐."
개미 한 마리가 지렁이를 앞발로 툭 차며 말했어요.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웃었어요.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입을 벌리며 웃으려고 했지만 크게 입을 벌릴 수 없었어요.
늘어진 몸도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았어요.
"흙을 가져와!
지렁이 위에 집을 짓는 거야."
개미들은 흙을 찾으러 갔어요.
시간이 흐르자
흙을 들고 오는 개미들이 많았어요.
"움직이지 않아!
비가 와야 하는 데."
지렁이는 한 마디하고 눈을 감았어요.
입을 벌리고 웃으려고 했어요.
"웃어 봐!
웃어 보라니까."
개미가 한 말이 자꾸만 들렸어요.
지렁이는 웃고 싶었어요.
몸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웃고 싶었어요.
"흙이 더 필요해!
조금만 힘을 내자."
개미들은 부지런히 흙을 날랐어요.
시간이 흐르자
개미집은 피라미드처럼 보였어요.
개미들은 여러 군데 출입구를 만들었어요.
가끔
피라미드 개미집이 새까맣게 보였어요.
나무 뒤에 숨었던 무당벌레가 지켜보고 있었어요.
"나도 저렇게 되겠다!
개미 밥이 될 거야."
무당벌레는 개미들이 무서웠어요.
개미들과 함께 꽃을 보고 나무를 기어오를 때는 몰랐어요.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던 개미들도 있었어요.
무당벌레는 동수네 집 담장 너머 장미꽃을 발견하고 날았어요.
그런데
멀리 날 수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