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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그 안에 머무르다!/유명옥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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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연꽃, 그 안에 머무르다!






연꽃!

그 아래 자리한 연잎 위로 이슬이 뒹굴고 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이슬은 위로 아래로 뒹굴며 바람의 방향을 알려 준다.

그 모습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청개구리 한 마리가 물 위로 뛰어올라 연잎에 올라서면 이슬은 낙하하며 사라진다.


아!

은유와 환유의 변곡점일까.

도(道)를 도(道)라 할 수 없는 현실의 아우라가 작가의 영혼을 터치한다.

이슬은

습기와 안개로 둔갑하고 구름이 되고 물이 되어 간다.

아침마다

이슬은 물의 순환되는 형상을 보여준다.

변화의 본질이 생성과 소멸의 연속성으로 이어지며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다시 조합하여 우주의 본질을 이슬에 채워간다.

진흙에서 피어나는 연꽃!

부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연꽃 아래 연잎과 꽃대가 이슬에 담긴 우주를 지탱하고 있다.

소나기 내리던 날!

호수에서 연잎을 꺾어 우산으로 사용했었다.

머리카락과 얼굴만 가릴 수 있었던 연잎은 시간의 흐름 속에 연잎밥과 연잎차로 이어졌다.

연잎 위에 앉아있던 개구리라도 보는 날이면 조약돌을 주워 돌팔매질을 하곤 했었다.

연꽃과 연잎이 조약돌에 맞아 상처가 나고 아파해도 나 몰라라 했던 소년의 나쁜 마음도 보듬어 주었던 걸 이제야 알았다.


"얼마나!

아팠을까.

꽃잎이 떨어지고 연잎이 찢어진 걸 가만히 보고 있었어.

미안!

미안해."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고 싶었다.

그것이

곧 깨달음의 시작이다.

미세한 바람에 작품이 흔들렸다.

호수에 바람이 불어와 연잎과 연꽃을 흔드는 것 같았다.

바람은 말없이 천이 간직한 수천 개의 터널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노자의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라 하던가!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관통하는 길이 보일 듯 말 듯 천의 작품 속에 길이 나 있었다.

미세한 바람이 함께 할 때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움과 감동을 선물한다.

호수를 나와 우주로 향하는 연꽃의 생명력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정과 같은 것이다.

무위(無爲)와 자연(自然)과 연결되고 관계를 맺어가며 진리와 깨달음을 얻기에 훌륭한 작품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큰 힘과 작은 힘이 미세한 바람이 되어 다가올 때 작품을 보는 관객의 영혼도 치유되고 희망으로 가득할 것이다.

연꽃이 활짝 피는 날!

생명은 시작되고 자연과 관계를 맺으며 만물의 근원은 꽃을 피웠다.

진리는 침묵 속에 있다는 말처럼 연꽃은 말없이 우주의 본질과 만물의 근원을 알려준다.

유명옥 작가의 작품 속에 날아든 잠자리 한 마리!

잠자리는 작가임과 동시에 생명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진리를 찾기 위한 깨우침이 뼛속까지 전달되기를 희망하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여정의 연속이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까!

잠자리는 고요하게 침묵하며 자리하고 있다.

행여!

잠자리가 날아갈까 연꽃과 연잎은 미동도 없다.


"나도!

한 송이 꽃이다."


잠자리의 외침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찰나의 순간은 우주의 본질을 멈추게 하고 깨달음을 선물한다.

그 선물은 올곧이 선 채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전시장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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