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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상상에 빠진 동화 0563

by 동화작가 김동석

꿈이란!



송화는

장독대 앞에 앉아 공부했어요.

그 모습을 달님과 별님이 지켜봤어요.

장독대 주변 동물과 진돗개(백구)가 지켜봤어요.

송화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글 쓰기에 집중했어요.


가을이라

낙엽이 떨어지는구나

유난히

햇살이 아름답더니

들판을 색칠하는구나

활짝 웃는 과일을 보라

얼마나

기뻐하는가!

모두

고생 많았다.

아니

자랑스럽다

나도

너희들처럼

꿈을 포기하지 않는 소녀가 될 거다

지켜봐라!


한 줄 한 줄

송화의 글은 도화지를 채워갔어요.


"멍멍!

뭐라고 썼어요?"


백구가 송화에게 물었어요.


"뭐라고!

읽어달라고?

아직

완성된 글이 아니야."


하고 말한 송화는 멈춰버린 상상을 찾았어요.

백구가 묻지만 않았어도 송화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상상이 아니었어요.


"멍멍!

읽어주세요.

한 번만

읽어주세요.

저기

달님과 별님도 듣고 싶다고 하잖아요."


백구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계속 읽어달라고 졸랐어요.


"기다려!

좀 더 써야 해.

알았지!"


송화는 웃으며 말했어요.

백구는 가만히 지켜봤어요.

가끔

송화 얼굴을 바라볼 때도 있었어요.


달빛아!

장독대를 찾았구나

유난히

항아리가 빛나는 게 아름답다

된장

간장

고추장

그 맛이 맛있는 이유를 알겠다

달빛

별빛

바람

햇살

또 뭐가 있을까


송화는 글 쓰는 걸 멈췄어요.

장독대를 한참 동안 바라봤어요.


"멍멍!

나도 있잖아요."


백구가 짖었어요.

장독대 옆에서 먹고 자고 하는 자신을 몰라주는 송화에게 따지듯 말했어요.


뭐라고!

들쥐

귀뚜라미

개미

파리

나비

꿀벌

이들도 넣으란 말이지!


송화의 도화지에 차곡차곡 글이 쌓여갔어요.


"멍멍!

저도요

백구

저도 넣어야 한다고요."


백구가 크게 짖었어요.

송화는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러웠어요.

그런데

항아리에 백구가 비추는 게 보였어요.

빛나는 항아리에 백구와 송화가 나란히 보였어요.


"백구!

선생님 같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

저기!

항아리 사진 봐봐."


송화가 웃으며 말했어요.

백구도 항아리를 바라보며 웃었어요.

하얀 이를 내밀며 웃었어요.

송화가 거울을 보듯!

백구는 항아리에 비춘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연습을 했어요.

장독대 항아리 뒤에 숨어있던 동물이 하나 둘 얼굴을 내밀었어요.

송화와 백구를 지켜보던 친구들이었어요.

송화와 백구가 없으면 장독대 항아리 위에 올라가 놀던 친구들이었어요.


고양이는 항아리 위에서 낮잠 자는 걸 좋아했어요.

생쥐는 거미줄에 잡힌 곤충을 훔쳐 먹었어요.

파리는 백구 밥을 빼앗아 먹기 위해 장독대 주변을 날아다니며 놀았어요.

귀뚜라미는 장독대 주변을 돌며 노래 부르며 놀았어요.


"멍멍!

글 읽어 주세요.

모두 얼굴을 내밀고 있잖아요."


백구는 송화를 졸랐어요.

송화는 글을 쓰다 멈추고 백구를 쳐다봤어요.


"백구야!

넌 성질이 급해.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글을 다 쓰면 읽어줄 텐데."


송화는 멍멍 짖는 백구가 좀 더 기다렸으면 했어요.

백구는 고개를 돌렸어요.

송화가 글을 읽어주지 않아 삐진 것 같았어요.


"그래도 소용없어!

글을 다 쓴 뒤에 읽어줄 거야.

너희들도 그렇게 알고 있어."


장독대를 향해 송화가 한 마디 했어요.

송화는 열심히 글 썼어요.


송화는 장독대 항아리 옆에서 글 쓰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글을 다 쓴 뒤!

동물에게 글 읽어주는 시간도 즐거웠어요.



잘 들어 봐!

내가 쓴 글을 읽어줄게.

너희들도

글을 배워서 너희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남기면 좋겠다.

백구의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시골쥐 이야기

파리가 똥 먹는 이야기

귀뚜라미가 밤새 노래한 이야기

개미들이 힘들게 일하는 이야기

나도 너희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

너희들의 이야기 속에도

지혜와 깨달음을 주는 말이 있을 것 같다.

너희들도 꿈이 있을 거야.

사람이 너희들과 다른 점은 아마도 글을 사용하기 때문일 거야.

그걸 빼면

너희들과 다를 바 없는 동물이란다.

너희들처럼 태어나 살다가 죽는 것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 너희들의 삶이 부럽다.

사람들은 남의 삶을 들여다보고 부러워하며 힘들어할 때가 있단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야.

그런데

너희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좋다.



송화는 자신이 쓴 글을 계속 읽었어요.

동물들도 송화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었어요.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의 시간이 흘렀어요.


송화가 글을 다 읽고!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동물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송화가 사라진 뒤 장독대는 동물들의 놀이터로 변했어요.

백구는 누워 잠을 청했어요.

고양이는 나비를 붙잡으려고 꽃밭으로 향했어요.

시골쥐는 거미줄 주변을 서성거리다 쥐구멍으로 들어갔어요.

파리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어요.

그곳에서 대나무잎을 먹고 있는 염소똥을 먹고 싶었어요.

귀뚜라미는 저녁을 기다렸어요.

아직 노래할 시간이 아니었어요.

개미들은 송화가 앉아있던 자리를 향해 달렸어요.

송화가 떨어뜨린 과자 조각이라도 찾아볼 생각이었어요.


송화네 집 마당에 어둠이 찾아왔어요.

어둡지 않은 시간인데 하늘에 보름달이 떠 있었어요.

하얀 보름달이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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