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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꽃!

상상에 빠진 동화 0561

by 동화작가 김동석

다름의 꽃!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

그 아이는 어떤 그림을 봐도 뚫어져라 쳐다보는 버릇이 있었어요.

엄마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행복했어요.

몇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며 관찰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어요.


아이는 <다섯 마리 암탉과 오리 한 마리가 꽃밭을 걸어가는 모습>의 그림을 보고 생각했어요.

암탉 다섯 마리!

그 가운데 서서 걷는 오리 한 마리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 웃는 사람도 많았어요.


"오리야!

닭이 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닭을 교육시키는 거야."


아이가 물었어요.

오리는 대답 없이 걸었어요.

암탉들도 대답 없이 앞만 보고 걸었어요.


"오리야!

넌 닭이 아니야.

닭처럼 걸어도 오리로 보인단 말이야.

찌뚱 찌뚱!

얼굴이 달라.

엉덩이 흔드는 것도 달라.

달라도 많이 달라.

벼슬도 없고 부리도 뽀쪽하지 않잖아."


아이가 또 말했어요.

오리는 대꾸하지 않았어요.

엄마도 옆에서 듣고 아이를 쳐다봤어요.

무엇인가!

말하려다 엄마는 꾹 참았어요.

아이의 행동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


"얘들아!

다름이 뭔지 알아?

닭과 오리가 다른 것도 있지만 같이 살아갈 수도 있잖아.

너희들이 서로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거야!

그렇지."


아이는 크게 말했어요.

금방이라도 그림 속으로 들어갈 것 같았어요.

아이는 오리 옆에 서서 걷고 싶었어요.


"나도!

오리 옆에 서서 걸어도 괜찮지.

도망가지 않을 거지.


아이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았어요.

그 문은 다름의 꽃밭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있었어요.

암탉들은 말없이 걸었어요.

패션쇼에 나온 모델처럼 걷는 것 같았어요.

오리도 말없이 걸었어요.

아이가 그림 속으로 들어온 것도 모르고 걸었어요.


닭장에서 함께 사는 닭과 오리!

오리는 오리 친구가 없어 닭과 친구가 되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닭 속에 끼어 살아가는 오리를 다르게 보았어요.


"오리야!

친구가 없으니까 외롭지."


암탉 한 마리가 물었어요.


"아니!

외롭지 않아.

너희들이 있잖아."


오리는 암탉이 좋았어요.

다섯 마리 암탉은 오리를 괴롭히지 않았어요.

싸움을 걸어오지도 않았어요.

무서워할까 봐

오리를 지켜주었어요.

족제비나 삵의 공격을 막아줄 생각이었어요.

아니!

오리가 암탉들을 보호해 주는 것일지도 몰랐어요.

어젯밤에도 삵이 닭장을 찾아왔어요.

주인이 튼튼하게 지은 닭장이라 삵은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침만 흘리고 새벽에 돌아갔어요.


"내일 또 올 거야!

맛있는 닭고기 오리고기를 포기 못하지.

히히히!"


삵은 숲으로 돌아갔어요.


"저 녀석!

또 찾아올 거야.

조심해야 해."


오리가 말했어요.

암탉들도 삵이나 족제비가 찾아올 것을 알았어요.

그런데

무섭지 않았어요.

병아리 때는 도망치다 잡혀 죽었지만 지금은 도망치지 않았어요.

다섯 마리 암탉과 오리 한 마리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어요.


오늘도

주변을 살피며 걷는 암탉들과 오리가 행복해 보였어요.

꽃들도 걷는 오리와 암탉들을 축복해 주었어요.


다름!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와 달랐어요.

그 아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힘이 있었어요.

서로 다름 속에서 함께할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힘도 있었어요.


다름이란!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었어요.

그 가치는 존중받아야 했어요.

오리는 살아가는 법을 알았어요.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뭐야!

어떻게 들어온 거야."


그림 속 암탉 한 마리가 아이를 보고 말했어요.

암탉들과 오리는 도망치지 않았어요.

서로 다름을 인정할 뿐이었어요.


"잘 봐봐!

저 아이는 우리보다 더 어리잖아.

우리가 보호해 주어야 할 아이야.

우리가 도망치면 아이가 놀랄 거야.

조용히 지켜보자.

알았지!"


오리가 암탉들에게 말했어요.

암탉들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이는 오리 뒤에서 따라오다 길이 넓어지는 곳에서 오리와 암탉 사이에 끼어들었어요.

아이가 한가운데 서서 걸었어요.


"뭐야!

잘 어울리잖아.

걷는 모습도 멋지잖아."


꽃들은 고개를 내밀고 웃으며 말했어요.


암탉 암탉 오리 아이 암탉 암탉 암탉


발맞춰 걷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아니!

저 녀석이 언제 들어간 거야."


아이 엄마는 놀랐어요.

그림 속으로 들어가 걷고 있는 아이를 보고 사람들도 놀랐어요.


"아니!

저 아이는 왜 들어간 거야.

알이라도 품고 싶어 들어갔을까!"


사람들은 말이 많았어요.

그 아이 엄마는 그림 앞에서 지켜봤어요.

아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어요.


"엄마!

나도 들어가고 싶어요."


그림 앞을 지나던 파란 옷입은 아이가 말했어요.

그 아이도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노란 옷 입은 아이도 빨간 옷 입은 아이도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들어갈 수 없었어요.

아이들은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몰랐어요.

그 아이들 엄마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인형이잖아!

아니!

진짜 사람이다.

어떻게

그림 속으로 들어갔지."


아이 엄마들도 놀랐어요.

그런데

그림 주변을 살펴봐도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문은 없었어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 문은 보이지 않았어요.


"엄마!

암탉이 알을 낳았어요.

하나둘셋넷다섯

엄마!

알을 다섯 개나 낳았어요.

그런데

오리는 알을 낳지 않았어요."


아이가 외쳤어요.

오리가 암컷인지 아니면 수컷인지 몰랐어요.


"그렇지!

오리가 수컷일 수도 있지.

오리야!

미안해."


아이는 오리에게 사과했어요.

암탉이 알을 낳았다고 오리도 알을 낳으란 법은 없었어요.

또 오리가 수컷이면 알을 낳지 않는다는 걸 깜빡했어요.


아이는 깨달았어요.

다름은

보일 때도 있지만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보이지 않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키워갔어요.

아이 엄마도 달랐어요.

아이의 이상한 행동을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내 아이를 사랑할 수 없었어요.

아이 엄마는 그림 속에 들어간 아이가 무엇인가 새롭게 배우며 깨닫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한 장의 그림!

그 가치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어요.

암탉과 오리만 보고 그림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하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가치를 배우는 사람도 있었어요.


몇 시간 후

아이는 그림 밖으로 나왔어요.

기다려준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어요.

걷던 암탉들과 오리도 배가 고팠어요.

모두

흩어져 꽃밭으로 들어갔어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고 나아갔어요.

꽃들이 길을 만들어 주며 지켜봤어요.

서로 다른 길!

그 길의 끝에서 다섯 암탉과 오리 한 마리는 만날 것을 약속한 듯 보였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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