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화
복희와 복덩이!
검은산 골짜기!
복희네 집에 송아지가 태어났어요.
송아지는 무럭무럭 자랐어요.
아빠는 복이 들어왔다며 송아지 이름을 <복덩이>라고 지었어요.
복덩이는 눈 오는 날을 좋아했어요.
눈 오는 날이면 외양간을 나가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았어요.
복희는 복덩이 등에 올라타고 놀았어요.
송아지는 친구가 있어 좋았어요.
"복덩아!
눈 오는 날이 좋아?"
하고 복희가 물었어요.
"음메에! 음메에!
하얀 눈이 좋아."
복덩이가 대답했어요.
복희는
눈 오는 날이면 복덩이와 하루 종일 놀았어요.
숙제도 안 하고 학교 간 날도 있었어요.
선생님에게 혼난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복희는 복덩이와 놀았던 이야기를 일기에 써서 일기상을 받았어요.
숙제는 안 해도 일기는 매일 써간 보람이 있었어요.
학교 친구들도 복희네 송아지를 알았어요.
한 번도 보지 않았는데도 복희가 일기 읽을 때마다 들어서 알게 되었어요.
아침부터 눈이 내렸어요.
복희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복덩이랑 놀 생각이었어요.
겨울 날씨가 따뜻했어요.
복희는 들판으로 나갔어요.
복덩이도 데리고 나갔어요.
병아리 <뽀득이>도 데리고 나갔어요.
옥수수 두 알
보리 세 알
콩 네 알
뽀득이 도시락에 들어 있었어요.
"복덩아!
보리 한 알 줄까?"
하고 뽀득이가 물었어요.
"난!
들판에 먹을 게 많아.
많이 먹어."
하고 복덩이가 대답했어요.
"알았어!"
하고 대답한 뽀득이는 보리 한 알 먹었어요.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시간!
복덩이는 들판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어먹었어요.
배부른 복덩이는 낮잠을 잤어요.
뽀득이는 복덩이 배 위에 올라가 잤어요.
들판에 나무와 풀도 낮잠을 잤어요.
복희도 옆에 누워 눈을 감았어요.
차가운 바람이 불었어요.
눈을 뜬 복희는 복덩이를 찾았어요.
옆에서 자던 복덩이와 뽀득이가 사라졌어요.
"복덩아!
뽀득아!"
복희가 불러도 대답이 없었어요.
복덕이와 뽀득이 대답을 바람이 실어간 것 같았어요.
복희는 들판 이곳저곳을 찾아다녔어요.
복덩이는 꽃밭에 누워 있었어요.
겨울꽃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 옆에 뽀득이도 있었어요.
복희는 모른 척하고 지켜봤어요.
복덩이는 눈 오는 날이 좋았어요.
눈만 내리면 외양간을 나와 신나게 놀았어요.
밤새!
눈이 내렸어요.
복희네 마당에 눈이 많이 쌓였어요.
아침이 되자
복덩이는 외양간 문을 밀치고 밖으로 나갔어요.
마당!
여기저기 복덩이 발자국이 생겼어요.
하얀 화선지에 먹물(벼루에 먹을 갈아 까맣게 만든 물)을 뿌린 것 같았어요.
햇살에 그림자도 생겼어요.
"복덩아!
넘어지니까 조심해."
복희가 마당에서 뛰어노는 복덩이를 향해 한 마디 했어요.
복덩이가 넘어질까 걱정되었어요.
"음메에에!
하얀 세상이 좋아요."
복덩이는 하얀 세상이 좋았어요.
엄마소 <보물>은 새끼가 마당에서 뛰어노는 걸 지켜봤어요.
여물을 되새김질하며 복덩이가 넘어질까 걱정하는 듯 보였어요.
"복덩아!
이제 들어가 밥 먹어."
하고 복희가 외쳤어요.
복덩이는 외양간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았어요.
강아지 <덕희>도 복덩이를 따라다니며 신나게 놀았어요.
하얀 마당이 새까맣게 변했어요.
그런데
복덩이가 마당 한가운데 멈춰 서서 똥 쌌어요.
"호호호!
복덩이는 똥쟁이."
하고 복희가 놀렸어요.
"히히히!
똥 싸니가 재밌다.
놀리면!
계속 똥 싸야겠다."
복덩이는 또 똥 쌌어요.
마당에 새까만 똥이 가득했어요.
"복희야!
똥 치워야지."
하고 엄마가 외쳤어요.
"싫어!
더럽잖아."
하고 복희가 대답했어요.
잠시 후!
복희는 창고로 들어갔어요.
삽을 들고 나왔어요.
"더러워!
마당에 똥 싸면 어떡해."
복희의 잔소리가 시작되었어요.
복덩이는 복희가 노래하는 줄 알고 신나게 뛰어다녔어요.
"없어!
하얀 화선지가 없어졌어.
복덩이 발자국!
그 멋진 작품이 사라졌잖아.
어떡해!
오늘 장터에 가서 팔 생각이었는데."
복희의 잔소리가 길어졌어요.
그런데
복덩이와 덕희는 더 신나게 뛰어다녔어요.
닭장에서 나온 병아리들도 신나게 뛰어다녔어요.
"뽀득아!
등에 올라 타."
복덩이가 외치자 병아리들이 등 위로 올라갔어요.
"나도!
등에 올라가고 싶어."
덕희도 복덩이 등에 올라타고 싶었어요.
"넌!
무겁단 말이야."
하고 복덩이가 말하며 마당을 뛰어다녔어요.
"삐약! 삐약!
송아지 등에 타니까 좋아."
병아리들이 외쳤어요.
"조심해!
떨어지니까."
복희가 병아리들을 향해 외쳤어요.
그 순간!
병아리 한 마리가 복덩이 등 위에서 떨어졌어요.
"괜찮아!
눈 위에 떨어져서."
떨어진 병아리가 웃으며 말했어요.
병아리는 아프지 않았어요.
하얀 눈 위에 떨어져서 다치지도 않았어요.
복희는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웠어요.
복덩이도 외양간으로 들어갔어요.
병아리들도 닭장으로 들어가 모이를 쪼아 먹었어요.
그런데
덕희는 복희 뒤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송아지
강아지
병아리
복희
복희 가족은 눈 오는 날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는 눈 오는 걸 싫어했어요.
검은산!
골짜기에 찬바람이 불었어요.
저녁때 눈발이 날렸어요.
함박눈이 내리는 고요의 어둠 속에 빛나는 눈빛이 있었어요.
잠도 안 자고 눈 내리는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복덩이가 외양간 문을 밀쳤어요.
그런데
잠겨 있었어요.
"밤에는 꼭 잠가!
호랑이가 송아지 물어가니까."
아빠가 저녁 먹고 난 후 한 말이었어요.
"호랑이!
거짓말이죠."
밖에 나가기 싫은 복희가 말했어요.
그런데
아빠는 저녁때가 되면 계속 말했어요.
조금씩!
하얀 눈이 쌓여갔어요.
복희는 눈 오는 것도 모르고 코를 골며 잠자고 있었어요.
아침이면!
하얀 마당에 멋진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