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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야기!-4

상상에 빠진 동화 0558

by 동화작가 김동석

4. 고구마 캐는 날!




고구마 캐는 날!

송화 가족이 모여 고구마 캐는 날이었어요.

고구마밭에 멧돼지 습격이 자주 있었어요.

아빠는 고구마 캐는 날을 정하고 자식들에게 알렸어요.

그런데

큰오빠는 교회에 가야 했어요.

교회에서 맡은 일이 있어서 빠질 수 없었어요.

언니도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한다며 고구마밭에 갈 수 없었어요.


우길 오빠와 나.

동생 둘이 아빠를 따라 고구마밭으로 향했어요.


"고구마 캐기 싫어!

나도 교회 갈 거야."


막내 고운이 투정하듯 말했어요.

뜨거운 햇볕을 싫어하는 고운은 고구마 캐는 게 싫었어요.

송화도 고구마 캐는 게 싫었지만 따라나섰어요.


"고운아!

겨울에 군고구마 먹으려면 가야 해.

엄마 아빠를 도와줘야 해.

오늘 캐지 않으면 우리가 먹을 걸 멧돼지가 다 먹을 거야.

빨리 일어나!"


송화는 고운을 향해 말한 뒤 밖으로 나갔어요.

우길 오빠가 괭이와 삽을 챙기고 있었어요.


"장화!

꺼내놨어.

빨리 와 신고 가자."


송화는 창고에서 장화를 꺼내 동생들을 불렀어요.

윤재와 고운이 방에서 나왔어요.


장화를 신고

삽과 괭이를 들고 걸어가는 사 남매의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누나!

멧돼지도 잡으면 좋겠다.

바비큐 해 먹을 수 있잖아."


윤재는 고구마 캐는 것보다 멧돼지를 잡고 싶었어요.

고구마 캐 먹는 멧돼지만 잡으면 가족 모두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멧돼지가 널 잡겠다!

그 녀석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

숲에서 힘이 제일 센 놈이야."


하고 우길 오빠가 말했어요.

작년에 우길 오빠가 한 말을 똑같이 윤재가 하고 있었어요.

송화는 속으로 웃었어요.

내년에는 막내 고운이 말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아빠!

우리는 무얼 할까요?"


하고 우길 오빠가 물었어요.


"우길인!

낫으로 고구마 순을 베고.

윤재랑 고운이 둘은 고구마순을 숲 골짜기로 옮겨 놔.

송화!

너는 박스에 고구마 담고.

알았지!"


하고 아빠가 말했어요.

우길 오빠가 낫을 들고 고구마순을 베어 갔어요.

윤재와 고운이 고구마순을 들고 밭고랑을 걸어갔어요.

고구마순에서 잠자던 메뚜기들이 놀란 듯하나 둘 날개를 펴고 날아다녔어요.


"누나!

모기가 많아.

메뚜기도 많아.

메뚜기 잡아서 구워 먹을까?"


윤재가 크게 말했어요.

송화는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두툼한 옷을 입었지만 손등을 물고 도망친 모기를 잡으려고 했어요.


"윤재야!

모기도 잡을 거야.

모기!

구워 먹으면 맛있을까?"


하고 송화가 물었어요.


"누나!

모기는 구워 먹을 수 없을 거야.

구워 먹는다고 해도 맛이 없을 것 같아.

피만 먹고사는 녀석이라 모기를 구워 먹으면 누나가 드라큘라가 될 수도 있어."


윤재는 그럴듯한 대답을 했어요.


"히히히!

드라큘라 되면 좋겠다.

형!

모기 한 마리 구워 줘."


하고 고운이 말했어요.

고운은 드라큘라가 되고 싶었어요.


고구마밭을 뒤덮은 고구마순이 조금씩 걷혔어요.

아빠가 괭이를 들고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어요.

송화는 박스 밑면을 테이프로 붙이고 고구마를 담았어요.


"썩은 것은 담지 마!

깨끗한 것만 담아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어."


하고 아빠가 송화를 보고 말했어요.


"알았어요!"


송화는 대답하고 고구마에 묻은 흙을 털어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고구마가 밭에 쌓여갔어요.

송화 혼자서는 아빠가 캐논 고구마를 다 담을 수 없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큰오빠와 언니가 있었으면 했어요.


고운이 밭고랑에 넘어졌어요.

스스로 일어나 걷는 것을 보고 윤재는 고운이 흘리고 간 고구마순을 주웠어요.


"고운아!

흘리지 말고 들고 가."


윤재가 한 마디 했어요.


"형!

힘들어.

나도 큰형이나 큰누나처럼 교회 갈래."


고운은 일하기 싫었어요.

뜨거운 햇살도 싫었어요.

고운은 그늘에서 쉬고 싶었어요.


"누나!

그늘에서 쉬고 싶어."


고운이 외쳤어요.


"알았어!

윤재랑 고운이 그늘에서 쉬어.

물도 마시고 빵도 먹어."


하고 송화가 동생들을 향해 말했어요.

고운은 들고 있던 고구마순을 밭고랑에 던지고 소나무 아래 물과 찐빵이 든 가방을 향해 달렸어요.

그 뒤를 따라 윤재도 달렸어요.


고운은 쉴 때마다 윤재 형을 졸랐어요.

모기 한 마리 구워 먹으면 드라큘라가 된다는 말을 믿는 것 같았어요.

누나에게도 구운 모기 먹으라고 말하며 자신도 먹는다고 했어요.

고운은 모기만 먹으면 드라큘라가 될 것 같았어요.


엄마가 가져온 점심을 맛있게 먹었어요.

해가 서쪽으로 질 때쯤 고구마 캐는 일이 끝났어요.

오늘 밤에는 멧돼지가 고구마밭에 와서 실망할 것 같았어요.

고구마 먹을 생각을 하고 온 고구마밭에 고구마가 없어서 깜짝 놀랄 것 같았어요.


가족이 함께 일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집에 돌아온 송화는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와 일기장을 펼쳤어요.


"오늘도 일기 쓸 게 많아!

고구마밭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쓰면 좋겠어.

호호호!"


송화는 일기장을 펼치며 웃었어요.





2025년 10월 13일 맑음


고구마 캐는 날이다.

그런데

큰오빠와 언니가 교회에 간다며 빠졌다.

작은 오빠와 나랑 동생들은 짜증 났다.

고구마밭에 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멧돼지가 다 캐 먹기 전에 고구마를 캐야 했다.

아빠가 괭이로 캐는 고구마를 박스에 담는 일을 맡았지만 힘들었다.

작은오빠와 동생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동생 윤재가 멧돼지에 관심 많았다.

멧돼지만 잡으면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덫을 놓고 멧돼지 잡겠다고 할 녀석이다.

막내 고운은 모기를 한 마리 구워 먹고 싶어 했다.

구운 모기를 먹으며 드라큘라가 된다는 말을 믿는 것 같았다.

메뚜기 구워 먹을 생각이 모기를 구워 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말!

모기를 구워 먹으면 드라큘라가 될까.

궁금했다.

큰오빠와 언니가 부러운 날이었다.

뜨거운 햇살과 모기가 제일 싫은 날이었다.

옷을 두껍게 입고 나왔어도 모기는 살점을 찾아 침을 꽂고 피를 빨어 먹었다.


손가락 사이에 한 방

이마에 한 방

귓불에 한 방


모기는 무서운 녀석이다.

어쩌면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는 녀석들이다.


히히히!

너희들이 향을 피우고 모기약을 뿌려도 난 죽지 않아

너희들이 파리채를 들고 다녀도 난 잡히지 않아

하늘 높이 날면 되니까


모기가 노래 부르고 다니는 것 같았다.

겨울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모기가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히히히!

그렇게는 못살아.

나도

후손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거든.

차라리!

모기장을 들고 다녀.


모기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와 동생들은 모기와 씨름하며 고구마밭을 누비고 다녔다.

고운이 계속 모기 한 마리만 구워달라고 형을 재촉했다.

드라큘라 동생이 생길까 걱정이다.

고구마가 수북이 쌓여갈수록 아빠는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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